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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canso YUN Aug 04. 2020

패러렐 워커: n잡러 in Tokyo

새로운 세상의 일하는 방법


디자이너, 민박 운영, 바 이벤트 운영, 워크숍 운영, 이렇게 다방면으로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사람들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냐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한다.

저는 패러렐 워커입니다


'패러렐 워커'는 최근에 일본에서 유행하는 용어인데, 한국에서 신조어로 뜬 'n잡러'와 거의 같은 말이다.

'패러렐(Parallel)'이란 사전적 용어는, 병행•평행이란 뜻으로, '패러렐 워크'란 말자체는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책 「지식근로자의 자기 계발 편 21세기 지식경영」(1999년 발행)에서 워크스타일의 하나로 소개되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한 가지 일에 의존하지 않고, 동시 병행으로 여러 가지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워크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n잡러'와 '투잡'의 차이


'n잡러(패러렐 워커)'가 복수의 일을 동시에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럼 '투잡'이랑 뭐가 다르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투잡'은, 수입이 기본적으로 본업에 의존하고, 비중이 약한 다른 일을 사이드로 하는 스타일을 말한다. 반면 'n잡러'는 2개 이상의 일을 본업으로 비중을 두고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가령 연간 8천만 원 정도의 연봉을 받으며 부업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부업 수입이 갑자기 늘었다 하여 쉽사리 본업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n잡러'의 경우, 가령 3천만 원 정도의 수익이 나는 일을 3가지 한다고 했을 때, 어떤 것도 메인이라 규정하지 않고, 장래성을 생각하며 유지하기도 하고 그만 두기도 하는 유동적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본업이냐 아니냐는 꼭 수입액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며, 본인의 인생 대한 일의 중요도나 비중을 중시한다. 결국 생계를 위해서 복수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자아실현을 위해 복수의 일하는 사람을 'n잡러'라고 할 수 있다.



왜, 요즘 일본에서는 n잡러가 급증하는가


최근 일본에는 페러렐 워커(n잡러)를 하려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스타트업 세미나에 종종 참석했었는데, 새로운 일하는 스타일로 '패러렐 워크'가 굉장히 강조되었으며, 실제로 '패러렐 워크'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성공담을 이야기하는 세미나나 강연도 많았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5명의 아이 엄마이면서 동시에, 2개의 비즈니스를 경영하는 사람도 있으며, 회사생활을 하면서 또 다른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고 있는 20대 청년도 있다.


또한 n잡러를 지원해주는 인터넷 서비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슈마츠 워커(shuuumatu-worker) : '주말 워커'란 뜻으로, 주 10시간부터 스타트업 가능한 플랫폼 서비스

카쿠토쿠(kakutoku) : 영업을 부업으로 하고자 하는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플랫폼 서비스(리모트 가능)

고잉 고잉 로컬(Going Going Local) : 지자체 산업과 인재를 매칭 하는 플랫폼 서비스

팀 랜서(Teamlancer) : n 잡러, 프리랜서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팀을 모집하는 플랫폼 서비스 



일본에서 n잡러가 급증하는 이유는 뭘까.


사회적인 면:

일본은 일은 많은데 일할 사람은 적다. 특히 젊은 사람들의 손이 너무 부족하다. 몇 달 전 도쿄에서 열리는 Foodex라는 식품 관련 전시회에 갔었는데, 수많은 부스의 공통적인 과제가 '일손부족'이었다.

일당백이라고, 일본 사회에서는 역량 있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일을 해도 좋다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기업 쪽에서도 점점 부업을 승인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고, 정부에서도 부업을 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개인적인 면:

또 하나는 자아실현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아닐까 한다. 장수의 나라 일본은, 100세 시대가 옛날부터 당연시되면서, 60세에 정년퇴직을 해도 한참을 더 살아야 하니, 그냥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정년이 되기 전부터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젠 정년과 관계없이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이 것은 조직에 기대지 않고 개인을 중심으로 한 미래지향적인 워킹스타일로 바뀌어 가고 있는, 하나의 사회 진화의 형태가 아닐까.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패러렐 워크라는 건 그다지 특이한 것도 아닌, 누구나 당연시 여기는 그런 사회풍토가 오지 않을까.


