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도 Jul 07. 2021

#027 고민의 단계

전세를 끼고 집을 샀는데 요즘 집값이 곤두박질쳐서, 전세값도 내려줘야 하는 형국이라며 한숨 쉬는 선배의 푸념을 듣는데 든 생각.     


'아! 나도 그런 고민으로 빨리 건너뛰고 싶다...'


사춘기시절엔 외모에 대한 고민이

십대 후반엔 진학에 대한 고민이

이십대 초반엔 진로에 대한 고민이 찾아왔었지만


난 그때마다 잘 견뎠다.     


힘들었지만 나 혼자 겪는 게 아니어서 외롭지 않았다.

내 또래는 모두 함께 겪는 통과의례 같은 고민이었기에

또한, 일정시간 인내 후엔 결과물이 나타나 주는 것들이기에

그때마다 꾹 참고 견뎌내었다.     


그런데 

이십대 중반 이후는 사람에 대한 고민을

더 정확히 말하면 남자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사랑과 연애 

만남과 이별

이 고민만을 줄기차게 해 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고민이 언제 끝날지 결코 예상할 수 없다는데 있다.     

나와 함께 이 고민을 시작했던 또래들 중 상당수가 결혼이라는 매듭으로 일단락 짓는데 성공했다.

그들은 어느덧 출산과 육아의 고민, 내집 장만과 재테크의 고민으로 넘어가 있는데 난 여전히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이 같은 고민을 되풀이하고 있다.     


행운의 찬스라는 게 있어서

인생의 수많은 고민의 징검다리중 하나쯤은 건너뛸 수 있다면

난 주저 없이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고민을 선택하겠다.     


어쩌면

싱글이라 겪는 외로움보다 더 큰 외로움은, 나 홀로 고민하고 있는 것만 같다는 소외감 일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026 드라이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