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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Aug 05. 2023

목표란 걸 세워보기로 했다

인생목표? 그게 필요한가요? 제게 목표는 항상 불필요한 존재였습니다. 목표의 효용성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 이유는 첫째, 목표를 세워도 전혀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습니다. 달성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뿐이었습니다. 둘째, 목표의 존재 자체가 제게 스트레스를 주더군요. 목표를 달성하고자 애쓰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목표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때면 '난 역시 안되나 봐'라는 자책이 뒤따랐습니다. 은근히 압박감이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동기부여도 되지 않고, 마음만 불편하게 하는 목표 따위는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마음이 바뀌었네요.


최근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목표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죠. 앞에서 실컷 목표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목표를 세우겠다고 하니 의아하실 수도 있으시겠네요. 사실 최근 읽은 몇 권의 책에 완전히 설득당했습니다. 저자들의 글솜씨가 어찌나 능수능란했는지, 근거가 얼마나 찰떡인지 홀딱 넘어갔습니다. 제가 설득당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뇌신경을 강화한다.


뇌는 고정 불변이지 않습니다. 변화가 가능합니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하죠. 즉 우리 뇌는 우리가 경험하고 학습하고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 등에 따라 변화합니다. 황농문 님의 《몰입》에는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면 해당 목표 달성과 관련한 시냅스가 활성화된다고 이야기하는데요. 많은 책들에서 '목표를 설정하면 우주의 기운이 몰려와 결국 목표를 달성하게 될 것이다'라고 할 때마다 저는 콧방귀 뀌었었습니다. 우주의 기운 따위는 별로 신뢰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목표를 설정, 자주 반복적으로 떠올린다면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냅스가 강화된다는 이야기에는 납득이 되더라고요. 뇌의 가소성, 그리고 반복적으로 동일한 영역을 사용할수록 뇌의 신경이 강화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서야 《돈의 속성》의 저자 김승호 님이 한 강연에서 한 말씀이 이해가 됩니다.  


저는 평생 버릇이 있습니다.
종이에 목표를 써서 스무 살 때부터 가지고 다녔습니다.
20개쯤 쓴 다음에 1년이 지나면 3분의 2는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면 이뤄진 거는 빼고 또 적습니다.

반복해서 30년 동안 했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꿈을 종이에
명확히 적어서 생각하면서
생각대로 지속적으로 활동한 것 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행동을 30년간 해온 사람입니다.   


컬러 배스 효과(Color Bath Effect)라는 것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색으로 목욕을 한다'라는 의미인데요. 한 가지 색에 집중하면 그 색을 가진 사물들이 눈에 띈다는 뜻으로 무언가를 마음에 두면 그것이 유난히 눈에 잘 들어오는 인간의 습성을 말합니다. 다들 이런 경험 있으실 거예요. 노트북을, 혹은 휴대폰을 사고자 모델을 고르고 나면, 그 이후부터 거리에 나서면 해당 모델이 수두룩 빽빽하게 많이 보이는 현상을요. 


목표를 설정, 해당 목표를 자주 보며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행위는 해당 영역과 관련된 뇌의 신경을 강화시킵니다. 이에 우리는 목표에 한 발자국씩 다가갈 수 있는 셈이 되죠.   


② 목표는 행복이다.

행복은 기쁘고 분노하고 슬프고 즐거움을 느끼는 감정의 한 종류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긍정적 감정들의 집합체가 행복이라고만 여겼죠. 하지만 뇌과학에 따르면 행복이라는 감정은 긍정적 화학물질 분비와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일본 정신의학과 의사이자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의 저자 가바시와 시온은, 인간의 뇌에는 행복 물질이 존재하며, 이것이 분비될 때 우리는 행복을 체감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행복 물질은 바로 '도파민'입니다. 결국 '도파민'이라는 물질 분비를 유도할 수 있다면 그토록 바라는 행복한 삶을 사는 게 가능해지는 거죠.


