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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Dec 26. 2022

사실은 사기꾼, 그 이면

<시장을 뒤흔든 100명의 거인들>

혁신가가 사기꾼이 되는 것은 한 순간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과거에는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혁신가인줄 알았는데, 사기꾼으로 밝혀진 시점은 언제일까.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시장을 뒤흔든 100명의 거인들>

월가의 유명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인 켄 피셔, 그는 93년도에 처음 이 책을 출간했다. 몇 차례 개정되어 지금의 책은 2007년 개정된 책이다. 원제는 "100 Minds That Made The Market", 굉장히 웅장한 제목이다. 100명의 투자자, 투기꾼, 혁신가, 경제학자, 거물들이 책 한권에 집대성되어 나온다.


사기범들과 부정행위자들, 불한당들을 보면 다들 훌륭하다. 온갖 사기꾼들은 우리들에게 혹독한 가르침을 안겨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월스트리트가 정체하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하게 하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다. 왜냐하면 그들이 없었다면 사람들이 종종 지나친 탐욕과 맹신으로 말미암아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얻었던 교훈도 없었을 것이고, 또 필요한 변화와 개혁도 서두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략) 온갖 사기의 밑바탕에는 인간 본성에 고유한 탐욕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워싱턴 정가에서 아무리 극단적인 대책을 내놓더라도, 월스트리트에 사기와 사기꾼들이 사라질 날이 없을 것이다. 그런 사기범들을 마르고 닳도록 비난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니, 그들이 남긴 전설에서 가르침을 얻는게 이로울 것이다. (p.407)



폰지 사기

그 유명한 폰지 수법의 원조, 찰스 폰지. 폰지는 투자자들에게 어마어마한 이자를 지불해주겠다고 하면서, 우표와 교환이 가능한 국제우편연합의 쿠폰을 해외에서 매입하는게 비법이라고 했다. 국제적인 우표교환과 외환거래를 활용하는 일종의 차익거래로 꾸며댔고, 사람들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끊임없이 돈이 밀려들 때에는 폰지 수법이 가능하지만, 유동성이 끊기면 붕괴된다.




테라, 연이율 20%

크립토 윈터 전까지만 해도 디파이 이자농사는 말도 안되는 수익률을 이자로 돌려주었다. 테라 역시 맡기면, 연이율 20%를 보장했다. 연 20%, 이것 역시 탐욕이 아닐까? 어쨌든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했을 때, 넘치는 돈이 암호화폐 시장에 흘러들어갈 때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그 때부터가 시작이다.




폰지 수법 붕괴

폰지 역시 그러했다. 국제우편연합이 매년 찍는 쿠폰은 보통 7만 5천달러인데, 폰지는 수백만 달러를 챙겼으니. 발행되지도 않은 국제우편연합의 쿠폰에 수백만 달러를 쓸 수는 없는 일, <보스턴 포스트>에 그가 가명으로 송금사기 사건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무너졌다.




지금에서야, 폰지라고?!

테라-루나, FTX 유동성 문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모두가 혁신적인 암호화폐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현재 이 모두 폰지 사기 형태라고 미디어는 이야기한다. 신규투자자를 모아서 그들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을 지급하며 돌려막기한 것처럼 보인다며.




보이는 블록체인, 보이지않는 비공개 계약

11월22일 메사리 리포트를 보면, FTX는 기본적인 기록보관과 회계원칙은 완전히 무시했다. 또한 유동성을 위해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과정을 살펴보면 블록체인(온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이 아닌, 오프체인 상의 당사자간 사적인 비공개 계약에 의해 주고받았다.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앞세웠지만, 그 실체는 블록체인 바깥에서 은밀한 계약으로 이 모든 자금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기술이 아무리 진화한다한들 막을 수 없는 것은 사람의 탐욕. 보이는 것에 집중하면 그럴 듯해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모두가 볼 수 있는 정보값, 사실은 보아도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일까. 보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숨겨버리고 나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하는걸까.


증권거래법 이전에는 주가 조작과 작전 세력의 합동 자금이 합법적이었고, 월스트리트에서는 오히려 식상할 정도로 흔한 일이었다. (중략)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법률도 변하며, 누구나 법률을 지켜야 한다. 정부는 보통 대중을 통제하기 위해서 소수의 위반자들을 호된 본보기로 삼아 새 법률을 집행하는 경향이 있다. (p.446)



사건, 본보기, 그리고 새로운 법안

결국 테라-루나, FTX 사태 모두 명확한 법이 존재하지 않은 시기에, 사람들의 탐욕을 동력삼아 일어난 사건이 아닐까. 과거 수많은 사기꾼 역시 증권거래법이 잘 작동하기 이전에 활동했던 사람들이 다수다. 물론 이러한 사건을 계기로 법은 계속 발전되기 마련이고, 오늘날 수많은 규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산물일 것이다.


올해 일어난 암호화폐 사건들로 인해, 금융당국은 그동안 미온적이었던 태도에서 벗어나 열심히 규제를 만드는 중이다. 혁신은 이제 사기로 판정되었고, 새로운 법안을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우리 사회에 한 획을 그은 사건들, 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탐욕과 근거 없는 확신은 투자열풍을 만나면 걷잡을 수 없고, 막상 한번 신뢰가 무너지면 바닥은 없으며, 법률은 사회적 요구나 시대의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해야한다. 그리고 늘 나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혹시 너무 많은 탐욕에 이끌려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열망하는 것을 얻으려다 톡톡한 대가를 치르는 사람은 비단 사기꾼만이 아니다.


■참고 도서

켄 피셔, <시장을 뒤흔든 100명의 거인들>, 페이지2북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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