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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 소녀 하이디 Nov 08. 2019

프랑스에서 BTS 아미가 이토록 자랑스러울 줄이야...

 프랑스어를 못하는 나를 지켜준 그들!

프랑스로 여행이나 스위스로 출장을 가면 나는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프랑스어를 어떻게 모를 수가 있나요?”


프랑스 사람과 결혼했고, 프랑스어가 공식 언어인 스위스 지역에서 7년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프랑스어 실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데 재능이 없음은 물론이고, 게으르고, 프랑스어 발음이 어려워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지 않고... 등등, 내가 프랑스어를 잘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프랑스어를 몰라도 나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프랑스인이지만 우리는 주로 영어를 대화한다. 첫 만남도 데이트도 결혼 생활도 프랑스어 생활권이 아닌 곳에서 주로 이루어졌기에 우리 부부 사이에서 프랑스어를 하고 못 하고는 논란의 대상까지는 되지 못했다. 시부모님과의 대화도 나의 ‘어느 정도 수준’의 프랑스어 실력으로 가능하였다. ‘마음이 통하니’ 대화에 언어 실력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프랑스어를 너무 잘하지 않아서 고부 관계에 도움이 되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의 시골마을에서 한 평생을 산 시댁의 ‘먼’ 친척 분들, 유럽권에서만 주로 생활한 동료들은 나에게 ‘어쩌면 프랑스어를 모를 수 있냐’며 나를 종종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을 모르는 사람’ 취급했다. 프랑스어가 내 개인적인 이유로 꼭 배워야 하고,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척이 없었던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들 어느 누구도 남편에게 ‘어쩌면 한국말을 아직까지 잘 못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식구들과 친구들은 내가 프랑스어를 빨리 배워야 한다고 독려하지만, 남편의 한국어 실력은 칭찬의 대상이다. 남편에게 한국어를 당연히 잘해야 하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 프랑스어 실력이 남편의 한국어 실력보다 더 좋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유럽에서 ‘당연히’ 알아야 할 프랑스어를 모르는 사람으로 남편은 한국에서 약간의 한국어 실력으로도 주목받고 귀여움 받는다. 


내가 이 상황에서 발견한 것은 ‘프랑스어는 당연히 할 줄 알아야 하는 언어이고 한국어는 꼭 할 줄 알 필요가 없고 조금만 해도 시도 자체가 칭찬의 대상이 되는 언어’라는 것이다. 프랑스인의 프랑스어에 대한 자부심과 ‘문화 사대주의’라고 할 것 까진 없지만 프랑스어를 소위 ‘먹고 들어가는’ 아름다운 나라의 언어로 치켜세우는 한국인의 자세가 나는 가끔 매우 불편하다.


해가 가면 갈수록 지인들의, 특히 유럽에 있는 지인들의 나의 프랑스어 실력에 대한 공세가 거세졌다. 내가 말하는 프랑스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 나는 두 번 반복하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고 ‘comment, comment?’ (뭐라고 뭐라고)를 반복한다. 주눅 들 만도 하지만 프랑스인이 못하는 다른 언어를 잘하니까 괜찮다고 말해주는 남편 덕분에 나의 자존감은 그럭저럭 유지되는 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먼 친척 분이 ‘아직도 프랑스어를 못하냐’는 돌직구를 날렸다. 십 년의 해외 생활로 어느 정도 맷집이 생긴 나는 이런 말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 나는 반대로 그들의 자존심을 긁어놓는 카운터 펀치를 날리곤 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냉소적 유머를 약간 섞어서.

 

“그러게요. 세계 모든 나라가 프랑스어를 배울 때가 있었죠!?? 그런데요, 내가 일본에 5년을 사는데 프랑스어를 하는 사람을 프랑스인 빼고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어요.” (프랑스어가 필수어가 아닌 나라도 있고)

“1700년대에 프랑스가 미국 땅에서 영국과의 싸움에서 진 이 후로, 이 세상은 영어 천국이 되어 버렸네요”. (그들의 영원한 라이벌, 영국에게 진 흑역사를 상기시킨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방!

“BTS라고 알아요? 요즈음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K pop 그룹인데, 아미인가 뭔가. 수가 프랑스에도 엄청 많데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프랑스 아미의 수가 프랑스어를 배워야 하는 한국인의 수보다 많은 거죠?!! 나한테 한국어 배워 볼래요?”


나는 이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프랑스가 ‘세계의 중심’이었던 과거의 영광에 머물며, 나에게 그들의 언어를 ‘강요’하는 그분을 수많은 아미 분 덕분에 큰 힘 들이지 않고 제압할 수 있었다.


BTS의 팬은 아니지만 아미가 자랑스럽다. 이제부터라도 나도 아미가 되어볼까? 프랑스는 분명 많은 부분에 있어 지금도 선진국이지만 어떤 분야에 있어서는 세계의 중심은 프랑스에서 다른 나라로 다른 대륙으로 넘어간 지 오래이다. 그들에게 50-60년대 알랭 드롱이 있었다면 우리가 사는 21세기에는 BTS가 있다. 


나는 프랑스어를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남편과 그의 가족의 언어이다. 당연히 열심히 배우고 잘하고 싶다. 그러나 프랑스의 위대함을 위시하며 프랑스어가 당연히 알아야 하는 언어라 말하는 그들의 나를 향한 강요는 당당히 거부하고 싶다. 내 뒤에는 위축된 내 어깨를 당당히 펴 주는 든든한 BTS 아미가 있으니까!


@ Image : Ge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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