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화샘 지연 Nov 13. 2024

<새활용이 뭐길래>

꽃보다 쓰레기를 아끼는 엄마의 이야기

  “엄마, 또야? 제발 좀……”

 나는 원래 “다녀오셨어요!”라고 인사를 하려고 현관 앞으로 갔다. 하지만 엄마를 보자마자 다른 말이 툭 튀어 나왔다. 엄마가 밖에서 들어올 때마다 나는 불안하고 짜증이 난다. 엄마는 빈손으로 들어오는 법이 없다. 늘 양 손 가득 뭔가를 들고 온다. 바로 쓰레기다.

 “연준아, 이거 봐라!”

 나는 못 들은 척하면서 거실로 돌아가 텔레비전을 쳐다봤다. 

 "박연준, 이것 좀 보라니까."

 엄마는 내가 듣기 싫다는 티를 내도 막무가내였다.

 “이번엔 또 뭔데? 현수막 주워 오더니, 오늘은 우산? 제발 쓰레기 좀 안 가져올 수 없어?”

 “엄마가 쓰레기로 일 하는데, 어떡해? 봐봐. 이거 엄마가 두 시간 동안 동네 돌아다니면서 찾은 거다. 이렇게 버려진 우산이 많아. 다 들고 올 수가 없어서 하준이 엄마가 태워다줬잖아.”

 “에휴!”

 나는 더이상 말하기 싫어서 내 방으로 들어왔다. 

 엄마가 내 방 옆 화장실에서 욕조에 물을 트는 소리가 들렸다. 우산을 닦고 있을 것이다. 엄마는 계속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이렇게 멀쩡한 것도 버리니 쓰레기가 넘쳐나지.” 하고 있을 것이다. 

 ‘쓰레기가 그렇게 중요해? 우리랑 살지 말고 그럼 쓰레기랑 살던가…….’       

 우리 엄마는 52세이다. 결혼한 뒤로 전업주부로 살다가 올해 3월부터 회사에 다니고 있다. 엄마는 아이를 셋이나 낳은 다둥이 맘이다. 언니는 22세, 오빠는 20세이고, 막내인 나는 12세 초등학교 5학년이다. 내가 엄마 41세에 태어나서 늦둥이로 사랑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절대 아니다. 나는 늘 엄마 가까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엄마는 늘 언니와 오빠만 바라보고 둘만 챙기느라 바빴었다. 이제는 나를 좀 봐주겠지 했다. 아니었다. 엄마가 회사에 나가게 된 것이다. 엄마는 5년 전부터 자원봉사센터에서 업사이클링 교육 봉사를 해 왔다. 그러다가 업사이클링 사회적 기업에서 엄마의 능력을 알아봐서 같이 일하자고 했다고 엄마는 늘 자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쓰레기를 되살려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파는 곳이다. 엄마는 자주 말한다. 업사이클링은 재활용이 아니라 새활용이고, 쓰던 것과 쓰레기를 전혀 새로운 것으로 창조하는 일이라고 말이다. 재활용이나 새활용이나 나한테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엄마, 회사에서 돈 많이 줘?" 

 나는 정말 궁금했다. 엄마가 돈을 많이 벌면 내 용돈이 많아질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아니.”

 “근데 왜 다녀?”

 “재미있으니까. 힘은 들어도 얼마나 좋은 일을 하는데 엄마가…… 그리고 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하면 비싸게 팔 수도 있어. 방수커버로 만든 스위스 가방이랑 소방호스로 만든 가방 봤지? 쓰레기가 돈도 되는 세상이야.”

 “그건 엄마네 회사에서 만드는 것도 아니잖아. 엄마는 돈 많이 못 번다며.”

 “엄마는 회사 주인이 아니잖아. 직원이지.”

 “그런데 뭐가 재밌어? 힘들고 바쁘구. 초딩 딸은 맨날 혼자 두고…….”

 “어? 너, 서운한 거 있니? 엄마 일하는 거 좋다고 했잖아.”

 “맞아. 엄마가 신경을 안 써서 나는 편해.”

 엄마가 처음 회사에 나가기 시작했을 때는 정말 자유로웠다. 계속 집에 같이 있으면서 엄마의 잔소리를 듣는 것보다는 엄마를 아침과 저녁에 잠깐만 보는 게 훨씬 좋을 때도 있었다. 일하는 엄마를 둔 주은이가 부러웠던 적도 있었다.       

 “지구를 아껴 써야 돼.”

 엄마가 또 시작했다. 엄마는 곧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할 것이다. 튤립을 키워서 동네 사람들과 나눴다던 외할아버지의 그 옛날이야기를 할 것이고, 나눔과 업사이클링에 이어지는 이야기 도미노가 펼쳐질 것이다. 아, 정말 지겹다!

