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교육 H아카데미에서 '그림으로 철학하기' 강의합니다
한겨레교육에서 '막돼먹은 교양클럽'의 일환으로 '그림으로 발칙하게 철학하기'라는 강의를 맡게 되었습니다. 미술과 철학을 엮어 함께 생각하면서, 마지막 시간에는 각자 좋아하는 맥주나 음료를 가지고 모이는 철학 Pub을 여는 4회짜리 강의예요. 직접 건배하며 만나면 좋겠지만, 몸뚱이가 독일에 있는지라 줌으로 하는 온라인 강의입니다.
3월 7일부터 28일까지 매주 화요일, 한국 시간으로 19:30-21:30에 만납니다. 강의 소개와 커리큘럼을 붙여둘게요. 과, 관심(....과 돈.....)이 있으시면 저랑 만나서 노시죠 :)
강의 소개
니체는 왜 신이 죽었다고 선언했을까?
공동체에 대한 홉스, 로크, 루소의 생각은 어떻게 다를까?
정의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마주한 여러분, 할 말이 선뜻 떠오르시나요?
이번엔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미켈란젤로 <천지창조>의 일부입니다.
어느 쪽이 신이고 어느 쪽이 인간일까요?
각자의 손은 왜 저런 모양으로 표현되어 있을까요?
여기 두 개의 사과나무 그림이 있습니다. 두 그림의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가요?
각 사과나무가 서 있는 곳의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 것 같나요?
예수님께서 주먹질하시는 이 그림, 본 적 있으신가요? 여러분은 이 그림을 보고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어떠세요? 눈앞에 그림이 보이니 할 말이 제법 떠오르지 않나요?
그림은 대체로 침묵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생각의 도구가 됩니다. 그림을 해석하는 순간 우리는 누구나 철학자가 되죠. 막연하던 철학적 질문들은 그림이라는 물성을 매개로 할 때 더욱 직관적으로 와닿게 됩니다.
신, 공동체, 정의, 인간.
앞으로 4주 동안 우리가 다룰 철학적 주제입니다.
이 주제들이 미켈란젤로, 클림트 등의 작품과 만날 때 어떻게 더 구체적인 질문으로 변하는지 직접 경험해 보세요. 철학이 이토록 감각적인 것이었는지, 미술에 대한 감상이 이토록 풍부해질 수 있는지 느끼게 되실 겁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사고의 지평은 한 뼘쯤 넓어져 있을 거고요.
철학과 미술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사람을 사유하게 만드는데 그 아름다운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강의에서는 미술을 도구 삼아 생각하는 놀이, 그림으로 철학을 맛보는 놀이를 할 예정이에요. 마지막 시간에는 여러분 마음에 가장 와닿은 그림과 철학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거창한 얘기가 아닐수록 좋습니다. 각자의 취향을 자유롭게 나누며 우리만의 향연을 누려봐요.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미술과 철학, 가볍지만 진지하게 접해보고 싶은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쌓일수록 양쪽 모두를 편히 느끼고 사유의 근육도 키울 수 있을 거예요.
미술과 철학에 관심은 있지만 이에 대한 생각을 나눌 기회가 없었던 분들, 어서 오세요.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함께 놀면서 서로의 생각이 확장되는 과정을 경험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맥주를 좋아하시는 분들, 특별히 환영합니다.
커리큘럼 (총 4 회)
각 회차당 토론(을 빙자한 수다) 시간과, 부담 없는 분량의 과제가 주어집니다. 과제는 자유롭게 선택하여 원하는 만큼 하시면 됩니다.
1강: 천지창조를 바라보는 발칙한 시선
첫 시간에는 그림을 통해 생각을 자유롭게 뻗어보는 연습을 합니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지창조’의 일부분을 보면서 신과 인간 사이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고, 그림 위에 니체의 철학을 살짝 얹어볼 예정입니다. 그림을 발칙하게 바라보는 일, 생각도 발칙하게 뻗어보는 일의 즐거움을 함께 맛보시지요.
- 토론: 제시된 그림을 보면서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지 함께 상상해 볼까요?
- 과제: 니체의 <선악의 저편>에서 발췌한 잠언들 몇 가지를 읽고 그중 하나를 골라 어울리는 그림을 찾아보세요.
2강: 사과나무와 새, 그리고 벌거벗은 인간들
우리는 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일까요? 인간들이 그렇게 사회를 이루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유명한 철학자 삼인방 홉스, 로크, 루소를 불러 그들의 생각을 비교해 봅니다. 두 개의 사과나무 그림과 벌거벗은 두 인간의 만남을 새긴 판화, 그리고 새들이 오밀조밀 그려진 그림들이 우리에게 힌트를 줄 거예요.
- 토론: 홉스, 로크, 루소라면 지구 온난화 문제를 각각 어떻게 해결할지 함께 상상하고 이야기 나눠 볼게요.
- 과제: 홉스, 로크, 루소 중 한 명을 선택해 해당 철학자가 떠오르는 그림을 찾아보고, 그 이유를 2-3 단락 정도 써보시기 바랍니다.
3강: 정의는 어떻게 그려야 할까
'황금의 화가'로 알려진 클림트가 빈 대학 강당 천장에 시커먼 흑백의 그림을 남겨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클림트의 빈 대학 천장화 스캔들을 둘러싸고 정의와 불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합니다. 철학자 슈클라가 클림트의 그림과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해 주세요.
- 토론: 광고 이미지들을 보면서 그 안에 담겨 있는 정의와 불의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 과제: 1-3강에서 이야기 나눴던 철학자 또는 그림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가지를 골라 이에 어울리는 술이나 음료를 골라 주세요. 그간 등장하지 않았던 최애 철학자도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마지막 4강 때는 그 술이나 음료를 챙겨 와 주세요!
4강: 철학 pub (미술, 철학, 대화의 향연)
각자 좋아하는 맥주나 음료를 마시면서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는 시간. 그간 등장했던 철학자들을 술에 비유하면 어떤 술이 될지 상상하면서, 그간 활자로만 존재해서 더 멀게 느껴졌을 철학자들을 이미지와 감각으로 변환해 나눠 가지면 어떨까요?
저는 술과 관련된 미술 작품들과 함께, 니체가 <비극의 탄생>에서 말한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론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그동안 제출해 주신 과제 중에서 몇 개를 골라 함께 보면서 복습도 하고 영감도 나누는 시간도 가져볼 거예요.
철학 pub에서는 이성과 감정, 인간의 양면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남길 수 있을 거예요. 나라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론적 질문 하나씩 품고 해산하는 게 목표입니다.
강의 신청
신청은 아래 링크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간만에 홍보 사피엔스가 되려니 좀 부끄럽네요.
+
5월에는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카데미에서 <공존의 시대를 위한 철학>이라는 제목의 3회짜리 강의도 합니다. 그건 나중에 또 알려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