특히나 이번 코로나 전부터 이런 움직임은 일본에서 일어났으며, 코로나 이후, 많은 회사들이 일하는 스타일을 전격적으로 바꾸어가고 있고, 사람들 또한 조직을 위한 삶이 아닌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하나로 유동적인 워크 스타일을 추구하고자 하는 추세로 바뀌어 가고 있음을 체감한다.



n잡러를 해서 장단점


패러렐 워크의 가장 큰 장점은, 리스크 분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본업이 회사원의 경우, 정해진 월급이 삶을 보장해 준다. 하지만 회사원도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도 있을 것이고, 회사 자체가 부도가 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회사원도 리스크가 없다고 할 수없다.

더더욱 나 같은 프리랜서나 자영업의 경우는, 기본 수입의 일정치 않고 외부 요소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항상 금전적인 불안함에 직면해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것은 에어비앤비로 운영하고 있는 민박사업이었다. 4월경에 일본은 하나미(벚꽃놀이)로 외국 관광객으로 들끓는 시기이기 때문에 우리 민박도 며칠 빼고는 예약이 꽉 차있는 상황이었지만, 코로나의 영향으로 100% 취소가 된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집에서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이 의뢰가 들어와서 수입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이런 것처럼, 여러 가지 일을 가지고 있을 경우, 여러 가지 상황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갑자기 수입이 제로가 되는 상황은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장점은, 인맥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한 가지 일을 본업으로 했을 때, 본인의 업계 외의 업종 사람들과 비즈니스적으로 만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을 했을 때, 분명히 다양한 방면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많아질 것이며, 본인의 일과 일 사이로 그 인맥들이 시너지 효과를 보여줄 때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를 보면, 요리교실이나 워크숍, 팝업바 등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친밀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데, 그중 요리교실에 참가한 사람 중, 도매 꽃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 그 분과 드라이플라워 캔들 사업을 같이 시작하게 되었다. 인맥에는 선이 없다.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어필했을 때 의외의 연결점에서 들어온 인맥으로부터 전혀 다른 비즈니스를 의뢰받을 때도 있다. 인맥은 정말이지 나의 가장 큰 재산이기도 하다.


세 번째 장점은, 시간과 일의 관리능력이 늘어난다는 것.

실제로 여러 가지 일을 하게 되면 시간이 반복되는 날은 없다. 매일매일 하는 일이 틀리며, 하루하루 시간 짜임이 다르다. 아주 바쁠 때도 있으며 시간이 남아 돌 때도 있다. 한 장소에서 하나의 일을 해야 된다는 관념도 없다. 가령 민박 빨래를 돌리며 디자인 워크를 하거나, 세계여행을 하면서 디자인 워크나 민박 관리를 할 때도 있다. 여러 가지 일을 하기 때문에 머리가 복잡하거나 시간이 모자랄 수도 있지만, 그럴수록 효과적인 시간 이용을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복잡한 일들을 정리할 수 있는 스킬. 우선순위를 정해서 실행하는 스킬이 갈수록 늘어, 어느 순간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달인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 것이 아니라, 수입은 항상 불안정하다.

또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거나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한 가지 일에 스피드와 전력을 쏟기에 무리가 올 때도 있다. 또한 이익이 나지 않는 일도 욕심부려서 붙잡고 있을 때도 있어 정신적, 육체적인 부담을 가져올 때도 있다. 그리고 주변에 폐를 끼치거나 항상 바쁜 관계로 가정에 소홀해질 수도 있다. 다행히 우리 집에서 남편은 많이 이해해 주는 편이라 크게 문제는 없지만, 내 머릿속에 너무 많은 것들이 돌아가고 있어서 주변에 신경을 못 써줄 때도 있다.


