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도 1이닝씩 천천히 다시 시작했다
야구 팬이 아니더라도 '오타니 쇼헤이'의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오타니는 2025년 현재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로 꼽히며, 100년이 넘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중 하나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1994년생으로 아직 전성기를 지나는 중이고, 야구라는 스포츠의 주인공은 대부분 미국, 소수의 중남미 선수였다는 점에서 오타니는 스스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오타니가 은퇴는 커녕 전성기를 한창 지나는 선수임에도 '세계 최고의 선수'를 넘어 '역대 최고의 선수'로 거론되는 데는 '투타겸업'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투타겸업이란 한 선수가 투수와 타자를 겸한다는 것이다. 프로야구는 포지션별 분업화, 전문화의 극단인 만큼 투타겸업은 사장된지 100년이 넘은 과거의 잔재였다. 그래서 최고의 타자이면서 투수, 그것도 경기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선발 투수를 겸업하는 오타니는 아주 특별하다.
그런 오타니가 최근 2년간은 부상 여파로 투수로 활동하지 못했다. 그 사이 타자로 최고의 활약을 보인 덕분에 MVP를 수상하기도 했지만, 팬들은 여전히 선발 투수로 나서서 홈런을 때려내는 '만찢남' 오타니를 기다리고 있다. 계약 당시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고액 (10년 7억 달러, 약 9200억원)을 안겨준 소속팀 LA 다저스도 투타겸업 선수로서의 가치를 인정해준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던 중 최근 오타니가 투수로 복귀했다. 통상 재활 과정을 거친 투수는 하위 리그인 마이너리그에서의 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찾고 다시 메이저리그로 복귀한다. 그런데 오타니는 LA 다저스의 핵심 타자이기에 마이너리그를 다녀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6월 18일, 오타니는 다소 이례적으로 복귀전을 메이저리그 선발 등판으로 가진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연하게도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경기 입장권의 가격이 51달러(6만9000원)에서 140달러(19만원)로 3배 가량 올랐다는 보도도 있었다. 당연히 오른 가격은 오타니의 피칭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었고, 다들 복귀전에서 얼마나 오래, 잘 던질지 궁금해했다.
그런데 오타니는 복귀전에서 1이닝만 던지고 내려갔다. 통상 선발 투수는 5이닝 이상을 던지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3배 가격의 입장권을 구매한 사람들은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반대로 오타니는 주변의 기대가 컸고, 스스로도 오랜만의 복귀전이니만큼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1이닝만 던지고 내려가자는 선택을 감행했다.
* 물론 팀의 제안이 있었겠지만 오타니같은 선수는 본인 의사를 꽤나 피력할 수 있음을 감안하여 서술
그리고 오늘(23일) 오타니는 두 번째 선발 등판을 가졌고, 또다시 1이닝만 던지고 내려갔다. 그리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5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을 때만 선발 투수라고 생각한다. 우선은 거기까지 후퇴하지 않도록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투구 이닝이나 투구 수를 단번에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서히 늘릴 것이다"
이는 본인이 지향해야 할 목표에 대해서는 명확히 인식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를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계획을 준수할 것임을 다짐하는 말이다. 주변의 기대, 본인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천천히,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이 오히려 가장 빠른 길이라고 믿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느끼는 바가 많았다. 과도한 계획을 세웠다가 얼마 못가 제풀에 지쳤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또한 최근 코칭하고 계신 분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높은 목표(=에베레스트)를 세웠다면 그만큼 오래 걸리고 힘들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마음이 자꾸 앞선다. 그래서 마라톤에는 페이스메이커라는 역할이 존재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계획은 '거뜬히' 100% 달성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 시작하기 전에는 어차피 0이었다. 뭐라도 하면 플러스(+)다. 계속 미루고 있던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반대로 계획이 너무 달성하기 쉽다면, 알아서 150%, 200% 할 것이다. 정기적으로 회고할 시간을 갖고, 계획 달성이 지나치게 쉬웠다면 그때 가서 계획을 상향 조정하면 된다. 다만 이때도 100%~120%를 거뜬히 달성할 수 있을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계획은 한 번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너무나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 운동 등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가 하루 빼먹으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 경험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적어도 나는 그런 적이 아주 많았다..ㅎㅎ). 그렇기에 계획이라는 도구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실패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오타니도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내딛는데, 우리도 그러는 편이 낫지 않을까?
앞서가려는 마음을 잠시만 달래고, 차분한 마음으로 매일 꾸준히 해보자.
* 관련한 코칭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향후 AI 기반 서비스로 만들어볼 예정이지만, 일단 제가 직접 1:1로 코칭 경험을 쌓으며 노하우를 익히는 중입니다.
* 6월까지는 서울대 학생들 및 관악구민 대상으로만 홍보 후 30여명과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6월 말 기준 약 100회 가량의 세션을 진행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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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서울대학교 졸업 후 맥킨지라는 전략 컨설팅 펌에서, 이후에는 AI 스타트업에서 사업 리드로 일했습니다. 감정형(<>이성형)이면서 분석적인 성향과,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다른 이들의 마음을 돕는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