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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대훈 Apr 07. 2024

145

4.7

회복기



볕을 쬔다. 카페 이층 창가 자리에 앉아서 고요롭게. 봄이 몸을 만진다. 볕이 숨통을 연다. 숨구멍을 가로막고 있던 어떤 질긴 막 하나가 벗겨지는 기분이다. 진실로 숨을 쉬고 있다. 이 비밀스러운 평화가 무엇인지 모른다. 너무 가쁘지도 않고 답답하지도 않은 호흡이 실로 오랜만이다. 호흡이 일요일의 여유와 만나 어우러진다. 여태 무얼 그리 괴로워했는지 잊어버렸다. 들키고 싶지 않은 고독, 구체적인 상념의 외로움, 동화되지 못했던 슬픔이나 늦은 오후의 착란. 그런데 뭐랄까, 전부 다 무용한 헛것 같다. 오늘 이 볕을 받아들이고 있는 나는 그동안의 갈증과 투쟁의 완성인가. 혹 아무 연관이 없는 내면의 아름다운 단순성인가. 아니, 나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생은 자주 오래 괴롭고, 아무렇지도 않게 진정된다는 것을. 더는 발현의 발원을 찾지 않기로 했다. 그저 내부에 은밀히 흐르는 기운을 느낀다. 자기 삶의 갈등이야말로 창조의 근원이니. 나는 드디어 가만히 앉아 내 삶의 경멸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일그러진 얼굴로 침묵하던 지난날들이 거름이 됐는지 발바닥이 자구 푹신푹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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