이런 것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밸런스 감각이 아닐까 한다. 뭐든 항상 20-30프로의 여유를 가지고 적당히 조절해야 할 것과 한참 달리고 있을 때도 주변을 살펴볼 여유는 필수이다. 그리고 이 '불안정함'을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긍정적 의미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며 현명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n잡러를 잘 해낼 수 있는 비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n잡러는 무조건 하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물론 우리는 외국인이니 정식으로 하기 위해서는 비자 내용에 저촉받지 않는 범위에서 활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n잡러를 시도해 보고 싶다면 이하의 포인트를 유의해서 시도하길 바란다.


첫 번째, 시작하는 일에 명확한 동기부여가 있을 것

일을 하다 보면 수입이 높을 쪽을 우선시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자신이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을 나중으로 미루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 일을 왜 시작하는지, 왜 하고 싶은지, 나중에 어떤 일로 키우고 싶은지 명확한 동기부여가 없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n잡러는 생계유지를 위해 마지못해서 여러 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 성취가 목적이기 때문에, 골은 조금 멀리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멀리 있는 골을 위해서,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목표도 확실하게 세우고 치밀한 시간관리도 필요하다.


두 번째, 자기가 할 수 있는 영역에 선을 그을 것.

본인이 손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만 본인이 하되, 본인이 아니고도 되는 일, 우선순위가 낮은 일이나 잔잔한 일들은 본인의 손에서 떠나야 한다. 외주비를 아끼려고 모두 본인이 해결하려고 한다던지, 본인이 잘 못하는 부분을 끙끙 앓으며 혼자서 해결하려 든다면 어느 시점에 본인이 지쳐서 정말 중요한 일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 무조건 남한테 부탁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효율성을 가지고 일을 하라는 것이다. 타인에게 부탁을 했을 때, 오히려 전체적으로 효율이 올라가서 시간 대비 효과를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 경우 예를 들자면, 홈페이지나 카탈로그 작업을 할 때, 대량의 사진을 배경 클리핑 해야 할 때가 있는데 여기에 혼자서 시간과 체력 낭비를 해서 프로젝트의 진행이 늦춰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외주를 주면 금방 끝나는 일이며 그 시간에 다른 중요한 일을 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좋다. 될 수 있으면 단순 작업은 외주로 돌리고, 본인 대신에 서포트해 줄 수 있는 인재도 찾아놓으면, 만일을 대비했을 때 안전하다.

그리고 세금 등 서류 관계가 자신이 없을 때는 세무사에게 부탁한다던지, 유료 회계 서비스를 이용하는 루트도 있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저가로 클라우드 경리, 클라우드 인사 등 백오피스 관련 시스템들이 많이 나와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찾아 사용하는 것도 팁이다.


세 번째는, 각각의 비즈니스는 상호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을 할 것.

본인이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는 수익이 얼마이고 간에 존재 자체가 본인의 자산이다. A라는 일과 B라는 일을 했을 때 서로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라면, 동시에 진행하기가 정신적 체력적으로 한계가 찾아올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A라는 일을 함으로써 B라는 일의 위상이 높아지는 등, 상호 플러스가 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면 베스트인 것이다.

예를 들어 동영상을 제작하는 사람이 유튜브에서 동영상 제작법을 알려주는 유투버가 되었을 때 그 유투버로 수익을 얻는 것 외에도 유튜브를 보고 동영상 의뢰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거나 실제로 강연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한 10년 전만 해도 부업을 하는 것은 먹고살기 힘들어서 한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인식도 많이 바뀌고, 부업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많이 생겨서, 다양한 비즈니스를 도전하기 쉬워졌다. 코로나를 겪고, 또다시 세상은 많이 변화하고, 마인드 자체도 더욱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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