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몇 달 되지 않았을 때, 남편이 했던 말입니다. 그런가? 뭐, 도심이긴 해도 산책로도 가깝고 큰길 가에서 조금 들어와 있었으니까 좋은 거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동네 공기 이야기를 한 걸까?
“먼지가 없어.”
TV 화면이나 책장, 책상, 거실장, 서랍장 같은 곳, 그리고 거울과 작은 피규어 까지. 우리가 결혼하고 산 지 좀 지났는데도 먼지가 쌓이지 않는다는 것이 남편의 설명이었죠. 예전에 혼자 살 던 시절에는 조금만 지나도 책상이나 컴퓨터 모니터 같은 곳에 먼지가 쌓였다면서. 이 사람이 농담을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설마 진짜 저절로 먼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가구 뒤나 베란다에 쌓여 있는 짐은 모르지만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은 제가 자주 닦아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내가 먼지를 닦아줘서 없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서 나 혼자 있을 때 주로 청소를 해서 먼지 닦는 걸 보지 못해서 그런가 라고 생각하면서. 남편은 아직도 조금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항상 먼지가 없던데.”
남편 말은, 청소를 하고 나서 깨끗한 게 아니라 거의 항상 볼 때마다 먼지가 붙거나 쌓인 게 보이지 않는다는 거 같았습니다. 당연하지, 자주 닦으니까 먼지가 쌓이거나 붙을 새가 없는 거라고 말했죠. (지금은 조금 게을러져서 일주일에 1~2번 정도만 닦는다)
매일 그렇게 닦는다고?”
남편은 진심으로 놀란 것 같았습니다. 저는 매일은 아니고 2~3일에 한 번씩 닦아준다고 알려줬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놀란 눈치였습니다. 결혼 전 같이 살던 부모님은 수시로 주변의 먼지를 닦으셨는데. 그것에 비하면 충분히 덜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부모님 댁에 갔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경대와 책장에 소복한 먼지들. 액자를 집어서 구경하려다 먼지 때문에 재채기를 여러 번 했던 일들. 뽀득뽀득 소리가 날 정도로 깨끗한 바닥, 화장실은 줄눈이 새하얄 정도로 깨끗했는데도요. (청소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법할 정도였습니다.) 아마도 비염이 있는 며느리를 맞이하려고 침구도 새 걸로 갈고, 바닥도 뽀득뽀득하게 청소했을 겁니다. 그냥, 딱히 비염 같은 먼지에 예민한 사람이 없어서 위쪽에 있는 것들은 자주 청소하지 않을 뿐이었겠지요. 가끔 가다 먼지가 쌓일 때면 한 번씩 닦아주는 것이 아마도 보통의 청소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남편도 놀랐겠지요. 청소에 대한 관점도, 청소의 범위도 비염 때문에 달라지는구나. 그렇게, 다르구나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