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데다 일까지 그르치는 직장 상사 대처법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회사의 규모나 소속 부서, 담당 업무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보통 동시에 5~10명에서 많으면 100명 이상의 사람들과 만나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중엔 반드시 상사가 존재한다. 그것도 여러 가지 타입의 상사가.
내 경우 14년 간의 직장 생활 중 1년 반 넘게 최악의 상사 덕분에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 업무 진행의 어려움, 팀원 동기부여 불가 등의 경험을 했다. 내 커리어의 10%는 그 X들 때문에 날린 셈이다. 아주 기가 찬다. 이가 갈린다.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상사가 가진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굉장히 순수하게 자기만 생각한다. 종종 자기에 빠진 나머지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제대로 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자기만의 방법으로 괴상하게 처리해서 부하직원들을 곤란하게 만든다.
2. 정말 왜인지 모르겠는데 지가 잘난 줄 안다. 실제론 X똥이다.
3. 자신이나 자신의 담당 업무 등이 정당한 사유로 비판당해도 이를 모종의 음모로 해석하는 성향이 강하다(정치적 사고).
4. 동료나 부하직원은 깔보지만 윗사람에게는 무지하게 잘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자신보다 직급이 높아지면 태도가 180도 바뀐다.
5. 가끔 전략이나 중장기 계획을 세운다고 설치는데 그런 건 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즉흥적으로 말하고 행동하지만 정작 부하직원들에게는 그러지 말라고 다그친다.
6. 부하직원들이 자기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화를 낸다. 그리고 똑똑한 부하의 설명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는 보통 멍청하거나 센스가 없기 때문이다.
7. 지시를 내린 후 시간이 지나면 그 지시대로 업무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자기 말대로 하지 않았냐고 화를 내는 경우가 잦다.
8. 부하직원의 실적을 가로채는 데에 능하지만 대체로 진급이 늦다. 물론 일이 잘못되면 남 탓을 한다. 덤으로 심하게 쪼잔한 경우가 많다.
9. 서바이벌 스킬이 좋기 때문에 사고를 치더라도 감추는 데에 능하다. 눈에 띄는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칙을 어기는 경우는 드물다.
10. 일과 관련해서, 그리고 인간적인 면에서도 센스/감이 부족하다.
위에 설명한 특징 외에도 최악의 성격, 심한 참을성 부족 등의 문제를 가진 상사들도 만나봤지만 다행히 그분들은 일을 매우 잘 했다. 오히려 너무 머리/센스가 좋거나 지식이 풍부한 나머지 다른 이들이 쫒아가기 힘들 정도인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경우는 여기서 제외한다.
위에서 구구절절 설명한 악질 상사는 당신의 현재와 미래를 망친다. 당신이 직장 생활이나 특정 업무 관련 능력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면 보통 훌륭한 상사에게 일과 요령, 지혜 등을 배워야 하는데 최악의 상사는 "뭐 저런 X가 다 있어"하는 불쾌감과 스트레스를 주는 것 외엔 별다른 장점이 없다. 가끔 의외로 제대로 일을 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는데,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니 착각하거나 긴장을 풀면 안 된다.
국내나 해외의 회사 정보 혹은 이직 전문 사이트 정보를 찾아보면 회사를 평가하는 척도 중 '자기계발'이라는 항목을 보곤 한다. 그러나 나는 회사에서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요소는 타고난 능력, 노력하는 태도와 좋은 회사/부서/상사/업무를 만나는 운이라 생각한다. 회사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MBA를 보내준다고 해서 개개인이 반드시 성장하진 않기 때문이다.
훌륭한 상사는 같이 업무를 몇 번 해보면 딱 느낌이 온다. 상황에 따라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좋은 결과를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커뮤니케이션에 능하고 고생 중인 부하직원들의 어려움을 자기 선에서 해결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다소 피해를 보더라도 감수한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센스/감과 업무 처리 요령, 문제가 있다면 누구든 말하고 함께 고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능력, 그리고 적절한 동기부여이다. 좋은 상사 밑에서 일한다면 이런 장점을 보고 느끼며 체득할 수 있다.
그러나 최악의 상사는 부하직원의 자기계발은커녕 당신의 정신/신체 건강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도록 만듦과 동시에 커리어까지 망가뜨린다. 이런 인간들은 해당 회사, 부서, 개인에게 모두 해를 입힌다. 그러므로 존재 자체가 대단히 심각한 이슈이다.
저런 인간들 덕분에 열 받는 상황을 겪은 사람들은 매우 많다. 그 덕에 때로 당신도 흥분할 수도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화가 났다면 일단 머리부터 식히자. 감정적으로 움직이거나 받아치면 실수할 확률이 높아져서 더 괴로워질 수도 있다. 최악의 상사들은 정치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피아식별이 확실하다. 그들을 정면에서 들이받아 적으로 돌리는 행동은 삼가자.
