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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변 Jun 22. 2021

루이뷔통 vs 푸이퓌통

꼬리에 꼬리를 무는 브랜드&법 이야기 ③: 패러디

최근 루이비통(Louis Vuitton)이 신라, 신세계, 롯데 등 시내 면세점에서 전면 철수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코로나19의 여파이기도 하다. 해외여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면세점의 주 이용고객이 기존 한국 여행객에서 중국 보따리상들로 대체되고, 이들이 한국 면세점에서 구입한 루이뷔통 제품을 중국으로 가져가 비싼 가격에 재판매해서 수익을 올렸던 것. (이런 걸 보면 브랜드를 활용해 수익을 내는 방식도 가지가지다!)

시내 면세점 루이뷔통 매장이 사라진다 ⓒChristian Wiediger on Unsplash

루이뷔통 이야기가 나온 김에, 루이뷔통 브랜드를 둘러싼 법적 분쟁을 하나만 간단히 살펴볼까. 


| 루이뷔통 vs 푸이퓌통

나는야 귀요미 슬라임 백! ⓒPooey Puitton on Amazon

이 귀요미 가방을 아시는 분? 

이 깜찍한 가방은 ‘푸이피통(Pooey Puitton)’이라는 회사가 어린이들을 위해 제작한 ‘슬라임 백’ 되시겠다. 이 가방을 열면 아래 사진처럼 각양각색의 슬라임을 만들 수 있는 파우더와 항료, 믹스 컵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예쁘고 귀여운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두근두근할 수밖에.

슬라임 재료를 넣어보아요! ⓒPooey Puitton on Amazon

그런데 이 가방 모양이 어딘가 친근하지 않은가. 명품 브랜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 그거…! 하고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을 것 같다. 맞다. 루이뷔통과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가 콜라보해 당시 어마어마한 판매량을 기록했던 멀티플 모노그램 스피디백. 바로 요 제품이다.

루이뷔통 오리지널(왼쪽) vs 루이뷔통×무라카미 다카시 콜라보(오른쪽) ⓒLouis Vuitton

이 새로운 스피디백의 인기는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이 날 만큼 실로 대단했다. 당시까지 루이뷔통 하면 으레 짙은 브라운색의 로고 패턴을 떠올리게 마련이었건만, 이렇게 상큼발랄한 루이뷔통이라닛! 사람들은 팝아트 느낌이 물씬 나는 이 백을 앞다퉈 선택했고 수많은 짝퉁 가방도 등장했다. 


푸이퓌통도 분명 이 백에서 영감을 받아 슬라임 백을 만들었을 것이다. 이를 몰랐을 리 없는 루이비통은 자기네 제품을 따라하지 말라며 푸이퓌통에게 엄중한 경고장을 날렸다. 재미있는 건 이에 대한 푸이퓌통의 반응. 이들은 당당히 외쳤다! 


“우리는 루이뷔통 백의 디자인을 베낀 게 아니다. 우리는 루이뷔통 백을 정당하게 ‘패러디’했다. 패러디에 관한 우리의 법적 권리를 막는다면 우리도 더는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다!”


| 상표 패러디?

누구나 한 번쯤 '패러디'라는 단어를 들어 보긴 했을 텐데, 주로 영화나 음악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관련 상품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표 시장에서도 패러디가 존재할까. 정답은 yes.


2000년대 초 한참 유행했던 푸마(PUMA)의 패러디 상표들이 그 예다.

당시 이러한 패러디 상표를 만드는 사람들은, 명품을 무작정 선호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자 반감의 표현이라며 수많은 패러디 상표를 생산해 냈었다. 패러디 대상이 된 업체들의 반응도 처음에는 대체로 우호적이었는데, 아마도 브랜드가 알려지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라 생각했던 듯하다. 독일에 본사를 둔 푸마도 마찬가지. 하지만 패러디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결국 푸마도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해당 상표들을 단속하는 쪽으로 방향으로 노선을 바꾸게 된다. 


그렇다면 푸이퓌통이나 안마, 파마와 같은 상표 패러디는 법적으로 허용될까. 이에 대한 판단은 의외로 쉽지 않다. 패러디는 기존의 브랜드를 비평 혹은 풍자하는 것인 만큼 일반적으로 원상표권자 내지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행해지게 마련인데, 패러디 대상이 된 입장에서는 탐탁잖은 생각이 들 가능성이 크게 마련이니까.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패러디는 일종의 창작적 표현으로서 이를 허용하고 오히려 발전시켜야 할 사회적 문화적 필요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양면성이 패러디에 관한 판단을 어렵게 만들곤 한다.


| 푸이퓌통, 안마, 파마… 결론은?

생각해 보면, 위 푸이퓌통이나 안마, 파마, 하마 상표들이 소비자에게 웃음을 자아낼 수는 있어도 실제로 혼동을 일으키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위 슬라임 백을 루이비통인 줄 알고 구매하는 사람이나, 위 안마 티셔츠를 푸마 티셔츠로 오해하고 구입하는 사람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상표법이나 저작권법보다 부정경쟁방지법상의 ‘희석화 방지 조항’이 더 많이 활용되기도 한다. 혼동을 일으키지는 않더라도 저명한 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해 원 상표의 명성을 손상시킨다면, 그러한 행위는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하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위 푸이퓌통이나 안마, 파마, 하마가 상표법이나 저작권법을 위반한 것인지 아니면 허용되는 패러디의 일환인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적어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는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사회에도 창의적이고 기발한 패러디가 더 많아지고, 그러한 제품들을 유쾌하게 바라보는 시선과 여유도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요즘처럼 다들 경제적으로 너무나 힘든 시기엔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말이다. (코로나 빨리 지나갔으면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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