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수수 Apr 18. 2019

요즘

며칠 전, 물놀이를 즐기던 아이는 구토를 하더니 갑작스레 40도의 열이 나기 시작했다. 다니던 소아과가 휴가여서, 근방에 다른 소아과를 찾았고 구내염이란 진단을 받게 되었다. 최근엔 내내 집에서만 놀았는데 어떻게 구내염에 걸렸나 하는 의문도 잠시, 아이의 입안에 오도도 생긴 염증을 보니 내 입안이 쓰라렸다.

집으로 돌아와 약을 먹이고, 찬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며, 오르락내리락 열과 사투를 벌였다. 아이는 까무러지듯 잠에 들었다. 잠든 아이의 몸에 두드러기가 난 걸 발견한 건 이미 해가 진 뒤였다. 다시 찾은 병원에선 두드러기의 원인이 면역 저하라고 말했다. 불덩이 같은 아이의 몸엔 붉은 두드러기가 군데군데 퍼져있었다.

잠들지 못하는 긴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찾은 원래 다니던 소아과에서 새로 약을 처방받았다. 어쩌면 아이의 두드러기가 약 부작용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듣게 됐다.

고열에 시달려 중얼중얼 옹알이인지 잠꼬대인지 모를  말을 내뱉으면서, 아이는 계속 안아달라 요구했다. 뜨거운, 너무 뜨거운 아이를 안으며 생각했다. 만약 아이가 무서운 전염병에 걸리더라도, 지옥에 가게 되더라도, 나는 이 아이와 함께 가겠구나. 아이가 살아갈 인생이 내 기대에 미치지 않든 제멋대로이든, 안아주고, 손 잡고, 언젠간 나를 앞질러 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겠구나. 내가 죽어서도 끊어내지 못할 지독한 사랑에 빠졌구나, 뭉클하고 서글펐다. 눈물이 핑 돌았다.

앓을 만큼 앓은 건지, 땀을 뻘뻘 흘리고 자던 아이는 다음 날 거짓말처럼 회복했다. 더 이상 열도 나지 않고, 두드러기도 나지 않고, 염증도 없어졌다.

아이가 한 번 앓으면 온 집안 식구들이 지친다. 밤낮없이 병시중을 하느라 잠을 설치고,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찬 물수건을 만들어온다. 그래도 오래 앓지 않고 나아서 다행이다.

어린 시절 내게 건강만 바란다는 엄마의 바람이 참 시시하고 볼품없다 느꼈다. 건강하게 크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엄마의 바람이 너무도 와 닿는 요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부모님이 달라졌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