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 다가가려 한 이카로스와 그리스 신화의 천재 다이달로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허구의 이야기로 역사적 사실과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인간의 도전 정신은 끝이 없다. 그 정신으로 문명은 발전해왔다. 하지만 한계도 존재한다. 현재의 기술로도 불가능한 건 있다. 태양계 밖으로 나갈 수 없고 하늘에 비를 내리게 할 수도 없다. 잠을 안 자고 살아갈 수도 없고, 생리 현상을 안 하는 방법도 아직은 없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꿈은 분명 크게 가져야 한다. 동시에 자기 객관화도 필요하다. 재능이 없는 분야에 계속 도전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자기 객관화가 안된 꿈은 망상으로 남을 것이고 반대는 현실이 된다. 사람은 욕망도 크고 한계도 명확하다.
오늘 설명할 그리스 신화 속 인물도 인간의 이중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인간의 도전 정신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그에 대한 한계를 보여주는 인물. 바로 이카로스다.
지중해 동부, 터키와 그리스 사이 거대한 섬이 하나 있다. 그리스에서 가장 큰 크레타 섬이다. 다소 논란은 있지만 크레타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이 존재했다. 이 문명이 그리스 역사의 태동으로 볼 수 있는 미노스 문명이다. 미노스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크레타 왕국을 세운 왕의 이름이다. 이카로스의 이야기는 바로 미노스 왕에서 시작된다.
크레타를 세운 미노스는 제우스와 에우로페 사이에서 나온 아들이다. 에우로페는 지중해 동부에 위치한 페니키아의 공주였다. 올림푸스에 있던 제우스는 에우로페를 보고 한눈에 반해 그녀를 데리고 크레타 섬으로 간다. 그리고 둘이 사랑은 나누던 와중 바로 미노스가 탄생하게 되었다.
에우로페를 영어 식으로 발음하면 '유로파'이다. 유럽이라는 말은 바로 여기서 나왔다.
미노스는 포세이돈의 도움을 받아 크레타의 왕에 오른다. 포세이돈은 미노스에게 황소를 공물로 바치라고 일렀다. 하지만 미노스는 크레타에 좋은 황소가 없다는 핑계를 대며 미뤘다. 화가 난 포세이돈은 미노스의 부인인 파시파에가 소와 정을 통하게 만들었다. 파시파에는 소와 관계를 맺고 자식을 낳게 된다. 이때 태어난 괴물이 바로 미노타우로스다.
미노타우로스는 소의 머리를 가졌지만 몸은 인간이었다. 이 괴물은 굉장히 포악했는데 청년이 되자 주변 사람들을 마구 죽였다.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 수준에 이르자 미노스 왕은 엄청 큰 감옥에 가두기로 한다. 자신의 아들이라 차마 죽일 수는 없었다. 당대 최고의 조각가 다이달로스를 초정해 미노타우로스를 가둘 미궁 설계를 명령한다. 당시 크레타는 아테네 왕국과 전쟁을 이겨 승전의 대가로 매년 7명의 아테네 남자들이 포로로 크레타에 왔다. 이들은 모두 미노타우로스의 먹이가 되었다.
아테네 출신이었던 다이달로스는 손재주가 대단했다. 그는 질투심이 상당했다. 그는 조카 페르딕스를 가르쳤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페르딕스의 실력이 다이달로스를 앞질렀다. 사람들 사이에서 페르딕스가 더 능력이 좋다는 평이 돌기 시작한다. 질투심이 많았던 다이달로스는 자신의 조카를 절벽으로 유인한 뒤 떨어트려 죽인다. 어떤 문헌에서는 떨어지기 직전 평화의 여신 아테네가 그를 가엽게 여겨 살려주고 올림푸스로 데려갔다고 한다.
