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와 보라냥
2년 전 어느 날 처음으로 신촌의 고양이 카페에 갔다. 왜 가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생각해 보면 그곳에 있던 고양이들은 대개 잠을 자거나 처음 보는 손님의 가방 냄새를 킁킁 맡고 있었던 것 같다. 나도 그랬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고양이를 신기해 했고 쓰다듬어주고 싶어서 손을 내밀거나 몸을 만지면 도망가는 녀석들을 보고 왜 그러는지 의아해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옆에 다가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자고 있는 고양이가 보이기도 하고... 아무튼 처음 가 본 고양이 카페, 가까이서 본 고양이들은 모두 신기했다.
그 뒤로 최소 한 달에 한두 번씩은 고양이 카페에 간 것 같다. 자기 마음대로 놀다가 퍼져 있거나 평화롭게 잠을 자는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괴로움을 잊게 된다. 가끔 애교를 떠는 녀석을 만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고양이 카페에 가는 또 다른 이유는 고양이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이다. 나는 2년 전부터 사진에 취미를 붙였는데, 이 글에서도 적었지만 고양이 사진을 계속 찍다 보니 욘석들이 참으로 매력적인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그렇지만 얼굴이 향하는 각도나 빛의 양, 감정 상태 등에 따라 전혀 다른 사진이 나왔기 때문이다.
풍부한 표정과 감정, 무서운 얼굴로 애기나 바보처럼 굴 때의 갭(gap), 다가와 몸을 부비며 애교를 부릴 때의 귀여움, 그리고 몸을 쓰다듬으면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과 부드러운 털... 이처럼 고양이가 가진 많은 매력을 순간적으로 포착하긴 쉽지 않지만 가끔 그런 느낌이 녹아난 좋은 사진을 찍으면 꽤 만족스러운 기분이 된다.
사람들은 종종 고양이가 독립심이 강하고 홀로 있어도 별 문제가 없는 동물이라 오해하곤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물론 개묘차가 있긴 한데,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다른 고양이나 동물, 혹은 사람의 손길이 없으면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개와 달리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편이라 잠깐 같이 있어서는 감정 상태를 제대로 알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고양이 카페에 가서 가만히 보고 있어도 이곳의 고양이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어쨌든 내 경우에는 10곳 정도를 가 보고 취향에 맞는 가게를 고르다 보니 요령이 어느 정도 생기긴 했다.
검색을 해 보면 아시겠지만 애견/강아지 카페는 우리 주변에 은근히 많다. 그에 비해 고양이 카페는 아직 그리 많지 않다. 그 중에 괜찮은 곳은 더욱 적다. 나는 카페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이 정말 사랑받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돈벌이의 수단으로 취급받고 있는지를 나름의 방법으로 확인해서 좋은 고양이 카페를 판별한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가게는 사장님이나 알바생들이 종종 냥이들을 안아주고 뽀뽀하거나 궁디팡팡(엉덩이 윗부분을 톡톡 두들겨 주는 것)을 해 주는 곳이다. 이런 행동들은 고양이를 진정으로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이와 같은 분위기의 카페에 있는 냥이들은 대체로 좀 더 여유가 있고 손님을 무조건적으로 싫어하지는 않는다.
최근 고양이가 있는 가게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듯 한데, 호기심에 갔다가 낭패를 보는 분들이 생길 수도 있어 노파심에 주의 사항을 적어본다. 일단 아래와 같은 경우엔 안 가는 것이 좋다.
- 고양이 알러지, 천식, 비염 보유자
- 냄새에 민감 (고양이 카페 특유의 냄새가 좀 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긴 하지만...)
- 너무 어리거나 고양이의 특성을 잘 모르고 통제가 안 되는 아이가 있음
-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같이 있음
나는 냄새에 민감하긴 하지만 환기가 잘 되는 고양이 카페의 경우 큰 문제가 없었고(간혹 녀석들의 방광 상태에 따라 오줌 냄새가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다행히도 고양이 알러지가 없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부모들도 은근히 많은데, 애들이 장난감을 흔들다가 실수로 고양이 얼굴을 때리거나 냥이가 싫다는데도 굳이 몸, 특히 발이나 꼬리, 배를 만지다가 할큄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귀여운 냥이들을 보고 흥분한 나머지 부모나 카페 관리자의 말을 잘 안 듣는 경우도 있다. 또 간식을 들고 있거나 해서 주위에 몰려드는 고양이들 때문에 아이들이 겁을 잔뜩 먹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아무튼 아이를 통제할 수 없다 싶으면 고양이 카페엔 데리고 가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서 그런지 애들이 잔뜩 오면 보통 카페 사장님이 긴장하곤 한다. 물론 매우 능숙하게 다가가서 잘 놀아주는 아이들도 있다.
