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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민 Mar 19. 2024

전복의 즐거움, 그림으로 철학하기

강의합니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의 느낌으로 또다시 알려드립니다. 감사하게도 학기마다 불러주셔서 이번에도 아카데미느티나무에서 4회짜리 온라인 강좌를 맡았습니다. 아카데미느티나무 2024 봄학기 인문학교, 이렇게 써보니 이름부터 온통 연둣빛 봄이네요. 지난 학기에는 부모라는 키워드로 강의를 했는데, 이번 학기의 키워드는 전복(먹는 거 아닌데 먹는 거였으면 좋겠습니다)입니다.

9시 방향 주목

   이번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하는 강의, 즉 미술 작품을 보면서 철학 이야기를 하는 강의예요. <전복의 즐거움, 그림으로 철학하기>라는 제목입니다. 기본적으로 제 책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에서 네 챕터를 골라 살을 덧붙이는 구성인데요. 새로운 그림들을 추가해서 즐겁게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솔직히 이 전복이 더 즐거울 것 같긴 하다 ©요리하는 전도사

   아래에 강좌 일정과, 강의 소개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소개를 소개하다니 왠지 다단계 판매원 같군요.)


   미술과 철학을 연결시켜 이 강의에서 함께 경험하려는 것은 전복(顚覆), 즉 뒤집어보는 즐거움입니다. 나의 삶도, 나를 둘러싼 세상도, 출구를 찾지 못해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내 앞에 놓인 익숙한 풍경을 뒤집어 낯설게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나를 둘러싼 껍질을 깨고 나가 전혀 다른 공기를 마셔보는 것도 좋겠죠? 철학은 기본적으로 전복, 즉 뒤집기와 낯설게 하기를 사랑하는 학문입니다. 


   그중에서도 놀라운 통찰로 기존의 관념을 뒤집어 온 세 명의 철학자를 소개합니다. “신은 죽었다”는 선언으로 지난 이천여 년간의 서양철학과 도덕관념을 단번에 뒤집어엎은 프리드리히 니체, “인간은 모여 살면서 스스로 노예가 된다”라고 말하며 우리 발목에 채워진 보이지 않는 족쇄를 가리켰던 장자크 루소, 자유주의 시대의 한복판에서 “자유를 위해서는 공포에, 정의를 위해서는 불의에 주목하라”라고 일갈한 주디스 슈클라를 차례로 다루고, 마지막 시간에는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시대적 통념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당연함과 익숙함의 굳은살이 박여 있던 시간 속에서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시대정신에 찬물을 끼얹고 시원스럽게 판을 뒤집었던 철학자들을 따라가 보면서, 또 그림을 발칙하게 해석해 보는 즐거움 속에서, 뒤집어 보는 즐거움과 새로운 시선을 갖는 기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출구가 없는 듯한 나와 우리의 현재 상황에서, 신선한 전복적 사고의 실마리를 찾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강좌 일정                              


4.4

니체와 미켈란젤로: 신이 죽었다고?

먼저 ‘뒤집어 보는 즐거움’을 효과적으로 선보일 철학자와 미술 작품의 조합으로서, 니체의 “신은 죽었다”는 선언과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엮어 이야기합니다. 그림들을 발칙하게 해석해 보면서 신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전복이라는 키워드를 살펴볼 것입니다. 신이 죽었다면 그 뒤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4.11

루소와 파울 클레: 인간이 모여 살면 타락한다고?

인간 이성의 신뢰를 바탕으로 빛나는 진보를 꿈꾸던 이들에게 “공동체로의 이행은 자발적 노예 서약과 같다”라고 선언한 장자크 루소가 바라본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계몽주의를 비판한 계몽주의자’로 알려진 루소의 철학을 통해 눈앞에 있는 풍경의 이면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파울 클레의 작품을 통해 반전의 카타르시스를 느껴 봅시다. 공동체는 인간을 타락하게 하는 걸까요?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4.18

슈클라와 클림트: 정의를 위해 불의에 주목하라고?

제도와 권리 중심으로 자유주의가 가리키는 청사진의 희망에 부풀었던 시대에 “자유를 위해서는 공포에, 정의를 위해서는 불의에 주목하라”라고 일갈한 철학자가 있습니다. 단순히 반대로만 알던 개념에 새로 주목하는 슈클라의 철학은 클림트의 그림을 얹어 보면 그 효과가 배가 될 것입니다.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 삶 속 뺄셈의 미학에 관해서도 함께 성찰해 보기를 권합니다.  


4.25

화폭 속의 개인 – 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니체와 루소, 슈클라 철학의 수렴점으로 ‘전복’을 꼽았지만, 이 강의가 결론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모습입니다. 현재의 시대적 통념과, 그 안에서 안일한 마음으로 안주하고 있는지도 모를 우리의 자화상을 살피는 것으로 강의를 마무리합니다. 화폭 속에서 변해가는 개인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人間)이라는 단어를 조금 더 새롭고 전복적인 방향으로 성찰해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4월 4일부터 25일까지 매주 목요일 19:30-21:30, 두 시간씩 총 4주에 걸쳐 만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놀러 오세요! 신청은 아래 링크에서 하시면 됩니다.

https://academy.peoplepower21.org/courses/41606/


   일정 확인하러 아카데미느티나무 홈페이지에 들렀다가, "다정한 이진민 선생님은 옳다"라는 제목의 지난 강좌 후기가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지난번에는 <함께 성장하는 부모와 아이를 위한 철학>이라는 제목으로, 제 책 <아이라는 숲>에서 다룬 이야기들을 주로 나누었는데요. 황송해서 가출하고 싶은 후기를 남겨 주셨네요. 부끄러우니까 박제합니다. (인과관계가 제법 아름답다.)


이렇게 좋은 선생님의 강연 안 듣는 사람 없게 해 주세요!


다채롭고 신선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꾼 '이진민 선생님'을 만난 건 2023년 한 해 통틀어 가장 흥미롭고 긍정적인 자극이었어요!


원래 오래전부터 이 선생님을 알고 있지는 못했는데요. 요 근래 몇 년 사이 제 삶 속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철학에 대해 궁금함을 가지고 있던 차에, 선생님의 브런치 글이 마음을 쿵 하고 두드려서 부리나케 강연을 신청했습니다.


다양한 관점을 넘나들며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상식이지만 미처 귀와 눈을 그쪽으로 관심 있게 기울이지 못하는 저 같은 이에게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펼쳐 주셨어요.


4주 내내 감탄했고, 모든 주제를 고요하게 진지한 마음으로 경청할 수밖에 없을 만큼 저에게는 신선하고 긍정적인 파동이었어요. 그래서 다시듣기 하며 제가 처음 들으며 놓친 빈틈을 채우고 싶었기에 제 생에 최초로 온라인 강연 복습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빠짐없이 녹화를 해 주신 S 선생님의 수고 덕분이지요.)


하루 두 시간 강연이 선생님께서 준비하고 진행하시기에 너무 긴 시간일까 염려되기는 했지만, 중간에 잠시 쉬어가서 듣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좋은 강연을 만나 2023년을 잘 보내주고, 희망찬 2024년을 기대하는 마음가짐이 조금 더 단단해진 것 같습니다.


생소하지만 다양한 관점의 사유를 펼쳐내서 좀 더 이해해 보고 싶고 배우고 싶은 철학하는 사람들의 거침없는 발자취를 따라가며, 제 삶 속 문제와 고민들에는 조금 거리를 두고 삐딱하게 보며 저 나름대로 질문을 던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하면서도 다정함을 잃지 않는 연습을 꾸준히 해보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


누구십니까 자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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