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데이비드 보위는 자신의 앨범 25장에서 나오는 저녁권료를 증권화하여 보위 채권 'Bowie Bonds'을 만들었다. 액면가 $1,000, 이자율 7.9%, 15년 만기, 10년 평균상환기간의 채권은 음악 지적재산권을 담보로 하는 최초의 증권이다. 미국의 거대 보험사 프루덴셜 파이낸셜은 5,500만달러(약 600억원)에 이 채권을 사들였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그 당시 투자등급 A3를 채권에 부여해서 채무불이행이 낮은 안정적인 상품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채권을 발행한 이후, 토렌트와 같은 불법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가 대중화되고 음반판매가 줄어들면서 채권의 가치가 감소하였고 2004년 채권의 투자등급은 Baa3등급(정크 바로 윗단계)까지 받게 되었다. 이후 다시 스포티파이와 같은 합법적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만기가 된 보위 채권은 2007년 차질없이 상환되었고 저작권은 다시 데이비드 보위에게 상환되었다.
[WSJ] David Bowie's Financial Innovation: Royalty-Backed Bonds
Key Man, 데이비드 풀먼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음악 로열티를 600억원에 넘길 생각을 데이비드 보위는 어떻게 했을까? 그의 옆에 영국 투자은행가 데이비드 풀먼이라는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이 상품을 통해 Pullman Bonds 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유명한 가수들의 음악 저작권을 바탕으로 증권화하기 시작했다.
1. 저작권
데이비드 보위는 1960년대 일반적인 가수와 달리 음악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음반회사가 아닌 본인이 가지고 있었다. 복제/배포권(reproduction and distribution rights), 2차적 저작물 창작권(rights to prepare derivatives works based upon the copyrighted work), 전시권(rights to display) 등 음악저작물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를 소유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2. SPC 유동화
대상 자산을 증권화하려면 특수목적기구(SPV, Special Purpose Vehicle)에 이를 양도하고 대항요건(perfection)을 구비해야 한다. 보위 채권의 경우에도 이러한 SPC(Special Purpose Company) 설립을 통해 데이비드 보위로부터 절연을 확보했고, 증권을 발행했다.
3. 신용 보강
만약 데이비드 보위 단독으로 자산담보부 증권을 계획했다면 자산담보부 증권은 실패했을 것이다. 이 채권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레코드회사 EMI의 신용보강이었다. EMI는 15년에 걸친 전속 라이센스(distribution license) 계약을 맺고, 만약 보위 채권이 7.9%의 이자를 주지 못할 경우에 EMI가 그 손실분을 메꿀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보위 채권이 받은 신용 등급 역시 EMI와 동일한 A3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원래 EMI는 채권 발행 이전에는 데이비드 보위의 인터내셔널 지역 배포권만 가지고 있었으나, 3,000만불의 계약을 통해 데이비드 보위의 미래 음악저작물에 대해서는 전지역 배포권을 갖게 되는 등 일종의 계약을 통해 EMI도 보위도 win-win 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IP 유동화 평가방법론, 서울신용평가)
IP 유동화 부재
그런데 왜 오늘날 보위 채권 이후의 이러한 음악저작권을 담보로 한 증권들은 보이지 않는걸까? 지금까지도 보위 채권만이 계속 회자되면서 수많은 논문이 지적재산권을 자산유동화하는 것에 대해 다루고 있으면서, 실제 그러한 금융상품이 나오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자산의 복잡성
데이비드 풀먼의 인터뷰를 보면, 유동화 구조의 복잡성이 아닌 자산(asset)이 복잡하기 때문에 따라하기 쉽지 않을거라고 이야기했다. 그 복잡성은 지식재산권에 수반된 권리관계와 그 권리를 소유하고 있는 저작권자, 그리고 그에 따른 현금흐름이 해당된다고 보여진다.
음악저작권만 보더라도 저작재산권에는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배포권, 대여권, 2차 저작물 작성권이 있으며, 저작권자는 작사자, 작곡자, 편곡자가 있다. 저작권자가 한두명이 아닐 수 있으며, 각각의 권리에 따른 현금흐름 역시 하나의 채널로 통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에 대한 가치평가 역시 어려울 수 밖에 없다.
IP 유동화의 어려움
보위 채권 발행 이후 노무라에서도 이러한 유동화를 따라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신용보강의 부족이었다. 골드만삭스 역시 2012년 밥 딜런을 비롯한 가수들의 음악저작권을 풀링하여 유동화증권을 만들고자 했으나 투자자 모집에 실패한 바 있다. 보위 채권만큼의 성공을 거머쥔 IP 유동화 사례는 찾기 힘들다.
국내 IP 유동화 미미
국내에서도 IP유동화가 발달하지 못했다. 1998년 자산유동화법이 나온 이후로, 채권과 부동산 위주의 유동화가 주로 진행된만큼, IP를 평가하는 곳도 유동화도 사례를 찾기 힘들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제 투자하고 싶어한다. 오늘날 그 어떤 자산보다도 IP가 중요한 시대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IP에 해당한다.그 대표적인 예가 뮤직카우다.
뮤직카우가 불러일으킨 파장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뮤직카우에 가입하고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뮤직카우는 금융상품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통신판매업자로서 음악저작권을 공유하는 개념으로 접근했기에, 오히려 험난한 유동화의 길을 비켜갔다. 물론 금융당국에서는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며 시정조치를 내렸고, 뮤직카우는 현재 금융투자상품으로 다시 준비 중이다. 금융투자상품이 된다는 것은 투자자보호는 물론 위에서 언급했던 구조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제는 진행형?
신탁회사, 가치평가기관, 계좌관리기관 등 지금보다 더 많은 금융회사가 이 상품에 연관이 된다면 과연 수익률은 기존만큼 경쟁력 있을까? 뮤직카우 이후 IP에 투자할 수 있는 다른 회사들이 많이 나올까? 더 나아가 NFT를 통해 음악저작권에 투자한다는데 가능한 일일까? 이런 것들은 어떻게 영향을 줄까?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투자의 민주화'가 일어나는 것인지, 아니면 험난한 금융의 길을 우회해서 가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 금융 혁신이라 불렸던 '보위 채권'과 같은 상품이 오늘날 쏟아지고 있는 걸까? 다음 글에서 연이어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