 “2039년이면 화성에 갈 수 있는데, 여기서 적당히 살다가 화성에 가서 살아도 된다구. 엄마는 너무 지구만 생각해. 나보고 미래를 생각하라면서 우주는 왜 못 봐!”

 “엄만 지구에서 너랑 같이 살고 싶어, 연준아.”

 “됐거든. 누가 엄마랑 산대?” 

 “야, 우리 귀여운 막내가 엄마랑 오래 살아야지.”

 “아빠한테 얘기해. 왜 나한테 그래?”

 이렇게 엄마가 회사를 다닌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엄마랑 티격태격 말싸움도 하면서 나쁘지 않았다.      

 저녁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엄마가 또 늦는다. 나는 숙제를 해야 하지만 하기 싫었다. 언니랑 오빠, 아빠도 아무도 안 들어온다. 배가 고프다. 차려 먹기는 싫다. 혼자 있는 게 정말 좋았던 때가 있었다. 오늘은 아니다. 태풍이 왔는데, 비는 안 오고 바람만 분다. 엄청나게 세게 분다. 쉬이이 소리를 내며 바람이 창문을 덜컹덜컹 계속 흔들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유튜브를 열었다. 업사이클링을 검색했다. 내가 업사이클링은 갑자기 왜? 나도 모르겠다. 쓰레기가 자원이 되고 4차산업이라는 뭐 그런 동영상들이 엄청 많았다.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엄마는 왜 하필 이런 일을 지금 하는 거야……’     

 우리 엄마가 쓰레기를 가져오는 날이 계속 이어지면서 우리집은 점점 쓰레기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커피 찌꺼기는 늘 우리 거실 한 구석에 쌓여 있다. 엄마는 어떤 날은 창고에서 예전에 쓰던 카세트테이프를 꺼내서 그 안에 있는 녹음테이프를 쭈욱 잡아 당겨서 뜨개질을 했다. 가로수에게 옷을 입혀준다나? 나무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전혀 따뜻할 것 같지가 않다. 또 어떤 날은 집에 있는 이면지를 모아서 재활용 메모지를 만들기도 했다. 매일 바쁘다면서 자원봉사는 또 왜 하는지……. 얼마 전에 했던 전국체전에 자원봉사를 가서 또 현수막과 쓰레기들, 그리고 꽃 바구니를 가지고 집에 왔다. 밖에서 일을 잘 하면 뭐 하나? 집은 쓰레기장이 되어 가는데 말이다. 엄마는 지구 살림을 챙기느라 정작 우리집 살림은 놓아 버렸다.


 “엄마, 밥 안 줘? 배고프단 말이야.”

 엄마가 쉬는 날 저녁, 엄마와 단둘이 집에 있었다. 오랜만에 엄마랑 같이 저녁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엄마는 시간도 모르고 계속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지금 몇 시야?”

 나는 짜증을 내며 대답했다.

 “6시 넘었거든.”

 엄마가 주방으로 가면서 말했다. 

 “에구구,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엄마가 내일 수업 준비 하느라구 깜빡했어. 연준이랑 밥 먹어야지.” 

 “오늘 저녁은 뭔데?”

 나도 엄마를 따라서 주방으로 갔다.

 “연준이 좋아하는 닭갈비지. 아까 양념 다 해놔서 끓이기만 하면 돼. 잠깐만.”

 내가 좋아하는 닭갈비라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오늘은 또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어? 소파에 쪼그리고 앉아서 유튜브만 보더니. 엄마도 보긴 봤어?”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커피 점토 만드는 거잖아. 여름방학에 했었지? 내일 유치원 아가들이 와서 수업하기로 했거든.”

 “밥이나 줘.”

 “박연준, 엄마한테 관심 좀 가져주라. 엄마가 하는 일이잖아.”

 “엄마도 나한테 관심이 없잖아. 내일 수련회 가는 건 기억해?”

 “당연하지. 점심 도시락 싸간다고 해서 장도 봤지. 김밥 싸 둘게. 언니가 도시락 싸주기로 했어. 간식은 샀지?”

 “언니 말고 엄마가 해주면 안 돼? 언니한테는 엄마가 다 해줬잖아.”

 “엄마가 일찍 출근해서, 미안! 엄마 일하는 거 좋아했잖아. 갑자기 왜 그래?” 

 “뭐가 갑자기야. 내가 얼마나 참았는데…… 우리가 거지야? 맨날 쓰레기만 주워 와서 뭐 하는 거냐구. 집이 완전 쓰레기장이잖아.”

 눈에서 눈물이 막 쏟아지기 시작했다. 멈출 수가 없었다.

 “너 울어? 왜?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엄마가 뒤돌아보면서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떨군 채 팔소매로 콧물을 닦아냈다. 

 “엄마가 왜 거지야? 자식이 셋이나 되고, 이렇게 예쁜 연준이도 있는데……. 왜 그래? 연준아.”

