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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 Sep 29. 2024

한국의 교사들이 그만 스마트하기를 바란다

<경쟁교육은 야만이다>에 편들어 주는 글 3

교사들을 정치적 금치산자로 묶어두는 것은 민주주의의 관점에서도 지극히 퇴행적인 일이지만, 이렇게 지적으로 우수하고 윤리적으로 인정받는 집단을 정치 영역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사회전체로 봐서도 어마어마한 손실입니다. <경쟁교육은 야만이다 p.244>



대한민국의 교사로서 김 누리교수의 책은 뼈를 때리게 고통스러우면서도 속이 시원하다. 알 수 없는 무기력감이 어디서 왔는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무력감은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알려주어서 한편으론 힘을 끌어모아주기도 한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입시교육만 하고 있으면 도대체 교육이란 무엇일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책상에 널브러져 있는 아이들을 볼 때, 선다형 문제를 줄 세울 목적으로 출제하면서, 몸을 비비 틀며 모의학력평가를 하루종일 치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목표는 너무나 아름답다. 훌륭한 세계민주시민을 키워내는 것이고,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인간을 키우는 것이 기본이다. 언제나 그랬다. 그러나 그 목표와 실제 교육현장에서 행해지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목표달성이 되지 않고 있지만, 문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목표는 왜 세워 놓는지 모르겠다. 목표는 목표일 뿐이라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과정을 점검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내년부터 입학하는 학생들은 고교학점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한다. 즉 자신이 배우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여 수강하면 된다. 대학생처럼 졸업을 위해 필요한 학점을 획득하면 된다. (실재 듣고 싶은 과목을 다 들을 수는 없다. 현재는 교사 수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 고등학교 현장에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아수라장이다. 누가? 교사들이. 왜? 학생들이 어떤 과목을 선택할지에 따라 자신의 수업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지혜'를 모아 해결 중이다.) 


그뿐 아니라 현재처럼 1주일 동안 모든 학생이 일괄적으로 시험을 치르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치르기도 힘들어진다. 어떤 학생은 시험이 있고 어떤 학생은 시험이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치러내고 있다.) 


이 제도는 미국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 그들은 일제시험도 없고 수능도 없다. 교사가 알아서 채점한다. 그것도 절대평가로. 수업 시간표도 엉망으로 나온다. 한 교사가 3시간을 연속 수업해야 하기도 한다. (이것도 해낼 것이다.) 


여하튼 시간이 지나면 이것을 다 해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내 주변의 교사들이 얼마나 스마트한지 아무리 난이도가 높은 업무가 내려와도 어떻게든 그 일을 해낸다. 말도 안 된다, 이런 일을 어떻게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고 불평을 하면서 기가 막히게 해낸다. 교육부는 알고 있다. 아무리 고난도의 정책을 내려보내도 일선의 교사들이 다 해낸다는 것을. 


난 가끔 농담 삼아 진담으로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교육은 교사들이 너무 스마트해서 변하지 않는다고. 어느 날 교사들이 그만 스마트해져서, 교육부에서 내려보낸 일을 못하게 되면, 그때서야 교육부가 정신을 차리고 '뭐가 잘못되었나?'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이상한 것'을 내려보내도 밑에서 다 알아서 해버리니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말 잘 듣는 스마트한 교사들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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