카페에 들어가면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은 후 손 소독제로 손을 닦는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마실 음료를 고른 후 가져온 짐을 보관함에 넣는다. 그런 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일단 준비 끝.
가만히 앉아 있는(흔히 식빵을 굽는다고 한다) 냥이, 여러 가지 자세로 자는 냥이, 물을 마시는 냥이 등 여러 고양이가 보일 것이다. 처음 보는 손님이라도 기분이 좋거나 마음에 들면 냥이가 먼저 와서 옆에 눕거나, 굉장히 드물게는 안기기도 한다. 집에서 동물을 키운다면 보통 한 번은 옷이나 소지품의 냄새를 맡으러 몰려온다.
그런데... 여러분이 이 카페의 단골이 되어 사장님과 냥이들이 친한 척을 해 주거나, 아주 드물게 고양이가 처음부터 흥미를 보이는 경우를 제외하면 냥이들은 당신을 무시(!)할 것이다.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고 다음과 같이 천천히 다가가 보자.
1) 고양이 눈을 보고 1~3초 간격으로 천천히 깜빡임 (눈 인사, 상대를 해칠 생각이 없다는 의미인데 보통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음)
2) 손바닥이 아래를 향하게 해서 천천히 손가락을 냥이의 코 앞으로 가져감 (냄새 킁킁)
3) 2처럼 했고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면 머리부터 등까지 천천히 쓰담쓰담
3-1) 2처럼 했는데 갑자기 머리를 손에 부비거나 부딪혀 온다면 쓰다듬어 달라는 의미
3-2) 다가와서 머리나 옆구리를 당신의 몸에 대고 비비면 당신이 마음에 든다/쓰다듬어 달라거나 뭔가 당신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는 뜻 (이러면서 "냐옹"하고 추가 애교를 부리기도 함)
이렇게 간(?)을 보다가 엉덩이 윗부분(꼬리 바로 앞)을 손바닥으로 톡톡 두들겨 주면 대개 더 좋아하는데, 그 부근에 성감대가 있어 그렇다고 한다. 단, 고양이 카페에 따라 이 궁디팡팡이 금지된 곳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고양이와 인사하는 법을 알았다면 이제 장난감으로 고양이와 놀아주자. 보통 다음과 같이 하면 되는데, 고양이 카페의 냥이들은 이미 많은 장난감을 경험해 봐서 별 반응을 안 보일 수도 있다. 열심히 흔드는데 반응이 없다고 너무 실망하진 마시길.
- 오뎅 꼬치나 카샤카샤, 쥐돌이 등 적당한 장난감을 고름
- 타겟 냥이로부터 30cm~2m 정도의 거리를 둠 (특히 눈을 찌르지 않도록!!!)
- 움직임을 크게 해서 장난감을 천천히 혹은 빠르게 좌/우로 움직임 (1~3초 정도의 주기로)
- 중간중간 장난감을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거나 냥이 시야에서 안 보이게 감췄다가 짠! 하고 다시 보이게 하면 좋아함
운이 좋으면 갑자기 반응을 보일 때가 있는데, 이 광경을 보시는 분들은 아마도 고양이의 놀라운 속도와 민첩성에 놀랄 듯 하다. 그리고 신나게 장난감을 흔들고 있는 와중에 타겟 냥이가 아닌 다른 냥이가 갑자기 달려오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도 놀라지 마시고 잘 놀아주면 된다.
고양이 카페에 가면 입구 쪽에 십중팔구 주의사항이 적혀있다. 사장님이나 일하시는 분이 따로 설명을 해 주기도 한다. 자는 냥이 깨우지 말기, 억지로 안거나 돌아다니는 냥이 잡지 않기, 발/배/꼬리 만지지 않기, 장난감으로 냥이의 몸, 특히 눈을 때리지 않도록 조심하기, 사진 찍을 때 플래쉬 끄기 등등. 이는 모두 이유가 있어 금지된 것들이다. 그리고 앞에도 적었지만 아이를 데리고 갈 경우엔 특히 조심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