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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수 Feb 10. 2022

너의 첫 졸업

 첫째 아이가 다음 주면 어린이집 졸업을 한다. 일반 입학을 했다가 장애 통합반으로 옮겼다가, 몇 번의 발달 평가를 받고, 치료실을 전전하다 보니 이제 졸업이란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이었는데 졸업 앞에선 몇 달째 초조한 마음이 앞선다. 


 줌으로 해야 하는 졸업식 준비로 설레 하는 아이가 눈에 보인다. 오늘은 태권 체조와 졸업식 영상을 촬영한다는데, 졸업을 하면 이제 어린이집에 안 다니는 거라고 몇 번을 몇 번을 일러주었는데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잘 모르겠다. 


 졸업 영상에 멋지게 나오기 위해 이발소에도 가서 이발도 잘하고, 하원 후 태권도 학원도 다닐 만큼 자랐는데 항상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다. 아이의 부족함만 눈에 보인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아이가 잘 때 몰래 가위로 머리를 자르다가 망치고, 치료실이든 센터든 엄마와 분리가 안되어서 엄마 찾아 우는 아이였는데 말이다. 


 말이 터지고 보니 아이는 말이 정말 많은 친구였다.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참고 살았나 싶을 만큼, 말이 많았다. 아직 조리 있게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어렵지만 대화는 되는 수준으로 늘었다. 바퀴 달린 것에만 집착했던 아이의 세계는 (물론 여전히 바퀴 친구들을 좋아한다) 게임, 영화, 운동, 과학 등으로 확장됐다. 

엄마 왜 북극이 있어요? 

엄마 왜 이발소는 여자만 가요?

엄마 나는 고양이가 되고 싶어요. 왜 나는 고양이를 키울 수 없어요?

느려도 할 건 다 한다고, 보통 아이들이 네다섯 살에 할 법할 질문을 근 일 년 동안 미친 듯이 하고 있다. 멋진 대답을 내놓는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아이와 이렇게 대화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쉿!" "오늘은 질문 그만!"을 하고 있다. 


알림장 쓰기를 연습하고 있는 아이


 아이가 일 년만 늦게 입학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피하지 말아야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부딪쳐서 성장하자고 결심하면서도 계속 그런 마음이 든다. 느리고 예민한 데다가 12월 생인 아이가 일 년만 있다가 입학을 하면 지금보단 좀 나을 것 같은데...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할 수 없는 시국이 되니, 이 핑계로 일 년만 이따가 입학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찾아온다. 


 나도 몇 번의 졸업식을 거쳐 지금의 내가 되었고, 돌이켜보면 나도 아이처럼 모든 졸업식을 즐겼던 것 같다. 졸업식보단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설렘이 더 컸었던 것 같다. 정작 새로운 곳에 가면 한두 달은 적응하느라 온 힘을 다 하면서, 지나간 그곳들을 그리워했는데 말이다. 지금 아이도 예전의 나와 같은 마음일까. 지레 겁먹은 나와 다르게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을 기다리는 눈치다. 


 다른 엄마들은 아이들의 졸업을 앞두고 뭉클하고 대견할까, 아님 나처럼 불안할까. 아니면 이 감정은 복합적으로 둘 다 찾아오는 감정인 건가. 


 어쨌든 나의 아이는 이제 졸업을 하고, 초등학교에 간다. 아직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눈에 선한데, 나는 학부형이 된다. 새로운 환경에 아이를 보내는 것이 불안하고 두렵지만 나도 엄마로 또 한 번 성장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아이의 초등학교 6년의 시간이 건강하기를, 온 마음 다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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