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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변 Nov 25. 2021

그때는 좋았고, 지금은 아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브랜드&법 이야기 ⑧: 공동저작물

| 오늘 검토 중인 나의 케이스


오늘 내가 검토하고 있는 사안은 이런 것이다.


A, B, C. 이들 셋은 그야말로 절친. 어릴 적부터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할 친구이자, 운명처럼 하는 일도 서로 보완적인 관계였다.


A는 데이터를 가졌고, B는 개발 능력이 있었으며, C는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능력자.

친구라서 행복했던 시절 ⓒCharlein Gracia on Unsplash


셋이 모이면 못할  없을  같았다고 했다. 그들은 도원결의 1년여를 피땀 흘린 끝에 멋들어진 앱을 하나 완성했다. 그리고 앱이 완성될 무렵, 그들은 서로 같은 공간에서  쉬는 것조차 불쾌한 사이가 되었다.


힘든 시간을 함께 겪는다는 건, 서로 돈독해질 기회이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아물지 않는 생채기를 남길 기회이기도 하다. A, B, C도 그 힘든 시간을 거쳐 이제 서로 대화 불가능한 사이가 되었는데, 그 와중에 이들이 만들어낸 훌륭한 앱만은 돈을 벌 수 있는 자산으로 남았다. 자, 이제 이 앱과 관련한 저작권이 누구의 것인지가 문제 되었다.


| 결합저작물 vs 공동저작물


저작권법에 따르면, 이렇게 ‘함께’ 창작한 저작물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1)   결합저작물: 여러 명이 창작에 관여했지만 각 사람의 창작활동 결과를 분리하여 이용할 수 있는 경우

(2)   공동저작물: 여러 명이 공동으로 창작하였으나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경우


| 이들의 창작물이 결합저작물이라면


이들이 만들어낸 창작물이 결합저작물에 해당한다면 문제가 적다. 예를 들어 대중가요를 함께 창작했다면, 악곡과 가사를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내가 악곡의 저작권만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작사가를 통해 새로운 가사를 넣어서 해당 악곡을 재탄생시킬 수 있고, 반대로 내가 가사의 저작권만을 가졌다면 다른 작곡가를 통해 내 가사를 살릴 수도 있다.

나의 창작물이 결합저작물이라면 ⓒJason Rosewell on Unsplash


| 이들의 창작물이 공동저작물이라면


그러나 이들이 만들어낸 창작물이 공동저작물이라면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하다. 예를 들어 하나의 그림을 그리되 누구는 스케치를, 누구는 채색을, 누구는 그 위에 반짝이를 뿌리는 일을 나누어 했다고 하자. 이 그림에서 스케치와 색깔과 반짝이를 분리할 수 없다면 이 창작물은 이들의 공동저작물이 된다. 그리고 이제 서로의 동의 및 합의를 통해서만 그들은 이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나의 창작물이 공동저작물이라면 ⓒRoselyn Tirado on Unsplash

안타깝게도 우리의 주인공 A, B, C가 만들어낸 앱은 공동저작물이었다. 쉽게 말해 그들은 서로의 의견이 일치해야만 그들의 작품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B는 A와 C가 잘되는 꼴은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렇기에 B는 자신에게 어떤 불이익이 닥쳐도 이 작품이 A와 C를 위해 활용되는 것만은 반대할 생각이라고.


| 공동저작물 사용의 리스크


그러면 이때 A가 B의 동의 없이 앱을 이용해 수익 사업을 시작한다면? 이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A는 저작권법상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관해 저작권법은 다소 묵직한 처벌규정과 민사상 책임조항을 두고 있다.


□    5년 이하의 징역

□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    사용금지 청구

□    금전적 손해배상


그러니 헤어진 후에도 이들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중요한 순간마다 서로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사이로 남게 되었다는 이야기.


창업할 때의 애틋한 마음 대신 서로에 대한 원망만 남은 이들의 관계를 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 가능하기만 하다면 돈이 얽히는 일은 혼자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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