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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수 Feb 10. 2023

초1이 끝났다

 지난 2월 입학을 유예해야 할지, 입학해도 될지 경계선 지능의 아이를 두고 고민하던 날들이 지나가고, 무사히 아이는 1학년을 마쳤다. 혹시라도 따돌림을 받진 않을지, 무시를 받진 않을지, 선생님의 무관심 속에 있진 않을지 하는 걱정과 다르게 아이는 따뜻한 관심 속에서 많이 많이 성장한 한 해를 보냈다. (물론 약간 찝찝한 사건도 있었고, 괴롭힘을 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되던 시간도 있긴 했다.) 


 며칠 전에 언어 선생님에게 받은 언어 검사에선 이해, 표현 부분에서 하위 20~30%의 결과를 받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치료를 받아야겠네, 힘내, 위로할지 모를 결과지만 나에게 이 점수는 기적과도 같은 점수였다. 하위 1% 미만의 수준에서 이 정도까지 올라간 아이가 대견했다. 하지만 아직 눈물을 펑펑 쏟으며 팡파르를 터뜨릴 점수는 아니니까 차분한 마음으로 임하기로 하고..ㅎㅎ


 아이는 학기 초반에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같은 어린이집 출신, 같은 반 친구 A와 놀기 시작하면서 남자아이들의 무리에 들어가게 된 건 아닌지 생각하는데,  A 덕분에 아이는 처음으로 친한 친구가 생겼다. 처음엔 A가 다니는 태권도에 다니고 싶다는 아이의 말을 흘려 들었는데,  학교에서 뭐 했냐는 물음에 매번 A와 놀았다는 말에 어? 너 A랑 절친이니? 물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반 아이들과 모두 친하다고 FM처럼 말했는데, 알고 보니 절친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거였다. 이 개념은 최근에 생겼다. 


 아이는 A와 반 아이들과 어울리며 한 해를 무사히 넘겼다. 학교를 좋아했고, 친구들과 노는 쉬는 시간을 좋아했다. 어느 날은 혼자 놀았다, 혼자 자리에 있었다는 말을 하는 날도 있었지만, 그럴 때면 심장이 쿵 내려앉았지만 그럴 때마다 초조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미묘하게 우리 아이를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나 앞으로 있을 수많은 일들이 두렵지만 조금은 덤덤하게 생각해 보려고 한다. 그런 일들은 일반 발달 친구들 사이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고, 어른들 사이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어른이라고 하는 나에게도 부족한 점은 수두룩 하다. 하물며 아이는 오죽할까. 두려움 보단 응원하는 자세로 아이를 지켜봐 주고 싶은데, 그게 쉽진 않다. 쉽진 않지만 해내고 싶다. 독립하지 못한 건 아이가 아니라 나 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4년 정도 받았던 감통 및 인지치료와 회기 별로 들었던 사회성 치료를 종결하려고 한다. 매일 치료실로 끌려 다니기 바빴던 아이에게 최소한의 치료만 듣게 하고, 다니고 싶었던 태권도 학원에 보내 주려고 한다. 아이의 성장으로 인한 종결이 아닌 엄마가 임의로 하는 종결이라 불안함이 앞서지만 아이를 믿어 보려 한다. 믿자. 그리고 불안함이 아닌 아이를 응원의 시선으로 바라봐주자. 오늘도 여전히 말만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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