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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ronde May 17. 2022

제갈량의 북벌 (9) - 오장원에 지는 별

제갈량의 죽음과 사후 처리

제갈량



제갈량의 죽음



  제갈량이 쓰러졌다. 당시 기준으로 고령 축에 속하는 50대 중반의 나이, 7년간의 다섯 번의 북벌, 유비 사후 황제를 대신해 거의 모든 국정을 혼자 처리할 정도의 과도한 업무, 그리고 완벽주의자라는 성격과 타고난 워커홀릭. 그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많았다. 그도 분명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했다. 그는 혼절한 채로 병상에 누웠다.

   다시 깨어난 제갈량은 죽음을 직감했다. 자신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강유, 비의, 양의를 부른다. 그리고 유언을 전한다. 그는 유언에서도 조차 미래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 치밀하게 계산하고 떠났다.

 



 “이번 북벌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제 건강까지는 차마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군대가 갑작스럽게 퇴각한다면 사마의는 분명히 나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것입니다. 강유 장군께서 병력의 퇴각을 지휘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갈량은 군사적 재능이 가장 뛰어난 강유에게 퇴각을 맡겼다.



  “위연 장군은 워낙 강직해 퇴각 명령을 듣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장군께서 퇴각 명령을 듣지 않는 다면 그대로 두고 가십시오. 저는 이대로 떠나지만 앞으로 당분간 북벌은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그가 유언을 남기자 촉나라 참모들은 눈물바다가 된다. 곧 유선에게 보낼 유언장 역시 작성하게 했다.



  “저는 성도에 먹고살만한 땅이 있어 저의 자제들에게 따로 위로금을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를 비롯한 장수들 모두 국가의 녹을 받고 있으니 만약 국가의 위급한 순간에는 언제든지 저의 땅에서 나오는 물자를 쓰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그의 측근들은 제갈량에게 뒤를 이을만한 사람을 추천해달라고 물었다.

  


  “장완이라면 저의 뒤를 물려받기에 충분합니다.”
  “그 뒤는 누가 좋을까요?”
  “비의”

  

  이 말을 끝으로 제갈량은 완전히 숨을 거둔다. 그의 나이 54살이었다.



장완 (  출처 :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 )



  동양사 최고의 지략가이자 천재의 대명사, 제갈량은 234년 세상을 떠난다. 그의 삶은 보면 충분히 그가 왜 천재라 불리는지 알 수 있다. 뛰어난 전략가는 많다. 군사적 재능으로만 봤을 때는 그가 최고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대국적인 관점에서 상황에 맞게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동시에 그에 맞게 행동으로 옮긴 사람은 그가 유일무이하다. 제갈량은 설계자이면서 동시에 수행자였다. 제갈량의 일대기를 보면 그가 승부사적 기질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판을 그리고 어떤 선택지를 골라야 유리한지 기가 막히게 판단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리스크 관리다. 마치 주식 시장의 워런 버핏처럼 절대 잃지 않는 방식의 병력 운용을 보여왔다. 병력 손실을 극도로 지양하고 안정적으로 하나씩 자신의 패 안으로 가져오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이는 약소국이 강대국을 공략하는데 중요한 자세였다. 그는 촉나라 백성과 병사 하나하나의 목숨을 중히 여겼다. 이 방식은 위나라에게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왔다. 사마의가 아닌 참을성 없는 지휘관이 왔다면 분명 제갈량에게 크게 당했을 것이다. 위나라 최고 베테랑 장합조차 제갈량에게 당했다.


  유비의 꿈을 이어받아 그가 7년간 실시한 북벌도 결국 실패로 끝이 났다. 분명 위나라에게 큰 위협을 가하고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219년 관우 사후부터 234년까지 근 15년간의 중국 역사는 그의 움직임에 따라 쭉 흘러갔다. 중국 역사에 제갈량이 끼친 영향은 상당했다.


  우선은 그의 죽음으로 종결된 5차 북벌을 어떻게 마무리하게 되었는지 살펴보자.



