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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민 Mar 05. 2024

당신이 붙들고 사는 여성의 문장

   알라딘에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과 책’이라는 기획전을 준비했다. 지난달에 출판사별로 여성 편집자와 여성 작가 각 1인에게 "당신이 붙들고 사는 여성의 문장과 그 문장이 실린 책을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의 답을 보내달라고 했고, 웨일북에서는 감사하게도 나에게 질문을 넘겨주셨다. 


   고르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울 뻔하다가 현재 다양한 문학 장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국내 작가님들 중에서 고르기로 결심. 그렇게 범위를 좁혀도 여전히 많았다. 

   결국은 아래 둘을 놓고 한참을 망설였다. 


착함은 현상이고 선함은 본질이다. (…) 착함은 일상 속에서 구현되고, 선함은 인생 속에서 구현된다. 

- 김소연, 《마음사전》


표백되지 않은, 무늬 가득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오래전부터 빛의 얼룩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피고 지는 일, 오고가는 모든 것이 자연스레 남은 얼굴. 
 - 신유진, 《창문 너머 어렴풋이》

 

   김소연 시인의 문장을 고르기로 했다. 
 
   신유진 작가의 문장이 중간에 줄임표가 없어 인용도 깔끔하고, 여성들에게 조금 더 친밀하게 울림이 갈 내용 같았다. 
하지만 인생에서 붙들고 사는 문장이라면 김소연 시인의 문장 쪽에 더 무게가 실리고, 여성의 날이니까 더더욱 여성으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말하는 문장을 고르고 싶어졌다. 


   그렇게 고른 문장을 전해 드렸더니 편집자님께서 '이 문장을 고르게 된 이유도 실리면 좋을 텐데요,' 하고 아쉬워하셨다. 그래서 이렇게 뻔뻔하게 만천하에 공개하는 중. '편집자님이 고르실 문장도 궁금해요,' 했더니 웨일북에서는 막내 편집자님께 양보하기로 했다고. "막내 편집자님이 대표로 문장 뽑으셨어요!"라는 말이 참 따뜻하게 들렸다. 막내분께 기회를 주시는 일도, '님'을 붙이고 '뽑으셨어요"라고 존대를 하시는 것도 모두. 


   그러고는 곧 까맣게 잊고 매일 쏟아지는 과제들 속에서 머리 나쁜 여성으로서 어푸어푸 살고 있었는데, 오늘 반짝이는 문장들이 가득 실린 링크가 배달되었다. 

 

   안에 든 보석이 너무 많아서 눈이 부신데, 언뜻 눈에 훅 들어온 문장은 정희진 작가님이 골라주신 아래의 문장. 


 <나혜석의 고백>

우리가 비난받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역사를 채우겠습니까.
 - 정희진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작가


  이렇게 의미 있는 일에 저를 떠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래 페이지에 들르셔서 여성 작가들의 문장이 그간 우리의 삶을 얼마나 힘과 위로와 사랑으로 이끌어 왔는지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62928



   커버 이미지로 사용한 그림은 <세상의 딸들을 위한 미술관(가제)> 원고에 쓰고 싶어서 골라두었던 그림입니다. 맘에 들게 이야기를 풀어내지 못해서 그냥 폴더에 담아두고만 있었는데, 이 글에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서요.  

Woman Reading (Asta Nørregaard, ca. 1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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