 “이럴 거면서 왜 나를 낳았어? 언니랑 오빠만 낳았으면 엄마는 더 자유로웠을 거 아니야? 엄마가 전에 이모랑 통화하는 거 다 들었거든. 둘만 있었으면 자유로웠을 거라구 했잖아. 왜 나는 낳아서 엄마도 힘들구 나도 힘들게 만들어?”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말들이 마구 쏟아졌다. 엄마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나는 방문을 쾅 닫고 내 방에 들어와서 문을 잠갔다. 엄마가 내 방문 앞에서 문을 두드리고 내 이름을 불렀지만 나는 문을 열지 않았다. 

 엄마는 요즘 쿠키를 구워주지 않는다. 그게 먹고 싶어서 화를 낸 것이 아니었다. 언니랑 오빠는 다 커서 좋겠는데, 나만 아직 어려서 화가 난 것도 아니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다가 잠이 들었나 보다. 자는데 누군가 와서 내 옆에 누워서 내 손을 꼭 잡아주는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분명히 잠갔는데…….’ 이불을 덮어주고 내 이마에 뽀뽀를 하고 누군가가 나가는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수련회날 아침. 나는 엄마를 못 만났다. 엄마는 아침 일찍 출근을 했고, 언니가 내 도시락과 가방을 준비해 주었다. 아빠는 오늘 늦게 출근을 해서 나와 같이 김밥을 먹고 간다고 했다. 오빠는 웬일로 일찍 일어나서 내 옆에 나란히 앉아서 김밥을 먹었다. 

 ‘뭐야? 다 왜 이래? 불편해 죽겠네.’

 나는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수련회 1박2일 동안 나는 멍하니 앉아 있다가 뭔가를 하라고 하면 앞 친구를 따라 했고, 밥을 먹으라면 밥을 먹었다. 그런데 앗! 내가 과자를 다 먹고 비닐과 플라스틱 케이스를 분리수거 하고 있었다. 내 것만이 아니라 친구들 것까지 말이다. 이런 귀찮은 습관! 정말 싫다.     

 엄마는 바보다. 혼자 노력한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일단 우리 집에서 아빠는 분리수거를 잘 하지 않는다. 엄마가 시키면 그제서야 엄마가 따로 분리해 놓은 쓰레기를 가지고 버리러 간다. 엄마 혼자 고생한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나는 10년밖에 안 살았지만 깨달았는데, 우리 엄마는 50년을 넘게 살고도 왜 모르는 걸까? 좋은 기술을 이용해서 환경오염을 줄이는 걸 발명하면 될 것이다. 엄마 혼자 나서서 쓰레기로 새로운 것을 만드느라 밤늦게까지 그렇게 고생할 필요가 있을까?      

 “연준아, 수련회는 재미있었어?” 

 “잘 갔다 왔나, 동생?”

 언니와 오빠가 현관에 나란히 서서 나를 맞이해 주었다. 갑자기 왜?

 “웬일이야, 오빠가 집에 있구?”

 “박연준, 엄마가 꼭 집에 있으라고 몇 번을 얘기하고 나갔어. 바쁜 오빠가 안 나가고 있었다 이거야.”

 “치! 집에서 계속 게임만 했겠구만.”

 “아니거든. 엄마가 방 치우라고 해서 치우고, 재활용 쓰레기도 버리고 얼마나 바빴는데……”

 엄마가 집에 없었다. 다행이었다. 그저께 엄마한테 소리를 지른 뒤로 엄마 얼굴을 볼 자신이 없다. 어제 수련회에 있을 때 아빠랑 언니한테만 잘 있다고 간단히 톡을 보냈다. 엄마한테는 몇 번을 쓰다가 지우고 하다가 보내지 않았다. 

 나는 가방을 식탁 옆에 내려놓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연준아, 엄마한테 전화했어?”

 언니가 따라 들어오면서 말했다. 오빠도 뒤따라 들어왔다.

 “왜 다 들어오고 난리야?”

 나는 피곤했다. 

 “엄마한테 왜 그랬냐?”
  오빠가 물었다.

 “내가 뭘. 사실을 말한 건데.”

 “엄마가 밤새 못 잔 거 알아? 너한테 말도 못 걸겠다고 하더라.” 

 언니가 말했다.

 “박연준, 장난하냐? 너는 초딩이지만 나는 작년에 고3이었거든. 근데 엄마가 자원봉사 한다고 얼마나 바빴는지 알아?”

 오빠도 옆에서 끼어들었다. 

 그랬었나? 잊고 있었다. 오빠가 고3일 때도 엄마는 회사를 다니지 않았지만, 자원봉사센터에서 교육봉사를 하느라 바빴다. 무슨 드림강사 팀에서 팀장을 맡기도 했었다. 

