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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는 말을 당연하게 쓰지 말기

남들은 역배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정배인 일을 찾아보자

by 빌베리

주말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1박 2일로 고성에 놀러갔다. 열일곱 살에 만난 친구들과 이제 13년이 되었는데 취직을 기점으로 새삼 많이 달라졌다 싶다. 예전에는 모두 함께 입시 얘기를 거쳐 군대 얘기, 연애 얘기를 했다. 대학교까지는 다들 비슷비슷한 경험을 했고 비슷한 관심사와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취업을 하면서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고 이제는 관심사와 고민은 물론 삶의 방향성이 많이 다르다. 만나면 반갑고 즐겁지만 다같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는 않아 괜히 시원섭섭했다.


외고 출신들이라 그런가 내 친구들은 대부분 제도권에서 일하고 있다. 이번에 고성에 간 이유는 한 친구가 국회 사무직 공무원이라 고성 국회연수원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박에 3만원인데 뷰나 방이 웬만한 5성급 호텔 부럽지 않더라). 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대부분 금융권 아니면 대기업에 다닌다. 빨리 취직한 친구는 벌써 만으로 4년을 채웠다. 친구들은 제도권에서 벗어날 생각이 크지 않다. 주된 고민은 빨리 취업했으면 이직이나 자산관리, 최근에 취직한 친구는 조직 내 적응이다.


아무튼 친구들과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어떤 의견이 ‘정배’니 ‘역배’니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돈을 걸라면 어느 쪽이 딸 확률이 높겠냐는 말이었다. 조금 개인적인 얘기라 대화 주제를 상세하게 쓰기는 어렵지만 이를테면 누가 사업을 시작했는데 성공할 것 같냐는 식이었다.


일반적으로 혹은 통계적으로 막 설립된 기업이 5년 뒤에도 존속할 가능성은 20% 미만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친구들은 ‘실패하겠지. 그게 정배잖아’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나는 사안에 대한 정보를 이리저리 들어보니 돈을 걸라면 성공하는 데 걸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논리와 근거를 생각해서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웃으면서 흘려 넘겼고 그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사실 대화 주제는 아주 시덥잖은 것이었기에 내 머릿속에서도 금방 스쳐 지나갔다. 다만 남들이 대충 보고 역배라고 하는 일 중에 내가 자세히 보기에는 가능성이 있는 곳에 투자해야 크게 벌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서는 남들이 그렇다니까 그런가보다 하면 안되겠다 싶었다. 적어도 두세 가지 영역에 관심을 갖고 일반적 통념과 반하는 관점을 구축하고 이를 관철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역배’라고 생각해야 더 높은 배당률을 줄 것이고 여기에 걸어서 이겨야 삶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평소에 ‘당연하지’라는 말을 적지 않게 써왔다. 내가 알거나 들어본 선에 부합하는 메세지라면 그렇게 반응했던 적이 많다. 그런데 앞으로는 의식적으로 그 말을 줄여야겠다. 매사 당연하면 그냥 지금 이대로 충분하고 더이상 발전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당연함에 의문을 품고 치열하게 도전했던 사람들에 의해 도태될 것이다. 그렇기에 남들이 당연하다고 해도 내게는 당연하지 않은 사실들을 소중한 보물처럼 하나씩 쌓아보고 싶다. 사업 아이템이 될수도, 투자 아이디어가 될수도, 삶의 지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평소에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일들이 뭐가 있을까? 점심 먹으면서 한번 생각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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