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른이 청소년 소설 왜 읽냐고요?

독서기록 [페인트] - 이희영장편소설

by 밀도
KakaoTalk_20251208_183212841.jpg


서점에 갈 때마다 궁금했었다. 요즘의 청소년문학들은 어떤 내용일까? 초3인 아이가 앞으로 어떤 책들을 접하게 될 지 궁금해서 더욱 관심이 가게 된 것도 있다. 표지들도 너무 예쁘고 독특한 시놉들도 많아보였는데 그중에서 유독 눈에 들어왔던 제목이 페인트였다. 얼핏 찾아보니 미래소설 장르. 설정이 기발하고 내용은 재밌을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구입해 읽게 되었다.


미래소설은 첫 챕터 읽기가 매우 중요하다. 별생각없이 가볍게 읽다보면 한번에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익숙한 장면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두어번 정도 읽고 나서야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이 부분을 잘 통과하고 나면 상상너머의 신박한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책 또한 그랬다. 주인공 이름이 제누301이고, 장소가 NC센터이며 홀로그램 인간들과 면접을 본다. 낯선 용어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바로 장면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페이지를 덮고 한번 더 읽고 나니 그제서야 이 소설의 신박한 설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미래에는 저출산을 넘어서 아이를 기르기 싫어하는 부모들이 많아져서서 정부가 발벗고 나서서 부모 대신 아이를 기르기로 한다. 그 센터가 NC( Nation’s Children)센터이고, 양육비 지원 등 보조금을 받기 원하는 비혈육 부모 후보들과의 면접을 주선해준다. 그곳에 살고 있는 제누 역시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다. 제누301이란 이름은 제뉴어리에 태어난 남자아이 중 301번째 입양대상자란 뜻. 성인이 되기 전까지 새 부모를 만나 센터를 떠나지 않으면 평생 NC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기 때문에 어떻게서든 새로운 부모와 매칭 되려 노력한다.


17살 제누가 부모 후보와 실제 대면미팅 하는 장면이 이 소설의 첫장면이다. 홀로그램과의 첫만남이었는데, 그 면접이 끝나자마자 제누가 물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혹시 저분들 빚이 많나요?”


이 말부터가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책을 읽는 내내 청소년들이 직접 자신의 부모를 선택한다는 설정과 세계관이 매우 잘 구축되어 있어 놀랐다. 정말 이런 세상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끔 디테일이 살아있었다.


작가는 ‘나는 좋은 부모일까?’ 라는 반성에서 시작한 소설이었는데 정작 글을 쓰는 동안에 아이에게 소홀한 엄마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엄마로써 어떤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을지 알것만 같았다.


책 제목 페인트는 (Parent’s Interview)의 줄임말이다. 만약 내가 페인트의 대상일 때 난 부모로서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잠시 해 보았다. 또한 운명으로 엮인 나쁜 친부모 밑에서 사는게 나을까, 새로운 부모와 사는게 더 나을까란 생각도. 아무튼, 깊은 여운을 주는 소설이었다.


초3 아이가 이 책의 내용을 궁금해서, 간단히 얘기해줬더니 대뜸 이런다.


“굉장히 흥미로운 소설이네!”


아이도 단박에 느꼈다니 신기하다. 그래서 청소년 소설인건가?

아이가 좀 더 크면 이 책을 꼭 추천해주고 싶다. 물론 어른들에게도 추천이다.

왜냐면 매우 재밌기 때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니멀 라이프 깨끗이 포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