자, 그럼 도파민은 어떠한 상황에서 분비될까요? 여기 쥐 실험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램프가 깜빡거리면 설탕물이 나오는 장치가 있는 사육장에 실험용 쥐를 넣는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쥐는 램프가 깜빡이면 설탕물이 나온다는 것을 학습한다. 그러면 '램프가 깜빡거릴 때'와 '설탕물을 먹을 때' 쥐의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실험을 계속 반복하면 램프가 깜빡거리기만 해도 많은 양의 도파민이 나온다. 쥐의 머릿속에서는 '설탕물을 기대했을 때'와 '실제로 설탕물을 얻었을 때' 이렇게 2회 도파민이 나오는 것이다. 를 인간의 목표 달성에 적용하면 '목표를 설정했을 때'와 '목표를 달성했을 때' 이렇게 2회,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말이다.

-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 가바시와 시온 저, 쌤엔파커스 -


사실은, 해당 내용을 인지하기 전에도 '목표가 있어야 조금은 재미있게 살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습니다. 나름 갓생러의 삶을 살고 있는데요. 어떠한 목적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기에, 그렇다고 놀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기에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할 뿐입니다. 하지만 의미 없이 맹목적으로 행위만 반복하다 보니 '좋다' '나쁘다' '기쁘다' '슬프다' 등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항상 잔잔하고 심심한 마음이었습니다. 


축구 좋아하시죠? 축구가 인기 있는 이유는 골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골대 안에 골을 넣어야 하는 목표를 해내기 위해, 혹은 저지하기 위해 선수들과 팬들이 열광하는 것이죠. 만약 축구가 골대에 골을 넣어야 한다는 목표 없이, 그저 양 방향으로 공만 뻥뻥 차는 운동이었다면 결코 지금과 같은 세계인의 스포츠가 되지는 못했을 겁니다. 몇 번 하다 심심해 그만둘 가능성이 크겠죠.      


미국의 인권운동가 벤자민 메이스는 '인생의 비극이란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무런 목표도 없이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제야 그 말의 의미가 이해됩니다. 목표가 없으면 도파민 분비 기회가 줄어들고, 당연히 행복을 체감하는 기회도 줄어들 테니까 말이죠. 


항상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방법을 몰랐습니다. 어떤 게 행복인지 정의를 내리지 못했으니까요. 행복 추구에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의 방법은 알게 됐습니다. 인생의 방향성과 그것들을 잘게 쪼갠 작은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그것들을 반복적으로 달성함으로써 두 배의 도파민 분비를 이끌어낸다. 이것이 행복으로 가는 하나의 열쇠입니다. 


③ 의미 있는 인생

SBS에서 진행했던 《힐링캠프》에 법륜스님이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진행자였던 이경규 님이 법륜스님께 물어봅니다. 


이경규 님 : 왜 인간은 태어났을까요?
법륜스님 : 인간은 이유가 있어서 태어난 게 아니다.
               태어났기 때문에 이유가 생기는 거다.
               태어나는 데는 이유가 없다.
               주어진 이 삶을 어떻게 살 건지 사람이 선택을 하는 거다.
               '즐겁게 살 건지'
               '괴롭게 살 건지' 말이다.


인간이 태어난 데는 이유가 없습니다. 목적이 있어서 태어난 게 아니에요. 이유가 없기에 인간은 무의미한, 하등 쓸모없는 존재인 걸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우리는 이유나 의미 없이 태어났기에 살면서 스스로 자신에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 아시죠?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꽃이, 비로소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는데요. 우리 삶도 꽃과 다르지 않습니다. 내 삶에 이름을 부여할 때 의미 있는 인생이 될 수 있습니다. 서구 철학에 큰 영향을 끼친 니체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죠. "인간은 의미 없는 존재이다. 그런데 의미 없는 존재가 의미 있는 이유가 있다. 의미 없는 존재의 의미 부여가 바로 너의 삶이다."라고 말입니다.


우리들의 인생은 드넓은 망망대해에 떠있는 배라고들 합니다. 로마시대의 철학자 세네카는 어느 항구로 가야 할지 모른다면 어떤 바람도 옳은 길로 향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저 끝없이 바다에서 떠돌 뿐입니다. 그리곤 계속 뱃멀미에 시달리겠죠. 우리의 지금이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이유는, 결국 스스로 삶의 의미를 발견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어지러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내 인생의 방향성과 목적을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해당 그림에 삽입된 이미지는 AI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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