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사 업무로 바빴다. 보름 정도의 기간 동안 아침 7시 출근, 그리고 저녁 10시까지 일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그 사이 주말에도 틈틈이 일을 해야만 했다. 브랜드 전략 부서에 있기에 이 시기가 가장 바쁘다. 상반기 정리 및 하반기 계획 준비, 그리고 그것을 예쁘게 포장하고 깔끔하게 문서 작성해 윗분들께 보고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로 중요한 업무는 거의 마무리됐다. 이제 조금은 숨통이 틔였다.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아내와 아이들이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박 2일로 놀러 갔다. 완벽한 자유시간이 생겼고, 이를 위해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 금요일 저녁에는 최근 3주간 진행상황을 놓친 진기주 김동욱 주연의《어쩌다 마주친 그대》몰아보기로 했다.(정말 재미있어요. 강추입니다.) 토요일 오전에는 동네에 있는 만화카페에 가, 짜파게티와 함께 오전 내내 만화책을 볼 생각이었다.
금요일 저녁, 웨이브를 통해 《어쩌다 마주친 그대》16회를 정주행 했다. 나이가 들었는지 자극적이지 않고, 따뜻한 감성 유형의 드라마가 참 좋다. 그리곤 김태리 님이 출연한 새로운 드라마 《악귀》를 보고 잠들었다. 다음날, 만화카페에서 환상적인 시간을 기대하며 말이다.
6월 6일 이후 글을 쓰지 못했다. 글을 안 쓴 지 18일이 됐다. 최근 자기 계발과 관련한 것들을 하지 못했다. 아니 안 했다. 피곤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틈틈이 시간이 있었음에도 책을 펼쳐보기보단 핸드폰만 들여다봤다. 사실 전날 저녁, 원하는 드라마를 원 없이 봤음에도 보고나선 그리 즐겁지 않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제껏 밀린 공부를 조금 해야 하는데...' 하며 마음 한 구석에는 불편한 감정이 있었다.
오늘, 아침 6시에 기상했다.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릴스와 쇼츠에서 보이는 영상들이 재미있었다. 그렇게 1시간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보고나선 역시 어제저녁처럼 마음이 찝찝했다. 시간을 허투루 보냈다는 자괴감, 죄책감이 들었다.
김창옥 님은 "건강한 것들은 하고 나서 기분이 좋고 건강하지 않은 것들은 하기 전에 기분이 좋다. 그래서 하기 전의 기분이 아니라, 하고 난 후의 기분에 집중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운동하러 가기 전에는 절대 운동하러 가기 싫지만, 운동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먹기 전에는 감자튀김과 햄버거가 끌리지만, 먹고 나면 건강한 음식을 먹지 않는 자신을 질책한다. 반면에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고 나면 기분이 좋다.
오전에 만화카페를 가기로 했으나, 갔다 오고 나면 후회할 게 뻔했다. (꼭 공부 못하는 사람들이 마음만 급하다고 하는데, 내가 그런 편에 속한다. 놀 때, 쉴 때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백가지 지식을 안들,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지 않은가. 김창옥 님이 말하신 대로 하기 전의 기분이 아닌, 하고 나서의 기분에 집중해 선택을 했다. 만화카페가 아닌, 집 앞 스타벅스로 아침 출근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지금의 내 감정을 물으신다면, 찝찝하거나 후회하는 마음은 전혀 없다. 이렇게 아침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하다. 하기 전의 기분이 아닌, 하고 난 후의 기분에 집중해 행동하기. 앞으로 선택의 갈림길에서 내 기준이 될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