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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ce Sep 08. 2015

애교만점 삼색 고양이

보기와는 다르다냥!


서울의 모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와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길이었다. 왠지 느낌이 와서 차 밑을 살펴보니 요 녀석이 있었다. 어딜 가든 항상 고양이가 있는지 찾는 버릇 덕분인지 냥이 탐지 능력이 많이 향상된  듯하다.



왠놈이냥!



찰칵 소리 나는 이상한 기계 자꾸 들이대지 말라냥! 경고했다냥!



이대로는 안되겠다냥. 나가서 혼내주겠다냥!





...어?


표정을 보니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였는데 계속 몸을 비벼댄다. 왼쪽 귀를 보니 중성화가 된 냥이인  듯하다.



서울에서 만나 사진을 찍은 길냥이가 백 마리는 넘을 듯 한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부비부비를 해 오는 아이는 처음이다.  게다가 좀처럼 떨어지질 않으려 한다.


털은 조금 거칠었지만 더럽거나 상처가 있는 부위는 없어 보인다. 다행이다.



혹시나 싶어 조금 거리를 두니 계속 쫒아온다. 녀석의 꼬리는 여전히 위로 바짝 서 있다.


가끔 그루밍을 못해 털이 지저분하거나 몸을 다친 길냥이들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다.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도시에서 살아가기가 얼마나 팍팍할까. 모든 이들이 고양이를 좋아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해코지만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근엔 동물 학대와 관련된 처벌이 강화되기도 했다.

참고로 고양이는 타고난 사냥꾼이다. 그래서 고양이들과 함께 살며
쥐의 침입을 막는 농가나 식당도 있다.



오빠야, 가지 말라냥! 나랑 놀자냥!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고양이의 매력 중 하나는 이 재미있는 동물의 심각한 표정, 그리고 실제 냥이가 느끼는 감정 상태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렇게 무서운 표정으로 놀아달라고 졸라대니 참...


물론 고양이를 처음 만났다면 냥이가 먼저 다가오지 않는 이상 갑자기 다가가거나 빠르게 손을 내밀지는 말자. 사람도 그렇듯 처음 만나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발을 떼려고 하는데


계속 따라온다.


계속.



가만히 보니 참 예쁘게 생겼다. 암컷의 얼굴. 무늬도 특이하고 흰 양말까지 신었다. 앞발에는 발가락 양말, 뒷발에는 발목 양말.



조금만 더 가면 큰 길이 나와 위험한데도 계속 따라와서 걱정이 되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따라오지 말라고 친절히 손짓으로 알려주고 멀리 달려가는 시늉을 했다.



흥! 인간은 역시 믿을 게 못 된다냥!



실망한 아이를 뒤로 하고 계속 걸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대로까지 쫒아오지 않아 마음이 놓였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만난 냥이 중 가장 긴 부비부비 시간을 선사한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만간 다시 한 번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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