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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향 Aug 23. 2024

인공지능시대의 글쓰기

요즘 나는

  인공지능이 세계 정상의 고수들과 바둑을 둔다. 카페에서 주문도 받고 분주한 식당에서는 서빙도 한다. 회사의 복잡한 회계 업무마저 척척 해낸다. 작곡도 하고 연설문도 쓰고 시도 짓는다.

ai가 자기 학습으로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고 인간을 대신하는 놀라운 시대가 도래했다. 공룡처럼 세상의 모든 백과사전을 한입에 날름 먹어치우고 골몰하고 복잡한 회로의 작업들을 하나둘씩 빠르게 쓸어 삼키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세상의 지식을 습득하고 연구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의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무용지물이 되어 인간은 갈수록 무기력해지고 나태해질 것이다. 인간의 복잡하고 다양하게 반짝이던 두뇌도 세밀하고 섬세했던 손가락들도 갈수록 무기력해져 녹이 슬어갈 것이다.

오랜 세월 만물의 영장이라 우쭐대던 인간들은 환락가 심부름꾼으로, 배달 알바로 전락해 간다. 귀찮고 어려운 일은 모두 ai에게 맡기고 점점 퇴화할 것만 같은 불안이 엄습하는 것은 변화무쌍한 세상에 뒤떨어진 자의 지나친 기우일까.

  

  요가 반 케이가 며칠 전 일 잘하는 무보수 중국산 청소부를 들였다며 매우 만족해한다.

제 스스로 물을 데워 걸레도 빨고 소독도 하고 구석구석 모서리마저 말끔하게 청소하는 업계 1위 인공지능 청소기란다.

  그동안 내내 눈치 보며 살피던 파출부처럼 변덕도 부리지 않고 투덜거리지도 않고 불평불만조차 없이 묵묵하고 입이 무거운 인공지능 청소부 덕에 요즘 마음이 편해졌다며 얼굴이 활짝 피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인간의 손과 두뇌를 필요로 했던 많은 직업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무섭게 앞만 보고 질주하는 초고속 세상에 떠밀려 우왕좌왕 말석에 올라탄 나는 이제 어떻게 무엇으로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할지 문득문득 길 잃은 미아처럼 두렵고 서글퍼지곤 한다.

지는 석양과 마주 선 나이에 굉음을 울리며 무섭게 질주하는 세상에 정신없이 흔들리고 패대기 쳐지며 오늘도 나는 불안하게 실려가고 있는 중이다.

물 웅덩이를 맴도는 소금쟁이처럼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인공지능이 현란하게 써주는 현학적인 시가 아닌 나만의 고유한 정서로 글을 쓴다.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낡은 옷을  말갛게 헹궈 고 아날로그의 삶을 느긋하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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