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써서 대박나기 정말 어렵다더니 맞네요
글 쓰는 게 무척 재미있긴 하지만, 단 한 번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열아홉의 내가 설정한 목표가 한 가지 있다. 바로 브런치에 연재한 글들을 묶어 성인이 되기 전 출간하는 것이다. 처음 연재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 목표는 늘 내 마음 속에 있었고, 비록 일상에 치여 예상보다도 업데이트한 글이 적긴 해도 그 계획은 변하지 않았다. 또한 그 목표를 실현시킬 수 있을 만큼 내 글이 읽어줄 만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내 예상보다 브런치라는 곳은 치열한 정글이었다… 글과 작가들의 홍수 속에서 내 브런치가 독자들의 눈에 띄어 브런치 스타가 되는 것보다 내가 멘사 회원으로 들어가 하버드 로스쿨을 수석 졸업하고 한국의 희망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법무부 장관이 되는 게 더 쉽겠구나, 싶을 정도로. 도대체 어떻게 해야 더 많은 독자들에게 내 글이 읽힐 수 있는지 머리를 쥐어짜내도 아무것도 안 떠오른다.
그래서 요 며칠 간 다양한 가설을 세워보았다.
- 우선 첫 번째. 특이하고 유별난 사람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내 인생이 별로 독특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내 글을 안 읽는다는 가설이다. 하긴,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 자퇴한 애가 나 하나 뿐이겠어? 하지만 고등학교 자퇴하고 혼자 배낭여행 다니다가 촘스키한테 이메일 보내고 서핑이랑 타로랑 명상이 취미인 애는 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파란만장은 몰라도 내 인생 참 요상하고 흥미진진하다.
- 이 글과 잘 어울리는 두 번째 가설인데, 내가 나를 완전 과대평가했고 실은 내가 글을 못 쓰는 데다가 덕분에 결과물도 재미없다는 내용. 이 경우 나라는 사람이 자존감 만땅을 넘어 자만심으로 가득찬 어리석은 중생이라는 결과에 다다르게 된다. 그러나 슬프게도 예상 외로 겁많고 미련한 내 특기는 나 깎아내리기다. 이런 "내가 나 정도면 글 잘 쓰는 편이지!" 라고 생각했으니 사실 나는 내 생각보다도 더 글을 잘 쓰는 게 아닐까?
- 세 번째 가설은 좀 설득력이 있다. 독자들이 내 글을 크게 원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 이건 좀 이해가 되는 게, 자퇴해서 놀고 먹는 낭랑 19세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리 없다. 성공한 사람들의 비법이 담긴 자기계발서가 늘 스테디셀러인 것 처럼 말이다. 근데 내가 보기에는 내 인생 본새 철철 난다. 농담 아니다. 난 지금 쏘핫과 쏘쿨이 공존하는 삶을 사는 중이다. 그리고 내 이야기가 언젠가 평전으로 나올 거라고 자신한다. 아니다. 방금 한 말은 취소한다. 좀 오바였다.
- 브런치에 글 쓰는 사람이 내놓을 가설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이야기는 해본다. 실은 아직도 브런치에서 대박나려면 어떤 마케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독자 유입의 주요 루트인 해시태그 한계가 세 개라서 좀 아쉽다. 또, 메인에 뜬 글이 아닌 경우 독자들을 만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는 굉장히 좋은 플랫폼이다. 멋진 글쓰기의 장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발자님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어쨌든 내가 떠올린 가설들은 이 정도다. 물론 앞에서 그 가설들을 전부 다 부정하긴 했지만(…) 꿋꿋이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우연히 이 글을 보고 들어온 독자 분들이 객관적이고 진지한 눈으로 내 글을 읽은 후 좋은 피드백을 남겨주길 바라서.
둘째. 나 정도면 브런치 스타 아니야? 하는 작가님들이 3대가 운영하는 김치찌개집 명인들처럼 안고 계신 비법을 조금씩 나눠 떼어주시기를 바라서.
이래놓고 아무도 이 글을 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 어떤가. (어차피 지금까지도… 열심히 썼는데… 많이… 안 읽어주셨는데 뭐….) 내가 언젠가 브런치의 톱스타가 되면 이 사람이 이런 고민을 했구나, 하고 소소하게 회자될 수도 있겠지. 그것만으로도 나는 소원 성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