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첩 Jul 31. 2020

갑자기 존댓말을

이비인후과와 비염(2)

+ 저는 의사 선생님의 처치나 처방에 대한 평가를 할 전문지식도, 식견도 없습니다. 개인적 경험에 대한 글입니다.


“어디가 불편하세요?”

2년 전이던가. 오랜만에 갔던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님이 내게 존댓말을 하시더군요. 다른 병원이었으면 별 이상할 것도 없을 일인데, 이곳에서는 조금 어색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보통 어린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존댓말로 환자를 대하십니다. 그런데 제가 진료실에 들어가면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오늘은 어떻게 왔어?”

혹은 “좀 어때?”


이 이비인후과는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이사 와서부터 쭉 다니던 곳이었습니다. 아마 어릴 때부터 계속, 뜨문뜨문이 아니라 정말 자주 갔으니 선생님이 갑자기 존댓말을 하기도 어색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이비인후과는 제가 살던 곳에서 가장 가까운 이비인후과였습니다. 이사를 와서 보니 가까운 곳에 이비인후과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곳도 전에 살던 이비인후과처럼 항상 많은 사람이 기다리던 곳이어서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가야 했던 곳입니다. 선생님은 묻는 말에 자세히 설명을 해주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묻지 않으면 아무 말 없이 치료를 하고 처방전을 써 줄 때도 있었지요. 


그런데도 이렇게 오래 같은 곳을 다니는 것이 이상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 다닐 때는 평일에 가기 힘들어 회사 근처 이비인후과를 갔지만 그 이외에는 계속 이 이비인후과를 다녔습니다.

어릴 때는 물론이고 대학에 가서도, 결혼하고 다른 곳에 살아도 이 이비인후과를 다녔습니다. 살던 곳에서 가깝긴 했지만 다른 방향으로 조금 더 가면 다른 이비인후과 의원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이비인후과도 가보긴 했지만 이 곳으로 결국 다시 돌아왔지요.


이 이비인후과에서는 주사를 맞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처방전으로 받은 약도 몇 알 되지 않습니다. 위나 장이 약해서 약을 오래 먹을 때 소화기가 불편했던 것 말고는 약 부작용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다 다른 이비인후과를 가면 너무 졸리거나,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위가 너무 아픈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다시, 돌아가게 되더군요.


그리고 오래 다니다 보니 말 안 해도 알아서 봐주시는 게 좋습니다. 코감기가 심하게 걸리고 난 다음에는 중이염이 걸리지 않았나 귀를 봐주시거나 축농증이 아닌가 확인해 주는 것 같이요. 저는 코가 심하게 막히거나 하고 나면 중이염이 잘 걸렸거든요.


간호사 선생님들도 친구 엄마 같은 느낌의 분들이셨습니다. 제가 어느 중학교에 가고, 어느 고등학교에 갔는지, 대학을 가고,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는 등의 이야기를 묻고 답하다 보니 동네에서 오래 알아온 친한 아주머니 같은 느낌입니다. 


2년 전쯤 의사 선생님이 존댓말 하던 그때, 간호사 선생님은 한 분만 계시더군요. 기다리는 환자도 별로 없고요. 같은 건물의 다니던 안과는 진작에 젊은 선생님으로 바뀌었고, 이사 와서도 다니던 치과 선생님은 진료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채워서 하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이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님도 제 부모님보다 더 위 연배였는데, 내가 작별인사도 못 하고 접으시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한 번씩 불쑥 하게 됩니다. 선생님이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교 후 가던 그곳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