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dward Choi Feb 08. 2024

'23 4Q SMIC & 화홍반도체 실적 리뷰

 중국 파운드리 1,2 업체인 SMIC(2월 7일 AM09:30)와 화홍반도체(2월 6일 PM07:00)의 2023년 4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문서화된 발표자료만 봤을 때에는 절대 알 수 없는, 시장을 보는 기업의 입장과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계획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만 내가 가진 시각이 기업의 사업 방향과 차이가 있다 보니, Q&A 세션이 진행되는 도중, 몇 차례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됐다. 양사의 4분기 실적과 함께, Q&A 세션에서 나온 핵심 내용을 복기하고자 한다.  



 화홍반도체는 2023년 4분기에 6,016억 원(RMB 4.55억)의 매출과 4%의 매출 이익(Gross Margin)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 3분기에 예상한 4분기 가이던스의 밴드 하단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판가 하락과 제품 Mix 그리고 대규모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이 겹치면서 -1,015억 원(-16.88%)으로 적자전환했다. 화홍반도체는 실적 발표에서 23년 4분기 실적이 저점임을 수차례 강조하며 24년 1분기에는 4분기와 유사한 수준의 매출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자동차용 MCU가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 이익도 지난 4분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1분기 영업이익은 -15%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분기부터는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하반기에는 반도체 관련 전섹터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 이유로는 Set업체들의 반도체 재고 소진 완료와 신규 전자 제품 출시를 예로 들었다. 

 반도체는 Wafer 투입부터 생산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정교하게 짜인 생산 계획에 따라 공장을 운영한다. 2024년 1분기 매출은 이미 Wafer 위탁생산을 의뢰한 Fabless, IDM과 협의가 된 부분이기 때문에 가이던스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분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확신하는 시장 회복을 현시점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재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중국 현지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내수 소비 부진과 수출 감소로 인해, 수많은 중국의 제조 기업들이 조업을 중단하면서, 이로 인해 중국 춘절 대이동이 올초부터 시작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폭 늘어난 춘절 연휴 기간으로 인해 기업들의 조업 일수가 예년보다 줄어들면서, 1분기 반도체 재고 소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자 기업들의 제품 생산 자재 조달 계획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2분기 이후의 상황은 아직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듯하다.

 

 중국 정부는 SMIC를 TSMC의 대항마로, 화홍반도체를 UMC 대체를 위한 파운드리 기업으로 육성 중에 있다. 특히 코로나 이후의 불안정한 반도체 공급망 운영과 미국의 반도체 제재로 강화로 인해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의 자립을 위한 설비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화홍반도체는 상하이에 8인치 Fab. 3곳과 우시에 12인치 Fab. 1곳을 가동 중에 있다. 2020년 1분기 12인치 Fab. 이 양산을 시작한 이후, 화홍반도체의 시설투자는 12인치 Fab. 의 양산 물량 확대에 집중되어 있다. 2023년 3분기를 기점으로 12인치 Fab. 의 양산 능력(54만 장/분기, 8인치 환산 기준)은 기존 8인치 Fab. 3곳(53.4만 장/분기)을 합한 것보다 많다. 

 또한 화홍반도체는 2023년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투자하여 우시에 12인치 Fab. 2개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이미 2번째 12인치 Fab. 의 건설이 진행 중에 있으며, 올해 3분기말 ~ 4분기 초에 Fab. 이 완공되어 연말께에서는 월 1만~2만 장(12인치 기준)의 생산 Capa. 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2번째 12인치 Fab. 에서는 기존 Tech. node보다 앞선 45~50nm Wafer를 가공할 예정이다. 2번째 12인치 Fab. 은 2027년까지 생산능력을 월 8만 장(12")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와 별도로 3번째 12인치 Fab. 도 준공하기로 했다. 화홍반도체는 이렇게 늘어난 생산 Capa. 의 활용 방안에 대해 2025년부터 글로벌 Fabless와 IDM의 물량을 수주받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화홍반도체의 모회사인 화홍그룹은 지난해 12월 국가집접회로기금(ICF, 대기금)의 투자를 받아, 개점휴업 상태인 Global Foundries의 청두 Fab. 의 인수를 확정했다. Global Foundries가 보유한 51%의 지분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청두 Fab. 은 화홍 청두로 새 출발 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화홍 반도체가 보유한 생산 Capa. 와 더불어 화홍 청두로 인해 월 3만 장(12")의 추가 Capa. 가 확보된다. 

 문제는 높아지는 생산 능력과 반비례하는 가동률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실제 생산되는 물량과 확충 예정인 Capa. 사이에 상당한 갭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 변동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반도체 사이클을 무시한 채, 생산량 증대 일변도의 계획은 뼈아픈 실책이 될 수 있다. 화홍 반도체가 실적 발표에서 언급한 글로벌 Fabless와 IDM으로 확충된 Capa. 를 채우겠다는 것은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와 경쟁이 붙는 순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늘어난 생산 Capa. 를 자국 기업에 기댈 수밖에 없다. 

  


 화홍반도체의 Tech node별 매출 실적 Trend별 보면 화홍반도체가 가진 약점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화홍반도체의 최신 node는 55nm & 65nm로서 다른 파운드리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가격적인 Merit 외, 고객사에 제공할 수 있는 별도의 차별점이 없다. 이마저도 2020년 1분기 12인치 Fab. 의 가동으로 전력화되기 시작했으며, 화홍반도체가 보유한 자체 최신 node의 매출 기여도는 아직 16%에 머물러 있다. 또한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350nm이상의 범용 Discrete 제품으로 자국 기업의 주문 물량이 아니면 생산 라인을 채울 수 없다. 중국기업에 대한 의존도는 2020년 1분기 61%에서 2023년 4분기 80.5%로 대폭 상승했다. 이로 인한 반작용으로 화홍반도체와 동일한 node를 생산하고 있는 대만의 중소형 파운드리의 생산 물량이 감소했다.  



