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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제이 Jun 17. 2024

아름다운 날들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밤

육아가 아직도 어려운 나에게 해주고 싶은 위로

노래를 듣다가 책을 보다가 문득 내 안의 나를 글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강렬하게 들 때가 있다. 나에게는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일요일 밤 고속도로에서 데이식스의 <행복했던 날이었다>를 들으면서 나는 그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적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로서의 삶이 이제 만 9년이 지났다.

10년을 채우기 전 몇 달을 남겨두고, 삶에서 재미와 의미를 모두 놓칠 수 없는 지극히 인간답게 그 시간에 대해 내 나름의 의미를 붙이고 싶었다.


약 10년 간의 육아를 하면서 내가 얻은 건?

오랜 바깥(?) 생활로 얻은 기미와 미간의 주름.

이런 시답잖은 이야기 말고,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육아 인생, 힘들었지만 아름다운 날들이었다!"였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뇌가 힘든 기억을 알아서 망각하고, 즐거웠던 기억만 선택적으로 더 자주 떠올리는 경향(회상적 편향, recall bias)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난 더 적극적으로 그동안 힘든 기억은 금방 잊어버리고 오늘 하루에만 집중하며 살아오려고 했던 것 같다.


물론 힘든 일이야 과정마다 참 많았다. (아직도 육아가 10년 더 남았지만!) 매 순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내 감정은 유쾌와 불쾌의 스펙트럼을 수시로 오갔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만 아니라면, 결국 어떤 일이든 지나고 나면 그 자체로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되었다. 할까 말까 싶을 때는 하라는 말처럼, 일단 행동하고 나서 후회하는 게 낫다는 진리를 몸으로 배웠다. 사실, 나는 인간으로서의 경험에는 버릴 것 없이 뭐든 하나를 얻어갈 것이 있다고 철저하게 믿는 극단적 낙관주의자여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지나고 나면, 비극적인 일도, 개인적인 불행한 일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일도 결국 긴 시간 앞에서는 성장의 '씨앗'이 되었다. 내 안에서 나름의 의미를 발견하고, 내 상처를 받아들이면서 내 찢어진 마음의 상처만큼 타인을 더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경험이 되었다. 결국엔, 늘 언제나 그랬듯, 힘들어도 그래도 살아볼 만한 인생이라는 도돌이표 같은 결론으로 나를 위로한다.


사실, 요즘 마음이 아주 힘든 날들을 보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고비 넘기고 또 한고비 넘기면서 마음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지없이 이번에도 뿌리 끝까지 흔들렸다.


발달 지연.

평발.

성조숙증.

척추측만.

ADHD.



왜 내 육아 인생에 얹어야 할 짐은 왜 이렇게 끝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 흔들렸다. 이 문제들은 아직도 넘어가야 하고, 앞으로 최소 2년 정도는 엔간히 마음고생을 겪어야 한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기한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신체적 성장이 멈추면 이 과제도 끝날 테니까.


그럼에도 고백하기를, 어느 것 하나 쉬운 문제가 없었고 아직도 과제를 풀어가는 중이지만, 그럼에도 항상 늘 불행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불안과 슬픔으로 잠이 안 오는 날들을 보내기도 했지만, 실제로 그 문제 때문에 정말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것보다는, 내가 그 힘든 문제라는 틀 안에 나를 가둬서 힘들었다는 것이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문제들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힘들어도 늘 힘든 것은 아니었고, 중간마다 웃을 일들도 많았지만, 나는 힘들어야 하는 자격이 있는 사람처럼 굴었다는 점이다. 내가 가진 육아 인생의 무게에 압도돼서, 내내 불행하기를 선택하는 사람처럼 굴었다.


이제는 이런 나의 못난 모습을 인정하고, 헤매더라도 그래도 '희망을 바라보는 나'를 선택하고 싶다. 다음번에는 뿌리까지는 말고, 줄기 정도만 흔들려야겠다는 다짐도 같이 해본다.


그래, 힘들면 힘들어해도 돼!

근데 엔간히 힘들어해라. 세상, 너만 사니?


그냥 부족한 인간도 이렇게 자기 위로한다고 고백하는 날이다.


인생 그 가까이 , 한번 끝까지 살아 보게 예!

그래도 나는 희망적인 선택에 한 표 던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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