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4-화
타임머신을 타고 약 15년 후의 하루를 여행하고 온 기분이 드는 하루였다. 긴 하루이면서도 즐거운 하루였다.
몇 년 전에 제2금융권에 속하는 상호금융사(조합원끼리 자금을 모아 서로 돕는 제2금융권 금융기관으로,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 등이 대표적이다.) 중 한 곳에 이율이 높다고 해서 적금을 가입한 적이 있다. 상호금융사에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먼저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이 되어야 한다. 상호금융사에서는 한 해 사업 결과에 따라 조합원들에게 출자금에 대한 배당금을 준다. 제2금융권에 대한 나의 지식 수준은, 많은 경우 재테크 목적으로 여유돈이 있는 사람들이 예금자보호한도내에서 높은 이율의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은행 정도로 알고 있었다.
적금 만기 후, 그냥 조합원 상태로 있었다. 조합원이기 때문에 알려 주는 정보, 안내등을 문자 서비스로 받고 있었다. 몇 달 전에 '조합원가을연수'라는 제목의 문자를 받았다. 출자금을 조금 더 납입하면 2만원 내고 일종의 하루여행, 하루 나들이를 다녀올 수 있는 기회였다. 하루 나들이의 예상 되는 그림은, 인원이 많아 관광버스를 이용하는 중장년층으로 구성된 산악회 동호회 같은 모습이었다.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한 번 정도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청을 했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다. 나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중장년층 산악회보다 연령층이 좀 더 많아 보이는 노년층분들도 꽤 있으셨다. 노년층분들의 활동성이 좋으셨다. 활동성이 좋으시니, 오늘 하루 나들이에 오셨겠지?
회사라는 조직에 있는 동안 나는 나이를 계속 먹으면서 중년층이 되어, 나이 많은 그룹에 속했는데, 어제는 내가 햇병아리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몇 몇 가족 단위로 오신 분들 중에 10대와 20대도 있었지만, 50대초반인 나에게 오늘은 인생살이 생애주기의 어린이 단계처럼 느껴졌다.
이런 단체 여행의 즐거움은 사람 구경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만, 간혹 눈에 띄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분들이 계신다. 우선, 버스 안에서 내 옆에 앉으신 60대 중반을 넘기신 여사님이다. 한 마디로 인생을 즐겁게 살아 오셨고, 즐겁게 살고 계신 분이었다. 그 분은 시간이 정해진 조직 생활은 본인에게 맞지 않음을 일찍 간파하시고, 전업주부 생활을 하는 동시, 손재주가 있으셨어 아이들을 돌보며, 정기적, 비정기적 봉사활동을 20년 넘게 하시면서 살아 오신 분이셨다. 60대 중반을 넘기면서 건강에 관심이 더 생기신 듯 했다. 하루 2만 말을 하면 좋다는 말씀을 들었고, 그래서 삶에 실천하고 계신 중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한 사람과 거의 5시간을 주구장차 이야기,수다를 떨었다. 조근조근 자신의 이야기를 주로 하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도 경청하려 하는 태도 때문에, 우리의 수다는 5시간이 가능했던 것 같다.
여사님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사실 이 고민 때문에 우리의 수다는 시작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들 2명 중, 큰 아들이 결혼을 해서, 며느리가 있고, 손자도 있다고 하셨다. 며느리의 육아방식, 기준에 대해서 여사님이 이해가 잘 안 된다고 하셨다. 나를 젊게 보시고, 나의 도움?으로 차이를 이해하고 싶어 하셨다. 우리의 결론은 '세대차이'와 '모든 사람은 다르다.'였다. 여사님은 이해 하시는 듯 하면서도, 한 가지 하소연, 불만, 불평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듯 했다.
"손자 녀석에게 파마는 안 시키면 좋겠는데!!"
4살 아이에게 파마는 안 좋은데, 파마를 시키는게 정말 마음에 걸리시나보다. 한국 산업의 급성장으로 후진국, 중진국, 선진국 환경에서 살았고,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세대들이 엉켜 있다 보니,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혼자 온 여자분이 혼자 일종의 셀카놀이를 하면서 여행을 즐기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80세를 넘겼을 수 있겠다.' 생각이 드시는 할머니도 계셨다. 그 할머니께서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계셨는데, 주변분들의 말씀이 전업 사진작가라고 하셨다. 계속 활동을 하셔 그런지 총기(聰氣)가 있으시면서, 우연히 점심도 같은 테이블에서 먹었는데, 막걸리도 잘 드시고,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말씀도 무례하지 않게, 시원시원하게 하셨다. 점심을 같은 먹은 테이블의 60대 후반 또는 70대 초반의 남자분이 말씀을 아주 재미있게 하셨다. 덕분에 초면인 사람들끼리 함께하는 우리의 점심 식사 테이블이 흥겨웠다. 그 남자분과 같이 오신 분께서 알려 주셨는데, 왕년에(라떼는 말이야~) 개그맨이셨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왠지 낯이 많이 익으시는 분 같았어요!"
"낯이 익으면 부러져요!"
아재 개그로 낯(=얼굴) 대신 낫(풀이나 곡식을 베는 쇠로 만든 도구)으로 맞대응을 해 주신 것였다.
여행을 마치면서 든 생각은 언제 또 만날지 모를 좋은 인연들을 만난 오늘은 행운의 하루이구나. 재미있는 하루였다. 기분 좋았다.
PS : 행운 53일(화요일) 글을 발행하는 오늘은 수요일입니다. 행운 54일(수요일) 글로 오늘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