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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수 Apr 05. 2021

넌 감동이었어

아이야 자라줘서 고맙다

 지난 토요일은 둘째의 돌이었다.


 발달이 느려 치료를 받고 있는 일곱  첫째 아이는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본인이 꽂힌 노래에 한에서는 멜로디와 가사를 모두 외웠고, (가요, 동요, 클래식, 트롯  분야는 가리지 않는다.) 아이는 완벽해질 때까지 노래를  백번   번을 들었다. 최근에 꽂힌 노래는 스텐딩 에그의 오래된 노래다. 첫째 아이는 둘째의 생일날 축하 공연을 해주겠다고 지난 일주일 내내 등원하는  안에서도, 삼촌에게 수없이 전화를 걸면서(삼촌의 컬러링이 오래된 노래다), 집에서도 노래 연습에 매진했다.


 드디어 둘째의 생일날, 집에서 간단히 상을 차려 돌을 치렀다. 쭈뼛거리며 노래하기를 망설이던 첫째 아이는 식구들의 폭풍 칭찬에 힘입어 마이크를 들고 섰다. '살아가다 한 번쯤 우연히 만날 것 같아, 사랑했던 그 모습 그대로.' 초반부는 가사 숙지가 잘 되지 않아 얼버무렸지만 후렴에는 제법 감정을 실어 손을 이리 흔들고 저리 흔들었다. 일곱 살 꼬맹이가 이 애절한 사랑 노래의 뜻을 짐작이나 할는지.


 열심히 노래 부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식구들은 환호를 했고, 나는 동영상 촬영을 하는데 눈물이 스멀스멀 맺혔다. 아이가 자폐인 것 같다고, 남들과 다르다고, 몇 년이 느리다는 말을 들어도 이 악물고 참아냈던 눈물이었다. 이렇게 아이가 노래를 부르고, 쑥스러워하고,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니 내 인생이 가득 찬 느낌이 들었다.


 아이야 고맙게도 정말 많이 자랐구나, 이제 남들과 비슷해지고 있구나. 스멀스멀 맺힌 눈물은 곧 펑펑 쏟아져 버렸다. 노래를 멈춘 아이는 "엄마 왜 울어?" 물으며 나를 안았다. 아이의 등판이 제법 넓다. "감동이야. 네가 노래를 너무 잘해서 엄마는 감동받았어." 감동받았다는 내 말에 으쓱했는지, "엄마 내가 더 잘할게. 울지 마. 근데 감동받았어?" 하고 되묻는다. 엄마의 감동에 자신감이 올라간 아이는 그 날 내내 금색 블루투스 마이크를 들고 오래된 노래를 불렀다.  



 최근 언어 발달 검사에서 아이는 1년 6개월 정도 지연 소견을 받았다. 검사지를 읽어보니 아이가 할 수 있는 말도 못 한다고 체크되어 있는 부분이 꽤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검사를 하면 본인의 능력치보다 낮게 나올 수 있다.) 검사 전엔 아이의 언어 발달이 정상이라고 하진 않을지 내심 기대했었다. 2년 3개월 지연에서 1년 6개월 지연으로 앞당긴 것은 아이가 다른 친구들보다 몇 배는 열심히 자라준 것인데 욕심에 만족을 하지 못했던 거다. 찬찬히 생각을 해보니 만족을 못하면 내가 나쁜 년이구나 싶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기다리는 것이 전부다. 특히 나에겐 첫째 아이가 그렇다. 첫째가 느린 것에 대해 유튜브를 보여줘서 그렇다,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해서 그렇다는 죄책감이 많았는데 둘째를 낳아보니 첫째는 그냥 그런 아이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아이를 기다리는 일이 조금은 덜 괴로웠다.


 나는 오늘도 내일도 온 마음 다해 아이를 기다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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