문제의 상사에 대해 당신의 부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확인한다. 내 경우 최악의 상사를 두 명 겪었는데 모든 팀원들이 그 인물에 대해 한결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경우 다음 단계를 생각하기가 쉬워진다. 특히 팀장을 제외한 동료들과의 식사 및 술자리에서 그 사람이 80~90%의 화제를 차지한다면 결론은 이미 나왔다고 봐야 한다.
주변 부서 사람들과 친해지면 문제의 인물이 과거에 한 언행이나 그 인간에 대한 평가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다. 당신이 먼저 흉을 보거나 하지 않았는데도 당신의 상사에 대한 팀 내/외부의 평가가 전부 부정적이라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상황이 심각해서 버티기 힘들다면 다음 액션을 준비해야 한다. 분노를 가라앉히고 문제점을 차근차근 나열해 보자. 당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해도 좋다. 필요하다면 메모나 녹음도 남기자. 상사가 만일 사칙/사규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power harassment (지위/권력 남용. 폭언, 인신공격 등이 포함된다)을 반복한다면 나중에 당신을 포함한 팀원들에게 유리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감정을 뺀 현재 상황, 문제점 및 바라는 바에 대한 정리가 끝났다면 그 상사의 상사나 인사과에 보고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회사의 구조 및 특성에 따라 더 위의 상사 혹은 인사과 중 어느 쪽이 좋을지 갈리니 오랜 시간 동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물론 해당 보고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당신의 보스가 알면 피곤해진다. 또한 문제의 상사가 더 위의 보스나 인사과 담당자와 매우 가까운 사이라면 역풍이 불 수 있으므로 분위기 파악 및 힘 조절을 잘 하도록 하자.
향후 바라는 바에 대해서는 분명하고 간략하게 여러 가지 방안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당신 혹은 팀 일부/전체가 다른 조직으로 이동
- 현재 팀장 교체 (이 경우 팀장 후보를 미리 알아보거나 보고 라인을 문제의 상사가 아닌 그 위의 상사로 바꾸는 방법도 있다.)
- 퇴사
솔직히 업무나 상사에 오랜 시간 시달리면 이거 저거 다 괴롭고 귀찮아져서 그냥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어 지기도 한다. 나도 두 명의 상사 덕분에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하기도 했다.
단, 퇴사는 다음 상황일 때에만 한다고 생각하자.
내가 원하는 옮기려는 회사 혹은 시작하려는 일에 대한 준비가 끝났을 때.
누울 자리를 봐 가며 발을 뻗으라는 속담이 있듯이 아무리 힘들다 하더라도 계획 없이 현실 도피를 한다면 시간이 지나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현재 당신의 상사를 제외한 나머지 요소(회사, 부서, 업무 등)가 괜찮다면 더욱 그렇다. 전부터 퇴사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최악의 상사를 만났고 예정대로 퇴사를 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순간적인 충동에 의해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리는 일은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신체/정신 건강 상 도저히 업무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잠시 쉬어가는 것이 좋다. 물론 체력과 정신력을 회복했다면 슬슬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도록 하자.
최악의 상사 아래에서 묵묵히 일을 계속하는 것은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병이 생기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약을 먹어야 한다. 최악의 상사는 암과 같다. 부모의 유전자, 개인사(학창 시절의 왕따, 학대 등), 성격/지능 상의 돌연변이 등 그런 보스가 생기는 원인은 많겠지만 당신과 팀원들의 소중한 정신 건강과 발전을 위해, 그리고 조직과 회사를 위해 암은 제거하거나 피해야 한다.
가끔 일 잘 하고 동료들과 사이도 좋으면서 그런 상사와도 문제없이 지내는(오히려 최악의 보스를 이용해서 업무적으로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경우도 있다) 사람도 있지만 이는 웬만한 내공을 가지고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그런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가 최악의 상사를 중화시켜준다면 상황이 조금 나아질 순 있지만 그래도 암은 암이다.
운이 아주 좋다면 몰라도 보통 직장 생활 중 한 번은 최악의 상사를 만나기 마련이다. 가능한 한 그 인물과 함께 있는 시간을 줄여라. 피할 수 없다면 (특히 그 인물의 성격이 최악이라면) 적당히 비위를 맞춰 주면서 다음 대책을 세우자. 당신의 신체/정신 건강을 위한 조언이다.
최악의 상사는 당신의 몸과 정신, 그리고 귀중한 시간을 갉아먹는다. 인생은 짧고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리 간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차근차근 치밀하게 준비해서 내일을 도모하도록 하자.
참고 자료
나무위키 - 무능력한 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