결국 조카를 죽인 다이달로스는 아테네 왕에게 사로잡힌다. 워낙 능력이 뛰어나 죽이기에 아까워 그를 크레타 섬으로 유배 보낸다. 다이달로스는 크레타로 그렇게 오게 되었다. 소식을 들을 미노스는 곧바로 그를 데려온다. 다이달로스는 미노스를 위해 미노타우로스가 절대 빠져나오지 못할 만한 거대한 미로 같은 감옥을 만든다. 이 미궁의 이름은 라비린토스였다. 이곳에 한번 들어간 아테네 포로들은 살아남지 못하고 전부 미노타우로스의 먹이가 되었다. 그리고 미노스는 감옥을 한번 들어가면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다이달로스에게 라비린토스의 설계도를 불태워 없애게 했다.
신화의 내용을 빗대어 볼 때 미노스 문명은 황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크레타에서 출토된 문화제를 보면 황소가 자주 나온다. 그들은 아마 황소를 신성시했다. 왕비가 소와 관계를 맺고 반인반우의 왕자가 태어난 것 역시 관련이 깊다. 크레타 섬에서 발견된 여러 벽화에는 황소와 관련된 벽화가 자주 등장한다.
미노스 왕의 총애를 받으며 살아가던 다이달로스에게 변화가 찾아오게 된다. 바로 테세우스의 등장이다.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는 어릴 적부터 매우 총명했다. 아버지이자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는 아들을 사랑했다. 아테네에는 한 가지 골칫거리가 있었는데 매년 크레타로 보내는 포로였다. 크레타로 간 포로들은 절대 본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아이게우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들을 부른다. 무술에도 일가견이 있던 테세우스는 변장을 하고 크레타로 숨어 들어가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하고 오겠다 약속했다. 아이게우스는 크레타로 아들을 보내며 살아 돌아오게 되면 배에 흰 돛을 하고, 그렇지 못한다면 검을 돛을 단 채로 돌아오라고 지시했다.
크레타에 도착한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가 라비린토스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이 미궁의 설계자가 다이달로스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아테네 출신이었던 테세우스는 다이달로스의 실력이면 살아서 나오는 게 쉽지 않겠다 생각했다. 테세우스가 곤경을 빠져나간 방법은 미남계였다. 테세우스는 미노스의 장녀인 아리아드네를 유혹한다.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에게 완전히 반했고 그의 계획을 돕는다. 테세우스는 자신이 아테네를 위해 미노타우로스를 죽이러 왔다고 털어놓는다. 평소 이복동생인 미노타우로스가 사람들을 마구 죽이는 모습을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던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를 돕기로 한다.
아리아드네는 다이달로스를 찾아간다. 아리아드네는 동생을 안 본 지 너무 오래되어 미궁 속에 갇힌 미노타우로스의 얼굴을 오랜만에 보고 싶다고 말한다. 다이달로스는 이미 설계서를 불태워 없애 한번 미궁에 들어가면 나올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아리아드네가 사정하자 다이달로스는 실타래 하나를 건네준다. 실을 미궁 입구에 묶어 놓고 실타래를 풀면서 미궁으로 들어가 미노타우로스를 만나고 다시 실을 따라 빠져나오라고 말한다. 아리아드네는 다이달로스의 실타래를 곧장 테세우스 갇다준다.
실타래를 받은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와 결전을 벌이고 그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 목적을 달성한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와 함께 배를 타고 아테네로 귀환한다.
아테네로 귀환하는 테세우스는 중간에 있던 낙소스 섬에서 잠시 정박했다. 휴식 중 갑작스러운 기상악화로 재빠르게 배를 타고 다시 나가게 되는 데 아리아드네를 태우지 못하고 나간다. 테세우스는 그녀를 데리고 오지 못한 슬픔에 빠져 돛의 색깔을 바꾸는 것을 잊었다. 저 멀리서 검은 돛의 배를 본 아이게우스는 아들이 죽은 줄 알고 그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는다. 아테네에 돌아온 테세우스는 그대로 왕에 오르게 아테네를 부흥시켰다.
그 이후에 테세우스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오늘은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에게 집중하기로 하자. 그에 대한 신화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잘 나타나 있다.
