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민 Oct 13. 2024

어른이 되어서 다시 하는 말 공부

강의합니다

12시 방향 주목!...이라고 쓰는데 저는 옆에 있는 이문재 시인의 강좌에 눈이 팔려 있는 중


  참여연대 느티나무아카데미에서 가을학기 강좌를 열고 다시 불러주셨습니다. 이번에는 [어른이 되어서 다시 하는 말 공부]라는 제목입니다. 
 
   저도 이 주제로는 처음 여는 강좌라서 두근거리고 신나네요. 많이들 오셔서 말에 관한 이야기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다시 하는 말 공부


    어른들의 말 공부가 필요합니다. 말 공부는 말을 막 배우기 시작하는 아기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평생에 걸쳐 말을 배우고 바로 잡으며, 단어 이면에 놓인 이야기를 궁금해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여기는 차별과 혐오의 이면에는 “말이 통해야 무슨 얘길 하지!” 하는 체념의 정서가 깊이 깔려 있는데, 말이 통하려면 우선 근본적으로 우리가 쓰는 말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서로 사용하는 말이 다른 단절된 상황, 같은 단어라 하더라도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하는 분절된 상황에서 소통과 연대가 과연 가능할까요? 
 

   어렸을 때 세상 만물의 이름이 궁금했던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더 이상 우리가 사용하는 말들을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용어를 익히기 급급한 나머지, 단어를 사유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게을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른일수록 더욱 말에 대한 성찰을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평생을 사용해 왔으니 다 안다고,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우리에겐 모태신앙과 같은 한국어, 그 익숙하지만 모호한 믿음을 공적으로 해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라를 다스린다면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공자는 “이름을 바로잡겠다” 하고 말합니다. 이름이 바로잡히지 않고 말이 바르지 않으면 결국 사회 전체가 망가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죠. 공자에게 정치란, 사람들이 언어를 바탕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세계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말했을 때, 그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도 인간의 언어 능력입니다. 우리는 언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공통되는(common) 것을 추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커뮤니티(community), 즉 정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합니다. 이렇게 동서양의 철학자들이 입을 모아 언급하듯이, 말을 바로잡고 이를 사용해 소통하며 연대하는 것은 정치적 주체인 시민의 중요한 의무이기도 합니다.


   작은 단어 안에 얼마나 큰 이야기가 들어있는지, 수 세기에 걸친 희로애락의 퇴적층이 두껍게 쌓여 있는지 생각하면 새삼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익숙한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는 희한한 경험, 낯선 언어가 익숙한 세계를 휘젓는 철학적 순간들, 말 공부에 주목해야 하는 필요에 관한 깨달음, 어른이 되어서 다시 하는 말 공부에서 함께 만나 보시죠.                    
 


신청 링크는 아래에 있습니다.


https://academy.peoplepower21.org/courses/41651/

 #강좌 #느티나무아카데미 #어른이되어서다시하는말공부




출간이나 강의, 북토크 등 홍보에 관련된 글들을 따로 모아 두려고 <홍보 사피엔스>라는 매거진을 만들었습니다. 중간중간 짧게 광고를 붙인 글들은 빼고 큰 글들만 옮겨 왔어요. 매거진을 만들고 관련된 글들을 옮겨 담으며 저의 귀여운(...) 발자취를 돌아보고 있으려니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그간 애썼다는 마음도 드네요.

요즘 제가 출간, 강의, 북토크 일정이 삼위일체로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어서 브런치에 예전만큼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요. 신경을 못 쓴다는 말은 여기에다 글다운 글을 못 쓰고 있다는 것뿐 아니라,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챙겨 읽지 못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진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조금 나아지면 돌아올게요. 


사흘 전 모두를 기쁘게 했던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 소식 이후 글을 쓰는 행위와 작가라는 이름에 대한 관심이 벅차게 밀려들고 있는 24년의 10월에, 그간 하루 세끼 밥 지어먹듯 담담하고 부지런하게 쓰고 읽어 온 모든 이들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모두 평안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함께 읽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