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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글을 쓸 것인가?

돈을 벌려면 소수의 구체적인 독자를 위한 글을 써야 한다

by 빌베리

퇴사한지 3개월이 지났다. 지금까지 29년 동안 열심히 살아준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졌다. 퇴사한 직후부터 F45와 축구를 주 6일 하게 되었다. 스픽이라는 앱을 사용해서 매일 1시간씩 영어를 공부한다. 요즘은 다시 게을리하고 있지만 두꺼운 책을 읽는다. 나에게 맞는 식단을 구성하고 시도해본다. 더욱 양질의 수면을 취하기 위해 가누다 베개를 구매했다.


더불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매일 1편의 글을 쓰기로 다짐했는데 주 7일은 못지키고 보통 주 5일정도 쓴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뭐라도 아웃풋을 자꾸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작정 아무 주제로나 글을 쓰려고 했다. 일단은 글을 자주 쓰는 것에 익숙해지고 싶었기 때문에 특정한 테마나 컨셉을 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금까지 대략 25편 정도의 글을 작성했다.


퇴사한지 3개월 쯤 되니 다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당장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아웃풋은 글 뿐이다. 나는 문과 전공에 다른 기술을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요리나 코딩이나 물건 같은 것들을 만들 줄 모른다. 물론 컨설팅 다닐때 배워서 PPT랑 엑셀 형태로 아웃풋을 만들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이 뭔가를 새로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크게 도움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결국 글쓰기로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쓴 25편의 글감과 내용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한 글이었기 때문이다. 내 생각을 정리하고 글쓰기에 습관을 들이기 위해 쓴 글이기 때문이다. 이런 글들을 신기하게도 매일 몇십 명이 봐주시고 계시긴 하지만, 아마 돈을 내고 보라고 하면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럼 돈을 버는 글쓰기는 무엇일까? 우선 위에 말한 것과 반대로 남을 위한 글쓰기를 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주거나 정서적 만족감을 줄 수 있다면 돈을 내고서라도 읽을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반대로 말하면 글을 쓰는 사람은 굉장히 구체적인 가상 독자를 가정하고 글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가상 독자가 관심 없을 내용도 들어갈 것이고 그럼 돈을 낼 용의는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새로운 제품은 무조건 뾰족한 타겟 고객 페르소나를 가져야 한다고 수도 없이 들었는데, 이제야 조금 와닿고 있다.


그러면 나는 어떤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회사를 다닐 때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기본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컨설팅 다닐 때는 프로젝트를 발주한 고객사의 담당자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보고서를 쓰면 되었고, 스타트업에서도 타겟 시장과 고객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그들을 설득하기 위한 제품 기획서와 소개서, 그리고 광고 문구를 작성하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누구를 위한 글을 쓸 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이게 정말 0에서 시작하는 거구나 하는 느낌이 확 온다.


당장 이 글에서 답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여러 생각들이 중구난방으로 스치고 있다. 내가 잘하는 일들이 먼저 생각난다. 나는 정보를 모으고 전달하는 것보다 모은 정보를 분석해서 하나의 관점이나 주장, 제안으로 만드는 일을 잘한다. 회사에서는 대상이 정해져 있으니까 무슨 정보를 모아야 할지 쉽게 정의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아무튼 당분간의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 같다. 누구를 위한 글을 쓸 것인가? 초점은 맞춰졌으니 곧 답을 찾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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