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했던 건 점점 비루하고 얇아지던 제 글쓰기 근력 때문이었습니다. 브런치는 일종의 글쓰기를 단련하는 헬스장이었습니다.
몸으로 하는 운동이 그렇듯, 글쓰기도 한두 번 만에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티는 잘 안 나더라도 매일 조금씩 쓰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개인지도를 해 주지 않더라도 혼자 일정 시간이라도 노력해서 더 이상 퇴화하지는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몸의 근육도, 글쓰기 근육도 얼마 없어서, 두 근육 모두 줄어드는 건 두려운 일입니다.
브런치라는 공간은 아는 사람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물론 제게 브런치를 권한 친구가 있지만, (고맙게도 그 친구 덕에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인사를 다시 한번 합니다) 다른 플랫폼처럼 오프라인의 인연을 어느 정도 단절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브런치에서는 내가 글을 쓰면서 다른 지인의 근황 같은 것을 보고 좋아요를 눌러줘야 할 것 같은 일이 없었습니다. 저를 아는 사람이 없는 만큼 제 이야기를 더 솔직하게, 글 자체에 집중해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운동은 역시 혼자 하는 게 남 눈 의식 안 하고 할 수 있어서 좋듯이요.
모든 운동이 그렇듯, 아니 모든 일이 그렇든 꾸준함이라는 건 참 어렵습니다. 삶은 이어지고 핑곗거리는 계속 생기며, 쓰기 싫은 날이 많아집니다. 애초에 깊은 고민에서 시작한 일이 아닌데도, 이걸 계속 왜 써야 하는지 굳이 깊은 의문을 갖기도 합니다.
그러다 활발히 다른 사람과 소통도 하고,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글을 써 올리고, 출간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나도 열심히 해야겠구나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곳을 피하고 싶어 집니다. 저 혼자만 운동의 목적이 달라 보였던 헬스장을 3일 나가고 그만뒀던 것처럼요. 저는 못난 소외감 같은 걸 잘 느끼나 봅니다.
시작할 때 목표는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나의 글쓰기 능력이 퇴화하지 않을 정도로 써 보자. 그러려면 꾸준히 정기적으로 쓰자. 이왕 쓰는 거 읽는 사람이 시간 낭비하지 않게 쓰자. 큰 목표도 없었고 무리할 생각도 없었습니다. 누가 어떻든, 저는 그냥 제 자신의 운동만 잘하면 되는 건데. 저는 왜 그렇게 3일을 가고 나가지 않던 헬스장처럼, 한 달을 조금 더 다니고 그만 다녔던 탁구 수업처럼 굴었던 걸까요.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다시 써 보려고 합니다. 열심히 열정적으로 쓰겠다는 다짐은 안 하겠습니다. 저는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열심히 하다가 금방 지치니까요. 그동안 조금 하다가 숨어버렸던 운동들처럼 다시 다니려면 등록을 새로 해야 하지 않아도, 개강일을 기다리지 않아도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는 게 브런치의 좋은 점이네요.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가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써 오던 이야기일 수도, 새로운 것일 수도 있겠지요. 얼마나 자주 글을 써서 올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일단 다시 시작해 볼 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