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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ce Aug 10. 2015

3D로 엿보는 추억

View-Master


뛰어난 성능을 가진 스마트폰으로 별 생각 없이 3D 게임을 하는 시대가 왔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픽이 좋아지고 성우가 직접 연기한 음성을 지원하는 게임이라 해도 어렸을 적 동네 친구들과 함께 즐기던 MSX, 애플, 패미컴 게임의 재미를 넘어서는 작품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듯하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부루마불 등의 보드 게임이나 이 글에서 소개할 뷰-마스터(View-Master) 같은 원초적인 장난감을 즐기던 기억은 더욱 소중하다.



View-Master란?


View-Master는 동그란 원판 모양의 릴(reel)을 끼워 3D 사진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장난감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거의 100년 전에 시작되었으나 관련 제품이 첫 선을 보인 곳은 1939년 뉴욕 세계 박람회라 한다. View-Master용 컨텐츠로는 경치가 멋진 관광지나 영화, 만화 등이 주를 이뤘고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3D 효과 덕분에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위의 사진은 아마존에서 구입한 Sawyers Model G View-Master Viewer이다. 1962-1965년 사이에 생산된 빈티지 모델인데 약간의 상처를 제외하면 별 문제가 없어 매우 만족하면서 사용 중이다.





위의 제품은 얼마 전 본가에서 발굴한 것인데 View-Master International에서 생산한 모델이다. 나이가 30살은 족히 넘은  듯하다. 아버지가 출장지에서 사다주신 것으로 기억하는데 오랜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이곳 저곳 벌어지거나 상처가 났다. 특히 다음 장면을 보기 위해 아래로 당겨야 하는 레버는 스프링이 고장났는지 직접 올려줘야 한다.


1950년대에는 위와 같이 직접 View-Master용 릴을 제작할 수 있는 'View-Master Personal Stereo Camera'라는 제품도 등장했는데 그리 인기를 얻지는 못했던 것 같다.


[출처: "View Master Stereo Camera front - square crop" by Vmcamfr.jpg: John Alan Elsonderivative work: Bilby (talk) - Vmcamfr.jpg.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View-Master로 3D 사진 보기



이 장난감으로 3D 사진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View-Master 뷰어 외에 컨텐츠인 릴이 있어야 한다. 2차 대전 영화 소품처럼 생긴 깡통을 여니 50장 정도 되는 릴이 쏟아져 나왔다. 놀거리가 별로 없었던 초등학교 때 신나게 봤던 기억이 있다.



오즈의 마법사, 스파이더 맨, 슈퍼맨, 배트맨, 캡틴 아메리카 등의 각종 만화(cartoon) 및 실제 인형이 등장하는 연출극에서 시작해서 디즈니랜드와 그랜드 캐년 등 경치가 좋거나 볼거리가 많은 관광지 사진에 이르기까지 내가 가진 릴은 꽤 다양하다.




릴을 한 장 골라 View-Master의 상부에 넣고 딸깍 소리가 날 때까지 밀어주면 볼 준비가 끝난다. 릴을 보면 V자로 파인 곳이 있는데 이는 여기가 시작 지점임을 알려준다. 뷰어 가운데 뚫린 홈을 보면 각 장면에 맞는 설명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참고로 View-Master를 보기 위해서는 별도의 광원이 필요하다. 쌍안경의 접안렌즈처럼 생긴 부분을 눈에 대고 반대편을 햇빛이나 형광등을 향하게 하면 된다.



빛바랜 추억


왼쪽부터 오즈의 마법사, 스파이더 맨, 킹스 캐년. 눈으로는 사진보다 선명하게 보이는데 몇몇 릴의 경우 필름이 변색되어 빨갛게 나온다.



지금 보면 스테레오스코픽 효과 덕분에 사진/그림이 3D로 보인다는 사실 외엔 별다른 특징이 없어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특권층이 아니라면 해외로 나가기가 힘들었던 시기에 VHS 비디오 및 그림책에서나 볼 수 있던 각종 만화나 미국의 유명 관광지가 이 장난감 덕분에 눈 앞에서 3D로 펼쳐지니 해외 문물을 접하기엔 꽤 좋은 도구가 아니었나 싶다. 당시엔 인터넷은커녕 성능이 매우 떨어지는 PC나 게임기가 살짝 유행하곤 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릴은 '작은 노란 공룡(小さな黄色い恐竜)'이라는 작품이다. 알에서 갓 태어난 꼬맹이 공룡이 여기저기 헤매면서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친절한 익룡의 도움을 받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적인 공룡의 묘사와 정밀한 3D 효과 덕분에 상당한 몰입감을 자랑한다.


우리 주위를 둘러 보면 추억을 곱씹을 거리는 얼마든지 있다.



ps) 갑자기 부모님이 오래 전에 버리신 대우 IQ 2000(MSX 2) 본체와 각종 게임 팩들, 그리고 컴퓨터 학습 등의 잡지 생각난다. 기회가 되면 일본에 가서 빈티지 게임기나 좀 살펴보고 와야겠다.



<출처>

The Wizard of Oz - ⒞1956 GAF Corporation

SPIDER-MAN in "Double Identity" - ⒞GAF Corporation, ⒞1977 Marvel Comics Group

SEQUOIA and KINGS CANYON - ⒞1973 GAF Corporation

小さな黄色い恐竜 - ⒞1971 GAF Corp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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