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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향 Jul 18. 2024

시> 알전구에 환하게 불이 켜지듯

어머니

산책 길에 왜 어릴 적 저녁 밥상이

분주한 어머니 발그레 상기된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을까.
들기름에 꽃소금 솔솔 뿌려 구운

윤기 나는 김 한 장씩을 나누어 주던 어머니     둘둘 걷어 올린 저고리 소매에 스치던

비릿하고 고소한 냄새

무 납작납작 썰어 넣어 얼큰하게 끓인 생멸치국

골고루 나눠 담은 따스한 놋그릇들
여덟 남매를 둔 어머니는 올망졸망한 자식들이

서로 다툴세라 김도 자르지 않고 잔 생선들도

국그릇에 일일이 세어 담다.
그 작고 아담하신 어머니는

많은 것이 부족하고 지난하던 시절 

어떻게 그 많은 자식을 낳아 기르셨을까.
하나도 힘들다고 징징대는 시대에

사무치게 고맙고 측은한 어머니

가던 길 멈춰 서서

헐벗은 벚나무 우듬지의 새 둥지를 올려다 본다.

어디서 실컷 놀다 온 어릴 적 우리 여덟 남매처럼

까치들 가로세로 장난치다가 이 가지 저 가지 소란하게 날아드는데

저무는 해 바쁘다며 어서 가라 손짓하던

고향집 대문 앞 어머니 눈시울 같은

노을이 내리는데

그리움이 구만리 장천을 날아오른다.

고향집 고샅 밥 짓는 연기가

시래기 된장국 냄새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저물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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