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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Oct 11. 2022

스트리밍 경제의 부상

라디오헤드, 파격적인 실험

라디오헤드의 실험

2007년 라디오헤드는 음반사 EMI와 계약이 만료된 후, 독립적으로 In Rainbows 라는 앨범을 만들었다. 그들은 이 때 파격적인 실험을 한다. 앨범을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원하는 만큼' 돈을 내고 MP3를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돈을 내고 음악을 들었을까? 그들은 성공했을까?



결과적으로 62%가 무료로 음악을 즐겼고, 38%가 비용을 지불했다. 평균 6달러를 지불했고, 이를 통해 얻은 순수익은 거의 300만달러였다. 의외의 성공이었다. 그 이유는 음반사와의 불합리한 디지털 음원 수입에 대한 계약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Wired 인터뷰에서 밴드의 리드싱어 톰 요크는 말했다.

"디지털 음원 수입을 따져보면, 이 앨범 한 장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다른 모든 앨범의 디지털 수입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아요. 정말 말도 안 되죠. EMI가 디지털 음원 수입을 저희에게 주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특정 시기에 서명한 계약서에는 디지털 수입에 대한 것을 다루고 있지 않았죠.”


물론 그 실험을 하면서 그들이 발뻗고 편히 잔 것은 아닌듯 하다. 매일 웹사이트의 평균 판매가격을 들여다보면서, "평균 가격이 너무 낮아지면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도록 매일 평균 가격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나중에는 결국 무료 다운로드 옵션을 없애기도 했다.)


어쨌든 10월 10일 디지털 앨범을 낸 후, 12월 4일 80달러의 디럭스 박스 주문이 가능해졌으며, 1월 1일에는 실제 CD판매가 시작되었다. 이 CD는 약 175만장 팔렸다.


불법 복제는 여전하다

신기한 것은 앨범을 합법적으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앨범을 공개한 첫 달 무려 200만명이 앨범을 불법 복제했다는 사실이다. 합법적인 판매가 불법 다운로드를 막을 수는 없었다. 불법복제 때문인지, 앨범이 훌륭해서인지, 대중들에게 엄청난 인기가 있었다. 영국차트와 미국 빌보드 200차트 1위 진입은 물론, In Rainbows는 미국 빌보드 200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1위로 올라온 앨범 중 하나라고 한다.


가격 차별화가 가능한 이유

소비자가 직접 가격을 결정하는 라디오헤드의 실험,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는 무료로 음악을 들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소비자는 더 많은 금액을 내기도 했다. 순전히 이기심만 작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격을 지불할 때에는 이 정도의 값을 치루는 것이 좋겠다는 공정성이 작용한다. 물론 팬덤도 작용한다.


이러한 가격 차별화는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저작권을 소유할 수 있다면, 만약 경매를 통해서 낙찰받는다면, 팬덤을 지닌 아티스트의 저작권은 높은 가격으로 경매가 성사될 것이다. 뮤직카우 역시 이 방법을 활용하고 있는데, 저작권을 쪼개어 경매를 부치면 어떤 이는 경매 시초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써내기도 한다. 이는 경제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취향 경제의 단면을 그대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괄적인 가격으로 매길 수 없는 나만의 취향, 그리고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팬심, 이는 가격 차별화를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기술이 발전한다면 이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스트리밍 경제의 부상

2000년대 초반은 파일공유와 불법 복제가 음반의 매출을 감소시키는 시기였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직은 정착되기 전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라디오헤드도 다음 앨범부터는 다시 원래의 방식으로 돌아갔다.

출처: <로코노믹스>, 앨런 크루거

부익부 빈익빈 심화

스트리밍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범람하는 음악세상에 살게 되었다. 듣고 싶은 모든 음악을 다 들어도 가격은 똑같다. 이제 시간이 허락하는 한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2002년 데이비드 보위가 말한 것처럼 "음악은 흐르는 물처럼 쉽게 얻을 수 있는" 상품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그런데 스트리밍 서비스로 우리가 다양한 음악을 듣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다수가 좋아하는 슈퍼스타의 음악을 즐기고, 새로 데뷔한 신인가수는 시장에서 자리잡기 힘들다. 슈퍼스타는 이제 국가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펼치기 쉬운 세상이다. 즉 음악세상 역시 부익부 빈익빈 편향이 더 심해진 것은 기술의 발전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나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유튜브 채널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업로드하는 것은 이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유튜브는 값싸게 소비한다

어쨌든 지금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일반적인 음원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아티스트는 충분한 디지털 음원 수입을 거두고 있을까?


사실 스트리밍 서비스사마다 음악저작권에 대한 보상이 다르며, 광고기반 무료서비스와 구독 기반 유료 서비스간에도 보상이 다르다. 또한 유튜브는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더 적은 저작권료를 지불한다. 그 이유는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 때문이다.


1998년 제정된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에 의하면 사용자가 인터넷 플랫폼에 업로드한 콘텐츠가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저작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했다. 플랫폼은 저작권자로부터 게시 중단 통지를 받으면, 해당 콘텐츠를 삭제해야한다. 유튜브는 DMCA 요건을 충족하는 한 저작권 보호를 받는 콘텐츠를 사용하고도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유튜브가 올린게 아니라, 사용자가 음악 목록을 업로드했기 때문에.) 물론 유튜브는 해당 콘텐츠를 삭제하는 대신, 광고 수입에서 일부를 음반회사에게 주겠다는 협상을 했고, 그 결과 오늘날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아주 값싸게 홍보할 수 있는 채널이 되어 버렸다.  


유튜브는 정당한 저작권 보호와 저작권 남용을 구분하는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불법은 아니지만 공정하게 음악저작권이 보호되는 것도 아니다.


규제는 여전히 느리다

게다가 음악저작권료를 징수하고 분배하는 기관이 최첨단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맞설만큼 고도화되지도 않았다. 최근 (사)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이 개정되었는데, 주요 내용으로는 '온라인 공연에 대한 음악사용료 기준' 신설이다. 규제가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졌는지 알 수 있는 사례다.


22년 8월 23일 승인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의 신설 조항


스트리밍 경제의 한계

팬덤이 있다면, 가격 차별화는 가능하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악 홍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공정한 음원수입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음악 저작권에 대해 공정하지도 뚜렷하지도 않은 상황, 기술이 발전해도 지식재산권은 좀처럼 대우받기 힘든 영역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은 새로운 장을 열어줄 수 있을까? NFT로 음악을 유통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트리밍 비즈니스가 새로운 경제모델을 만들었듯이, NFT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오늘날 사람들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에서 끝나지않고, 더 나아가 아티스트와 소통하고 팬심을 전달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니즈가 반영될 수 있을까? 다음 이야기에서 살펴보자.



■ 참고 기사

Radiohead’s ‘In Rainbows’ Experiment Is a Lesson in Marketing

Thom Yorke Discusses 'In Rainbows' Strategy with David Byrne

Radiohead's In Rainbows Successes Revealed

The 'In Rainbows' Experiment: Did It Work?


■ 참고 문헌

Pay-What-You-Want – A New Participative Pricing Mechanism

Pay-What-You-Want Pricing: Can It Be Profitable?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 – 온라인 공연 규정의 신설


■ 참고 책

<로코노믹스>, 앨런 크루거, 비씽크(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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