 “엄마가 좀 심하게 부지런하긴 하지. 일도 아닌 자원봉사 하면서 바쁜 걸 보면서 맘에 안 든 적 많았어. 집안 살림은 신경도 안 쓰면서 나가서 왜 저러나 했었지.”

 ‘언니가 저런 얘기를 다하네?’

 오랜만에 우리 삼 남매의 의견이 맞는 시간이었다.

 “작년 연말에 시에서 상 받았잖아 엄마가. 민준이는 고3이라 바빴고, 연준이는 친구 생파 간다고 못 갔고. 기억 안 나? 엄마 축하해주러 같이 가자고 했는데, 다들 바쁘다고 나만 갔었잖아. 그때 엄마 엄청 멋있었어. 나도 전에는 엄마가 자원봉사니 나눔이니 하러 나갔을 때 서운했었어. 근데 그 날은 우리 엄마가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더라. 너네도 봤어야 했는데……”

 그럼 그렇지, 언니는 역시 엄마 편이다.

 “내가 너 때문에 데이트도 못하는 거 알아, 몰라?”

 “나도, 나도!”

 언니와 오빠가 한 편이고 나의 적이 되었다.

 “내 핑계 대기는…… 둘다 만날 사람이 없는 거지.”
  오빠는 어느새 옆에서 게임에 빠져들어서 대꾸도 하지 않았다.

 “엄마가 너 얼마나 생각하는데……. 저녁에 너 밥 안 챙기면 엄마한테 얼마나 잔소리를 듣는 줄 알아?”

 언니는 아직 할 말이 남아 있었다. 언니는 점점 엄마를 닮아간다. 별로다. 

 “치, 언니는 엄마한테 다 받아 놓구. 엄마가 집에 없으니까 언니가 해야지.”

 “야, 너는 엄마가 공부하라는 말 안 하잖아. 언니는 엄마가 공부, 공부 하면서 얼마나 괴롭혔는지 알아?”

 언니가 흥분하며 말했다.

 “나도 만만치 않았거든.”

 게임을 하면서도 오빠는 우리 얘기를 다 듣고 끼어들었다.  

 “그래도 엄마가 다 챙겨주고 옆에 있었잖아. 엄만 나한테 관심도 없다구.”

 그나저나 엄마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걱정이다. 잘못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모른 척 하고 방에서 나가지 말까? 

 “엄마한테 어떻게 해야 돼?”

 나는 언니와 오빠한테 물었다. 나보다 오래 살았으니까, 엄마랑 더 많이 싸워봤으니까 나보다는 잘 알 테니까 말이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언니가 다시 물었다. 오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게임만 했다.

 “뭐야? 모르겠으니까 묻는 거잖아.”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엄마한테 잘못했다고 하고, 할 말이 없으면…… 음…… 그냥 엄마를 꼭 안아주던가. 아니면 엄마한테 안기던가.”

 언니가 웃으며 말했다. 어쩌라구!

 “둘다 나가! 나 잘 거야.”


 우리 엄마는 꽃보다도 쓰레기가 더 좋다고 한다. 이상한 아줌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꽃 축제가 나오면 그 뒤로 남겨질 쓰레기를 걱정한다. 또 그 쓰레기로 뭘 만들지 고민한다. 사실 우리 엄마가 만들면 현수막 쓰레기도 예쁜 파우치가 된다. 학교에 가지고 가면 친구들이 부러워할 때도 있다. 작년에 자원봉사센터에서 엄마가 하는 커피 점토 수업에 주은이랑 같이 갔었는데, 엄마가 선생님 같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었다. 엄마는 커피 점토도 갈라짐 없이 정말 잘 만든다. 집안 살림을 그렇게 잘 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엄마는 명품 가방이 없다. 젋었을 때는 아주 좋아했지만, 이제는 없어도 된다고 한다. 말이 돼? 자원봉사를 하고 쓰레기를 새활용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명품과는 멀어졌다고 한다. 새활용으로 탄생한 가방만 들고 다닌다. 윤슬이 엄마처럼 엄마도 멋을 좀 부렸으면 좋겠다. 

 엄마 생각을 하니까 웃음이 나왔다. 나는 엄마랑 정말 안 맞지만, 엄마가 좋기는 하다. 엄마가 만들어준 닭갈비와 떡볶이는 정말 좋다.      

 엄마한테 문자를 보냈다.

- 나 왔어. 저녁에 닭갈비 먹고 싶어. 떡도 넣구.

 엄마한테 바로 답장이 왔다.

- 그저께 먹었는데 또 먹어? 엄마가 장 봐서 일찍 갈게.

 나는 아주 간단히 답을 보냈다

- o ㅋ 

 뒤에 “잘못했어.”라고 썼다가 지웠다가, 다시 썼다가 지웠다. 그냥 이따가 엄마를 안아주던가, 엄마한테 안길 거다. 그때 엄마한테 말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