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첩 Aug 28. 2020

후끈하고 상쾌한

여름과 비염


+개인적 경험에 대한 글입니다. 증상에 대한 진단과 치료 등은 의사의 진료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여름이면 몇 년 전까지 다니던 회사에서 퇴근할 때의 공기가 떠오릅니다. 냉방이 되는 건물 안에 있다가 나갈 때 온몸에 닿는 후끈하고 건조한 여름밤 공기 말입니다. 그 뜨거운 공기를 두고 누군가는 하루 종일 찬 에어컨 바람을 쐬다 보니 따뜻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시원한데 있다가 접하니 숨이 턱 막힌다고도 했습니다.

저는 글쎄요. 사무실에 꼬박 앉아 있는 날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따뜻해서 좋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숨이 턱 막히지도 않았고요. 그렇지만 그 공기가 그렇게 싫지는 않았는데, 굳이 따지면 좋았습니다. 퇴근이 주는 후련한 느낌과 상쾌함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실제 제가 상쾌해진 것도 이유입니다.

비염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냉방 중에는 코가 시원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재채기가 날 때고 있고, 조금 답답한 정도로 막힐 때도, 아주 꽉 막힐 때도 있습니다. 겨울철 찬 공기를 쐰 이후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러다 바깥으로 나오면 찬 공기가 없어지니 코가 덜 답답해집니다. 숨도 더 잘 쉬어지고, 한결 편안해집니다. 아주 어릴 때는 땀도 많이 나고 더워서 이런 뜨거운 공기가 싫었는데, 냉방이 되는 곳에 있다가 나올 때 코가 상쾌해지는 걸 경험하고 나서는 뜨거운 날씨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코가 개운해져서 호흡하는 게 편한 것 같지만 오래 더위에 노출되면 온열질환에 걸려 몸이 더 상하니 주의해야겠지만요.

뜨거운 공기를 만나면 코가 개운해지는 건, 반대로 냉방이 나오는 곳에 가면 코가 항상 답답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에어컨 바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음식점이나 카페에 가면 에어컨 바람이 바로 오는 자리는 피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에어컨 바람 방향을 바꿔 달라고 했고요. 더운 여름 시원하게 에어컨이 켜진 버스를 타면 재채기가 나올까 교통카드를 태그 하며 입을 팔꿈치로 가릴 준비를 했습니다.

사무실에서 하필 제 머리 바로 위 천장에서 냉방이 쏟아져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어서 얼굴이 폭 파묻히는 큰 후드가 달린 옷을 덧입거나 폭이 넓은 스카프를 얼굴 앞까지 둘러 감았습니다. 찬 바람을 바로 코로 쐬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 모습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제가 몸 어디가 아프거나,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좀 이상한 행동을 하나 싶어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올여름은 그럴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출근을 하지 않음은 물론 바깥출입을 별로 하지 않아서 냉방중인 건물에 들어갈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물론 더운 날 집에서 에어컨을 아예 안 틀진 않았지만 장마가 계속돼서 그렇게 자주 에어컨을 틀지도 않았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뭐든지 많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