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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레꼬레 Jun 26. 2024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이 책이 2024년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였다는 글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 읽게 되었다.

서점대상 수상작들이 대부분 재미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신뢰하는 상이여서.


이 책은 조금씩 상처가 있는 인물들이 동네 서점에 모여들어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과

인물들의 마음을 살피는 그런 소설이다.

좋은 학교를 나왔지만 연거푸 취업에 실패해 좌절하지만 용기내서 시작한 

커피만들기에서 보람을 찾기 시작한 젊은 바리스타,

회사에서 일중독에 빠지다시피 열성을 다하다가 어느덧 다가온 번아웃과 공황장애 등으로

회사를 퇴사하고 작은 서점을 차리게되는 젊은 이혼녀인 주인공,

계약직으로 몇년동안 회사를 다니다가 영원히 안될것만 같은 정규직 전환을 뒤로하고

퇴사를 한 후 뜨개질과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젊은 여성 등이 주요 캐릭터이다.

그외 로스팅하는 가게의 사장, 공부도 잘 안하고 방황하는 고등학생, 회사원겸 작가로 활동하는

젊은 남자등도 등장한다.


언뜻 보면 주위에 있을 것 같고, 언뜻 보면 사회의 이슈들을 조금씩은 안고 있는 인물들이라

공감이 되는것 같긴 하면서도 정말이지 어디서 본 듯해서 

너무 진부한 느낌이 깊이 드는건 사실이다. 그래서 공감하기 전에, 책을 덮고싶은

그런 거부감이 들어서 책을 끝까지 읽기는 쉽지 않았다.


인물을 비춰줄때에 깊이있게 그 인물속에 들어가서 어떠한 사건과 감정을 건드려주면

그 인물이 입체적으로 살아나는데, 이 소설에서 분명히 등장 인물들마다 사건과 감정을

건드리긴 하는데 그 느낌이 어딘지 약하고, 그다지 입체적이기보다는 평면적으로 

느껴져서 소위 매력이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공황이니 번아웃이니 이런 것들도 너무 이제는 흔해서 별로 와닿지 않는 그런 시대에

내가 살고 있는 것일까. 내가 무뎌진건지, 아니면 나의 감성이 이 정도의 자극에는 도통

움직이질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카모메 식당이라던지 리틀 포레스트 같은 영화 

모두 참 좋아하긴 했는데. 


그리고 주인공 영주와 작가 승우의 러브라인은 왜 꼭 러브라인이였어야 했는지 조금 아쉬웠다.

마치 공식처럼, 러브라인이 하나 등장해야 소설이 더 풍성해지는 것이였던걸까.

그냥 담백하게 서로에게 호감만 있는채로 극이 전개되는게 오히려 이 소설에 더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물론 주인공 영주의 감정의 변화, 지난 상처의 극복 이런 부분들을

보여주려고 넣은 전개인것 같긴 한데 오히려 또 너무 클리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 모든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따뜻하고 인간적이기에

소설을 읽는동안 기분이 흐뭇해지는 요소는 분명히 있다.


어느 쨍한 여름날, 우연히 들어간 작은 가게에서 시원한 에어컨 공기와 함께

마시게 되는 커피와도 같은 그런 소설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좋아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충분히 든다.


단지, 이제 나의 감성은 휴남동 서점의 감성이 아닌 것일뿐.

따뜻한 휴머니티가 그립다면, 현재 절실하게 혼자라고 느껴진다면

잠깐이나마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에 온기를 더할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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