미노스 왕은 자신의 아들, 미노타우로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괴물이기는 하지만 그는 엄연한 왕자였다. 아들이 아테네의 왕자에게 죽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다. 미노스는 미노타우로스가 죽게 된 자초지종을 모두 듣고 이 모든 방법이 다이달로스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이달로스에게 농락당한 미노스는 그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를 라비린토스에 가둔다. 결국 다이달로스는 자신이 만든 감옥에 갇히게 되는 수모를 겪게 된다. 다이달로스는 아무리 자기가 만든 감옥이지만 탈출 방법을 알지 못했다. 이미 설계서는 불태워 버렸고 잡혀 들어온 것이라 실타래도 없었다. 워낙 정교하게 만든 미궁이라 도저히 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리스 최고의 천재 다이달로스에게 불가능은 없었다.
라비린토스에서는 조그마한 창문이 하나 있었다. 그 창문을 통해 새의 깃털이 들어왔다. 그리고 워낙 큰 미궁이라 미궁 곳곳에 벌집도 있었다.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을 모아 밀랍으로 붙인 뒤 팔에 묶어 날개를 만들어 새처럼 날아 미궁을 탈출하기로 한다. 둘은 탈출 준비를 마쳤다.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에게 너무 높게 올라가면 태양열로 인해 밀랍이 녹을 수 있고, 바다 근처로 가면 날개가 물에 젖게 되므로 적절한 고도를 유지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둘을 드디어 지긋지긋한 미궁을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다이달로스의 계획은 완벽했다. 둘을 팔을 휘저으며 빠른 속도로 크레타 섬을 벗어났다. 미노스 왕에게서 드디어 벗어나게 되어 기뻤다. 다이달로스는 적절한 고도를 유지하며 비행했다.
그러나 이카로스는 달랐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비행의 재미가 그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조언을 무시한 채 고도를 계속 올렸다. 자신이 마치 새가 된 것 마냥 더욱 높은 고도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다이달로스는 이카로스를 말렸지만 그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위로 치솟았다. 태양에 가까워진 이카로스의 날개의 밀랍이 녹기 시작했다. 결국 깃털이 하나둘씩 빠지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녹아 없어지고 말았다. 이카로스는 그대로 추락해 사망했다.
다이달로스는 아들이 떨어졌을 만한 곳을 계속 수색했다. 간신히 아들의 시신을 찾아 수습했다. 깊은 슬픔에 빠졌지만 미노스의 추적으로부터 벗어나려면 계속 도망가야 했다. 다이달로스는 시칠리아 섬에 있는 카미코스라는 도시에 도착한다. 그의 재능을 알고 있던 카미코스의 왕 코칼로스는 다이달로스를 환대했다. 그는 왕의 환대에 보답하고자 성대한 목욕탕을 제작했다.
미노스는 다이달로스가 탈출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자존심이 강한 미노스는 어떻게든 다이달로스를 잡아들여야 했다. 그는 주변 모든 왕국에게 한 가지 문제를 낸다. 소라 껍데기의 꼭지에 조그마한 구멍을 내고 그 사이에 실을 연결하는 자에게 금 한 자루를 하사하겠다 전했다. 소라 껍데기의 경우 안의 구조가 복잡해 손으로는 쉽게 연결하기 어렵다. 소식을 들을 코칼로스는 다이달로스를 부른다.
그리스 신화 뇌섹남 다이달로스는 이 문제를 단 하루 만에 해결한다. 개미허리에 실을 묶고 껍데기 반대편에 꿀을 발라 놓았다. 개미는 꿀 냄새를 맡고 스스로 소라 반대편으로 이동해 소라 내부에 실을 연결했다.
미노스는 코칼로스가 이 문제를 풀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시칠리아로 향한다. 다이달로스 말고는 이 문제를 풀 사람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이달로스에게 은혜를 입은 코칼로스는 끝까지 그가 없다고 잡아뗀다. 코칼로스는 다이달로스에게 미노스를 떼어낼 방법을 묻는다.