 SMIC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TSMC와 기술적으로 경쟁할 수준에 이르러, TSMC로의 발주되는 물량을 대체하는 것이다. 비록 TSMC에 비해 1/10에 못 미치는 매출액이지만,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업체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SMIC의 2023년 4분기 실적도 기존 가이던스에 준하는 2.22조 원(RMB 16.78억)의 매출액과 1,417억 원(RMB 1.07억)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며, 2024년 1분기 실적은 4분기 실적에서 일부 반등하는 것으로 내다봤다. 

 SMIC는 작년 7nm수준의 회로 선폭을 가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표하며, 기술 자립을 홍보하려 했다가 되려 미국의 기술 제재가 강화되는 역효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SMIC는 미국의 제재를 뚫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단 공정의 양산성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과 시설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SMIC에 있어 걱정되는 사항은 끝도 없이 치솟는 재고 자산이다. 2022년 1분기부터 분기당 3천억씩 증가하는 재고 자산은 원자재, 재공품, 완제품을 가리지 않는다. 재고 자산 중, 특히 완제품의 빠른 증가가 눈에 띄는데 이번 실적 발표에서 이와 관련된 언급이 있었다. 


 "반도체는 범용 제품이더라도 세대 간 성능 차이가 있고, 신규 개발 제품에는 더 뛰어난 스펙의 반도체가 사용되기 때문에 이전에 생산되어 재고로 쌓여 있는 반도체는 소진이 극히 더디거나 불가능할 수 있다."


   신규 제품 출시로 인해, 기존에 재고로 가지고 있는 반도체를 사용할 수 없다면, 전자 기업들은 신규 반도체를 주문할 수밖에 없다. SMIC는 이를 하반기 매출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들었다. 그 말은 현재 SMIC의 창고에 쌓여 있는 상당량의 재고(원자재부터 제품까지)가 시장에서 필요 없는 불용 제품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한 상각으로 반도체 시장에 온기가 돌 수 있겠으나, 재고를 폐기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출혈을 감내해야 함을 뜻한다.   

 SMIC의 Wafer 생산 Capa. 와 이를 활용한 생산랑 그리고 출하량에 대한 자료이다. 2020년 1분기 143만 장(8" 기준/분기)의 생산 Capa. 는 2023년 4분기에는 250만 장을 목전에 두고 있다. 어느새 대만 2위 파운드리 업체인 UMC 생산 Capa. 인 270만 장(8"기준/분기)에 바짝 다가섰다. 아직 SMIC의 분기 매출액 2.22조 원(2023년 4분기 기준)은 UMC의 분기 매출액 5.49조 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Wafer 생산 Capa. 면에서는 상당 부분 격차를 좁힌 한 셈이다. 실적 발표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SMIC의 공격적인 생산 능력 확충과 낮은 가동률 그리고 불안한 전방 산업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런 그들에게 SMIC는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반도체 중 50% 이상이 중국에서 사용된다. 하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서 SMIC의 점유율은 5%에 그치며,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은 1%에 그친다. 일부에서는 일 년마다 월 5만 장(12인치) 정도의 Capa. 만을 증설해 나가면, 시장의 수요를 충족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는 이미 2021년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을 경험했으며, 앞으로 증가할 중국 반도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Capa. 확장에 대한 SMIC의 논조는 지극히 자국 중심적이며, 반도체 산업의 완전 자립을 원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으로 대변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2023년 4분기 기준, SMIC의 매출액 중 자국 기업으로부터 수주한 비중은 81%에 달하며, 차량용 반도체가 남아돌면서 유럽과 일본에 본사를 둔 반도체 회사의 위탁량이 급감했다. 또한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AP와 같은 고사양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12인치 Fab. 의 매출 의존도는 증가하는 반면, 차량용 반도체 생산의 비중이 높은 8인치 Fab. 의 가동률은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 Capa. 와 재고는 증가하고 있으며, 전방 산업의 시황은 어둡기만 하다. 

 여러 나라와 척을 지고 있는 중국에 선단 공정의 위탁을 맡길 해외 업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중국 내 확장된 생산 라인을 채우기 위해서는 중국 반도체 기업이 해외 파운드리 기업에 위탁 중인 물량을 회수라도 해야 할 텐데, 이러다 중국산 소재, 설비를 사용해 중국의 반도체 기업에서 생산된 오로지 중국만을 위한 새로운 반도체 표준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은 LED와 태양광 그리고 LCD에서 인해전술로 거둔 성공 사례를 반도체에도 적용하려고 하는 듯하다. 이미 칭화유니 그룹의 부실과 대규모 투자 자금 횡령을 비롯한 여러 실패 사례를 경험했음에도 기존의 전략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다. 어찌 됐건 SMIC와 화홍반도체가 기대하는 하반기 반도체 시황의 반등을 위해서는 결국 전방 산업의 회복이 필수적이다. 특히 SMIC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스마트폰, 태블릿, PC에 대한 신규 반도체 수요 증가 부분은 중국 전자기업들의 올해 시황 예측을 추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의 실적 발표를 통해 하반기 반등에 대한 큰 기대를 엿봤다면, 다른 업체들의 사황 예측으로 2024년 시장의 전반적인 퍼즐을 완성하고자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23 4Q ASE, AMKOR 실적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