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인아 님의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삼성 최초 여성 임원이자, 제일기획 전 부사장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그녀는, 책에서 일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이야기합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은 보내는 것은 '일'이다. 일이란 얼핏 조직을 위하는 행위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시간의 소비 주체는 결국 나 자신이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내 삶이 달라진다. 일을 함에 있어 애쓰고 노력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그것들은 회사가 아니라, 내게 남는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인 일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읽은 부분 중, 젊음과 관련한 내용이 저와 공명하는 부분이 많아 그 내용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그녀는 2007년 〈조선일보〉 '아침논단'의 칼럼에 어느 영국 시인의 글을 인용하는데요.
젊기는 쉽다. 모두 젊다, 처음엔.
늙기는 쉽지 않다. 세월이 걸린다.
젊음은 주어진다.
늙음은 이루어진다.
늙기 위해선 세월에 섞을 마법을 만들어야 한다.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에이브러햄 링컨이 한 말입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이 얼굴에 나타난다는 의미인데요. 비단 눈가에 주름이 없네, 피부 관리를 잘했네 이런 말을 하려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었다고 어른이 되는 게 아닙니다. 제대로 늙기 위해선 젊음을, 그간의 세월을 어떻게 보냈는지가 중요합니다. 영국 시인의 글처럼 인성 운동 관계 열정 태도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세월에 잘 버무려야,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영미 작가 님은 나이 40이 넘어 철인 3종에 도전했습니다. 그녀는 단단하고 두꺼운 허벅지, 근육이 도드라진 팔뚝, 잔 근육이 자글자글 발달한 등, 화장하지 않은 주근깨 가득한 얼굴, 그리고 뜨거운 태양 밑에서 걷고 달리고 땀 흘리며 큰 소리로 웃는 여성이 멋져 보인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녀의 책 《마녀체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외모는 절대로 인성과 태도를 앞지르지 못한다.
젊음 하나로 모든 약점을 가리던 휘장이 하나하나 벗겨질 때, 꾸준히 연마해 온 강함과 우아함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할 것이다.
40대 중반을 향해가니 최인아 님, 이영미 님이 왜 위와 같은 말을 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정말 자주 후회하거든요. 이제껏 제대로 보내지 못한 젊음이, 세월이 아쉽다고 말이죠.(물론 여전히 한창 때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60이 돼서는 지금과 같은 후회를 하고 싶진 않네요. 좋은 인성과 성숙한 태도, 활력 넘치는 에너지와 좋은 습관을 보유한 체 늙어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성숙한 늙음을 준비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