삼국지 드라마의 한 장면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다



  촉나라는 제갈량 1인 국가라고 칭해도 될 정도로 내정, 군사, 행정 등 모든 분야의 업무가 그의 손을 거쳤다. 그런 사람이 죽게 된 것이니 제갈량의 사망은 촉나라 전체의 위기를 의미했다.


  제갈량이 죽고 오장원에 남게 된 강유와 비의. 둘은 제갈량이 죽었다는 소식을 숨기며 안전하게 촉으로 군사를 철수시켜야 한다. 우선 비의는 제갈량이 부고를 알리지 않은 채 위연의 의중을 떠보기로 한다. 비의는 현재 승상의 병세가 위태롭다며, 여차하면 군사를 퇴각시켜야 할 것 같다고 언급한다. 하지만 위연은 승상이 죽는다 하더라도 위나라를 끝까지 공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 뒤 재지 않는 위연은 명에 따라 군사를 물릴 리 없었다. 이 말을 들자 비의는 위연이 곧 배신하겠다는 걸 알아챈다.

  위연은 명실상부 촉나라 최고의 무장이었다. 능력면에서는 워낙 출중했다. 문제는 성격이었다. 위연은 다루기 매우 힘든 장수였다. 양의를 비롯해 대부분 주변 동료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직장생활에서도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성격이 모난 동료 한 명만 있어도 그 조직의 전체 성과는 크게 떨어진다. 그나마 제갈량이라는 뛰어난 리더가 간신히 그를 촉나라에서 쓸만한 장수로 만든 셈이었다.


  오장원에 돌아온 비의는 그가 군사를 물릴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강유는 하는 수 없이 위연을 내버려 두고 퇴각을 준비한다. 촉은 오장원에 오래 머물렸기에 퇴각 준비도 오래 걸렸다. 그사이 위연이 눈치를 챘다. 위연은 제갈량이 죽었다는 걸 알게 되자 사실을 숨긴 강유와 비의가 괘씸했다. 기분이 상한 위연은 반란을 계획한다.


강유 (  출처 :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 )


  위연은 빠르게 움직였다. 본대보다 먼저 철수하기 시작했다. 위연은 야곡을 넘어 한중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을 빼놓고 도망간 게 괘씸했는지 본대가 도망치지 못하게 야곡의 잔도를 모두 파괴하고 도망갔다. 촉의 본대가 퇴각하려고 보니 야곡의 잔도가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강유는 왕평에게 잔도 외의 다른 퇴각로를 확보하라고 명령했다.

  눈치 백 단 사마의도 촉나라의 움직임을 감지했다. 별다른 문제가 있지 않는 한 촉의 본대가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돌아갈 리 없었다. 심지어 촉군은 빠른 퇴각을 위해 군량도 버리고 도망갔다. 분명 촉이 이렇게 군사를 급히 돌리는 것은 제갈량이 죽음밖에 없았다. 사마의는 미현에 있는 병력을 이끌고 촉의 뒤를 잡기 위해 출발했다.


 이렇게 되자 촉나라는 앞쪽에는 길이 막혀있고, 뒤쪽에는 위나라의 병사들에 갇혀 포위가 되고 만 것이다.


  강유는 여기서 기지를 발휘한다. 촉의 본대 최후방에서 군사를 지휘하던 양의에게 군사를 돌려 사마의의 본대와 맞서 싸우라고 지시한다. 이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하지만 신중한 성격의 사마의라면 말이 달랐다.


  양의의 군대가 갑자기 뒤를 공격하자 당황한 사마의는 자신이 제갈량의 계책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사마의도 너무 신중했다. 위나라 군대는 곧장 퇴각하기 시작한다. 강유의 블러핑은 제대로 먹혔다. 사마의가 제갈량이랑 오장원에서 대치하는 동안 선제공격을 하지 않으려 신중한 것을 역이용한 것이다. 시간을 벌게 된 촉의 군대는 그 사이 왕평이 샛길을 확보하여 안전하게 퇴각하는 데 성공한다. 죽기 전 병력 지휘를 강유에게 맡긴 제갈량의 안목이 다시 발휘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사람들 사이에서는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겼다’라는 말이 떠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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