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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첩 Nov 13. 2020

시큰둥하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먹으면 좋다는 것들과 비염

+ 저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이것은 건강식품 등을 홍보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잘 맞고 좋은 식품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식품 등 관련 상담은 전문가와 해 주세요. 



“그게 비염에 좋다던데.”

엄마는 가끔 어떤 식품이 비염에 좋다는 말을 들으면 이렇게 말합니다. 짐짓 시큰둥한 것 같으면서도 꼭 말하는 이유는, 아마도 저에게 좋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겠지요. 그렇게 오랜 세월 좋다는 걸 많이 듣고, 먹였는데도 별 효과를 못 봤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신경이 쓰이는지, 혹시 모를 미련이 남아서인지 그냥 넘어가지 못하시는 거 같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비염에 좋다는 여러 가지를 먹었습니다. TV나 신문에서, 주변 사람들이, 이런저런 광고에서 좋다고 하는 것 들을요. 먹기 편한 형태로 나온 것들, 여러 기름들, 차처럼 달여서 마시는 것들 등 형태는 아주 다양했습니다. 아주 슬픈 이야기지만 30여 년 동안 많은 것들을 추천받고 먹어봤지만 별 효과를 본 기억이 없습니다. 혹시나 오해가 있을까 싶어 구체적으로 먹었던 것들을 적지는 않겠습니다. 제게 효과가 없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성실하게 꾸준히 정해진 시간에 맞춰 먹어 봤지만, 별 변화가 없고 또는 오히려 알레르기 반응 같은 부작용이 나올 때마다 화가 나기도 하고 지치기도 했습니다. 제가 꼬박꼬박 잊지 않고 챙겨 먹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것을 사느라 드는 비용이라든지-제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부모님께서 돈을 지불하고 사 오셔야 하니까, 손이 많이 가야 먹을 수 있는 것이라든지-부모님 노동력이 꾸준히 필요하니까 를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도 들었고요. 그래도, 뭐든 꾸준히 해 봤다는 데 의의를 두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다들 좋은 마음으로 좋다는 걸 알려주시는 것을 잘 압니다. 그리고 어딘가에는 제게 꼭 맞는, 비염에 효과가 좋은 그런 식품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오랜 기간 저는 그런 것들에 대해 기대와 노력, 실망을 여러 번 반복해 왔습니다. 낯선 채소들, 열매들, 약재들, 처음 들어보는 성분이 들어간 건강식품들을 알려주실 때, 오? 그래요? 당장 먹어봐야겠다!라고 격하게 반응하지 못함을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너무 서운해하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고마운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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