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킹더랜드』가 끝났습니다. 킹그룹 회장 아들이자 재벌 2세 구원(이준호 님)과 평범한 일반인인 천사랑(임윤아 님)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드라마였습니다. 최종회 시청률이 무려 13.8%에 달할 정도로 인기리에 종영했는데요. 사실 해당 드라마는 1회만 봐도 어느 정도 결말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신분차이로 인해 직면하는 장애물들, 하지만 결국 그것들을 극복하고 해피엔딩을 맞을 거라는 결말을 말이죠. 예상대로 둘은 모두의 축복 속에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드라마는 결혼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저는 결혼 이후를 상상해 봅니다. 구원과 천사랑은 과연 결혼 이후에도 지금처럼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까? 연애 때처럼 여전히 필요할 때 항상 옆에 있어주는 그런 존재일까? 지금처럼 불꽃같은 사랑을 계속할까? 하고 말이죠. (드라마는 그저 드라마로 즐기면 되는데, 성격이 참 삐뚤여졌나 봅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기 전, 2000년에 미국 코넬대에서 연구한 내용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인간행동연구소의 신디아 하잔 교수팀이 사랑을 주제로 2년간 남녀 5,000명을 조사했고,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랑의 감정은 뇌의 화학작용이며
남녀가 만나 2년 정도 지나면
대뇌에 항체가 생겨
더 이상
사랑의 화학 물질이 생성되지 않는다.
사랑은 뇌의 화학물질 분비로 일어나는 감정이며, 이 화학물질은 2년 이후부터는 발생하지 않기에 가슴 뛰는 사랑은 18~30개월이면 사라진다는 결과입니다. 미시간대 로버트 프라이어 교수 역시 사랑에 빠지면 분비되는 세로토닌 호르몬이 상대의 결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해 사람을 눈멀게 만들지만, 그 유효 기간은 2년 정도라고 이야기하네요. (해당내용은『세이노의 가르침』에서 참고)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콩깍지가 씌는 기간은 2년에 불과한 거죠.
올해로 만 결혼 10년 차가 됐는데요. 개인적으로 사랑의 유효기간이 2년이라는, 해당 연구 결과들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아내에게 연애 때나 신혼 초창기처럼 가슴이 콩닥거리는 설렘은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아내가 이 글을 보면 화를 내겠네요. 아내가 못 보게 해야겠습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이전에 에릭과 故이은주 님이 출연했던 〈불새〉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 에릭 님은 여자주인공에게 명대사를 날리죠.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내 마음이 지금 불타고 있잖아요.
주변에 냄새가 날 정도로 불꽃같은, 혹은 온몸에 짜릿한 스파크가 튀는 것만이 사랑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종종 심장 박동수를 자극하는 순간만을 사랑이라 생각하는 듯합니다. 이에 상대방을 향한, 불꽃같은 감정이 사라지면 자신의 사랑을 의심하고, 새로운 불꽃을 찾아 방황하는 경우도 많죠.
사실 저 역시도 얼마 전까지 불꽃같은 사랑만이, 진짜 사랑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많지 않은 연애 경험이지만, 어렸을 때는 불꽃이 사라져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 경험도 있고요. 결혼을 하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아내에 대한 제 사랑을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아내를 보면 이전처럼 설레거나 가슴이 뛰진 않는데, 더 이상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하고 말이죠.
하지만 최근 사랑의 본질은 시간이 지나면 성장하고 변화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관계가 오래되면 될수록 서로에 대한 사랑과 존중의 의미는 달라집니다. 그 사람 덕분에 이런 일만큼은 확실히 일어나지 않는다. 혼자라면 감당하기 어려울 불안과 공포, 물질적인 어려움을 상대로 인해 막아낸다는 마음이 확실해집니다. 그리고 그것을 확신하며 더욱 의미 있는 관계로 깊어지는 것입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로 인해 즐겁고 행복한 마음'만을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랑의 얼굴은 다양하고 만남의 종류나 관계의 지속성에 따라 그 모습을 바꾸곤 합니다.
- 『마음의 지혜』, 김경일 저, 포레스트북스 -
저는 제 아내를 많이 의지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든든한 제 편이죠. 아내와 있을 때 가장 편하고, 나답고, 즐겁습니다. 대인관계를 거의 하지 않는 제가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전혀 느끼지 않는 이유는 항상 아내가 제 옆에 있기 때문입니다. (1년에 개인 약속이 5번 미만일 정도로 은둔형 외톨이입니다.)
종종 아내가 아이들 친구 엄마들과 놀러 가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자유시간이 생겼기 때문이죠. 아내에게 말합니다. 당일치기가 아니라 숙소도 잡고, 길게 놀고 오라고 말이죠. 하지만 막상 아내가 옆에 없으면 허전합니다. 퇴근 이후에도 아내가 아이들 학원 근처에 가 있으면, 저는 개인 시간을 보내지 않고 항상 아내에게 갑니다. 아내와 함께 있을 때, 가장 재미있고 마음이 편하거든요. 비록 두근거리는 마음이 사라진 게 확실하지만, 이러한 항상 함께 하고 싶은 감정 또한 사랑의 한 단면일 수 있다 생각한다면, 저는 아내를 진짜 너무 상당히 사랑합니다.
불꽃같은 사랑을 시작했지만, 그러한 감정은 시간이 지나 사라집니다. (물론 안 그러신 분들도 있겠지만요.) 그럴 때면,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의심하기도 하죠. '내가 과연 상대방을 사랑했던 건가?' 혹은 '나는 지금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는 건가?' 하며 말이죠. 하지만 이거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사랑의 모습은 고정적이지 않고 변화합니다. 불꽃 튀는 사랑만이 아닌, 상대방이 있기에 내가 두려움과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의지가 된다면 그것 또한 사랑의 한 단면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구원과 천사랑 님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