코칼로스는 계락에 따라 미노스를 목욕탕으로 초대했다. 성대한 목욕탕이라 분명 그가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먼길을 달려온 미노스는 하루 쉬어야겠다며 목욕탕으로 들어간다. 성대하고 정교한 목욕탕 구조를 보고 이런 건축물을 만들 사람은 다이달로스 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그렇게 목욕을 하는 사이 갑자기 목욕탕의 물이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펄펄 끓는 물속에 몸을 담근 미노스는 몸 전체가 타들어 가 죽고 만다. 다이달로스의 계략에 따라 미노스는 죽게 된다.
이카로스는 허무하게 죽었다. 지중해 동부에 있는 이카리아 섬에 그가 떨어져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물론, 신화 속 이야기일 뿐이다. 이카로스의 날개는 미지에 세상에 대한 동경과 동시에 그걸 알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의미한다. 이카루스는 날개를 가지게 되며 스스로를 보통 인간들과 다르다 생각했다.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이카로스는 지구 밖의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태양에 가까이 가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다. 한계를 알았던 다이달로스와 달리 이카로스는 계속 질주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는 여전히 인간이었다. 무리한 호기심은 곧 죽음을 가져왔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맹신이 초래한 끔찍한 결과였다. 이처럼 객관화되지 않은 무모한 도전은 끝이 좋지 못하다. 이카로스의 날개는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려는 도전 혹은 고착화된 사회에서 변화를 가져오려고 하지만 결국 실패할 때 자주 소환된다.
브라이언 포겔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이카루스'는 러시아 국가대표의 약물 복용 사건을 다룬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러시아 국가대표팀은 금지 약물을 복용하고 체육 협회에서 주도적으로 약물을 복용한 혐의가 드러났다. 이 작품의 제목이 '이카루스'인 이유는 약물 복용은 인간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이자 스포츠 정신의 위배였다. 그러나 러시아 국가대표는 이를 어겼다. 모든 사람들은 때론 약물 복용에 대한 유혹에 휩싸인다. 약물을 복용하면 신체 능력이 월등히 좋아진다. 하지만 스포츠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수년간 수많은 연습과 자기 관리를 통해 대회에 출전하여 정해진 룰 안에서 경쟁하는 것이 스포츠 정신이다. 약물 복용은 이를 완전히 무시한 편법이다.
약물 복용으로 잠깐의 신체 능력은 좋아지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인간의 신체에 약영향을 미친다.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을 복용한 사람들은 나중에 후유증을 겪는다. 인간의 몸으로서는 버틸 수 없는 한계다.
캐나다의 경영학자 대니 밀러는 1990년 이카루스의 역설(Icarus Paradox)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회사의 경영인들이나 국가 지도자들이 초기의 성공을 경험한 뒤 그 전략만 계속 고집하다가 결국 실패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초반에 크게 성공할수록 자신의 방식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하게 되고 자신의 사고를 확장하지 못한다. '승리는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지 않는다.'라는 격언과 매우 흡사하다. 대니 밀러가 만든 이 용어는 신화의 이카로스처럼 한번 미궁을 빠져나온 그가 자신에 능력에 대한 과한 자만심에 사로잡혀 결국 죽음에 이르는 방식을 뜻한다.
자기 확신에 대한 확신과 맹신은 분명 다르다. 물론 이 둘은 기본 개념이 비슷해 맹신을 하다 때론 확신이 되기도 하고, 확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과도해져 때론 맹신이 된다. 둘 다 자기 신뢰가 기반이 된다.
이 둘 사이의 간격을 조정하는 것이 바로 자기 객관화이다. 내 위치가 지금 어느 정도이며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 무엇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꼭 생각해봐야 한다. 너무 큰 목표를 잡지 말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계속 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태도도 문제이지만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잡고 무지 성으로 돌진하는 건 문제가 있다. 이카루스의 일화는 우리에게 자기 객관화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