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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딥택트러닝 캐리 Aug 21. 2019

확률의 덫

Q7_ 내가 지원하면 될 확률이 높은 일이 뭘까요?


한 친구가 지친 표정으로 코칭 룸에 들어왔어요.

어떤 것이 고민인지 물었어요.

"뭔가 하고 싶은 일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사실 뭐가 하고 싶은 일인지 아직 확실하진 않긴 한데요. 그래도 나름대로 MD(Merchandiser)를 해보면 어떨까 해서 몇 군데 지원을 했어요. 이마O, OO 백화점... OO홈쇼핑... 한 십여 군데 했나 봐요. 일단 MD로 공고 뜨는 데는 일단 나오는 대로 넣었어요. 근데 한 군데서도 서류 합격 연락이 안 오니까, 이 일을 하는 게 맞는지 싶더라고요. 토익 점수 문젠가? 인턴십이 관련 있는 일이 아니어서 그런가? 의문 투성이인데, 사실 뭐 때문에 떨어졌는지 어떤 기업도 알려주지 않잖아요. 그러니 방황만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아예 다른 일을 고민해야 하나 싶어서, 지금은 일단 경영학과 나온 사람들이 많이 가는 다른 직무들을 다 열어놓고 찾아보려 하고 있어요. 그나마 영업이 사람을 제일 많이 뽑기는 한다는데, 차라리 영업으로 지원하는 게 맞을까 싶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많이 뽑는 쪽이 확률이 낫지 않을까요? 어쩌면 좋을까요?"




일단 마음이 짠했어요. 살면서 이렇게 거절을 한꺼번에 받을 일이 또 있었을까요.

거듭되는 서류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 나라도 나는 이 일에 안 되는가 보다 하고 마음이 꺾어질 것 같아요. 이렇게 마음이 힘들어지면 그때부터는'내가 어떤 일에 도전해보겠다' 마음먹은 것은 쉽게 휘발되고, '뭘 하면 그나마 확률이 높아지지?'로 생각이 흘러가기 쉽지요.  그렇게 '확률'이라는 키워드에 꽂히면 보통 이렇게 액션을 하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사람을 많이 뽑는 직무로 취업진로를 수정한다.(혹은 확장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에요. 사실 나쁜 것은 현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쩌지' 하고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겠지요. 근데 이런 액션은 한번 짚어야 봐야 하는 것들을 먼저 생각해본 후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코칭했던 친구의 케이스처럼 MD 포지션과 영업이라고 예를 들어볼게요.

(아무래도 예가 있어야 보시는 분들이 이해가 편하신 것 같아요)

실제로 기업에서 영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숫자가 MD포지션보다는 많습니다. 그러니 신입 채용도 더 많지요. 어떤 직무가 신입(대비는 경력이죠)에 더 적합하냐의 관점도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도 영업이 더 많이 뽑을 가능성이 있지요. 근데 본질적인 문제는 영업이든 어떤 직무든 사람들이 가고 싶은 회사는 일부 회사에 몰려 있다는 거예요.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에 도전하는 한 그 어떤 직무라도 안전하게 서류 합격이 보장되는 회사는 없습니다. 하물며 최종 합격은 어떻겠어요. 확률이 숫자적인 개념이니까 숫자로 표현해보면 '1000:10의 확률이냐 1000:3의 확률이냐' 그런 느낌으로 보면 돼요.'10'이 좀 높아 보이긴 하지만 둘 다 아주 낮은 확률인 건 두말할 필요가 없지요.

채용담당자로서 현장에서 경험한 사실들을 알려 드리면 더 감이 확 올 거예요.


주류 회사에서 세일즈 공채를 했을 때였어요. 오랜만에 신입 공채를 하는 거라 더 그랬는데요, 정말 엄청나게 많은 지원서가 쏟아졌어요. 당시 마련한 내부 기준으로 1차 필터링을 하고 이후에 자소서 리뷰를 했어요. 이렇게 우리나라 주류 산업에 대해서 관심 가지고 공부한 청년이 많구나 싶더라고요.  아직 오지도 않은 회사 제품을 어떻게 팔면 좋지 않을까를 봉급도 안 받고 이렇게 고민할 수 있을까? 하고 감탄하게 되는 친구들도 꽤 있었어요.  화려한 스펙의 문제도 아니고, 대단한 기업 분석력이 있느냐(그 분석이 정확하냐는 더더욱)의 문제도 아니었어요.


제가 다녔던 회사에 유명한 흑맥주가 있어요. 한 친구는 그 제품이 서울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4개 업장에 가봤대요. 어떤 손님들이 그 맥주를 선택하는지, 선택한 손님들은 그 맥주를 왜 마시는지 실제 주문해서 먹는 사람들에게 100명에게 묻는 것을 목표로 3일을 다녔다더라고요. (이렇게 제가 상세히 아는 이유는 제가 면접에 이 친구를 불렀기 때문이죠)

이 친구뿐만이 아니에요. UMF(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에 가서 '당신의 선호 보드카에 투표하세요' 보드판을 들고 다닌 친구도 있었어요. (이 친구는 최종 합격해서 얼마 전에 입사 5주년이 되었답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 회사, 이 일에 지원하기 위해 열심히 발로 뛴 지원서만 골라내도 서류 합격자는 채우고도 남습니다. 다른 글에서 말씀드렸지만 '신입'은 동기가 반입니다. '얼마나 하고 싶고 그것을 위해 어떻게 노력했느냐'가 7할입니다.


MD보다는 조금 경쟁률이 낮으려나 하는 정도의 마음으로 눈을 돌린 영업에는, '영업이 내 숙명이다'를 외치는 친구들이 이미 그득합니다.  각오를 흉내라도 내지 않는다면 바꾼 진로의 포지션에서도 취업 들러리가 되기 십상이지요. 내 지원서가 한 개 더 보태져서 어떤 회사에 역대 경쟁률을 찍어주는 것 말고는 아무 의미가 없게 될 수 있어요. 혹시 운이 좋아서 면접에 가도, 다른 지원자들의 이글이글한 열기에 확실히 눌립니다.


제가 드리는 이야기의 결론은

'좀 더 사람 많이 뽑는다고 거기에 휘말려 가시면 안 돼요'도 아니고요, '관심 있던 일인 MD로 무조건 지원하셔야 해요'는 더더욱 아니에요.

(사실 코칭 온 친구가 진짜 간절히 MD가 하고 싶었으면 질문이 달랐겠지요. "전 MD에 옛날부터 관심이 많았는데, 머에 신경 써서 자소서를 쓰면 좋을까요" 이렇게요. )


결국 합격이라는 소수의 기회를 가지는 친구들은 위에서 소개한 친구들 정도의 노력은 최소한(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아요)합니다. 솔직히 그런 자소서는 쉽게 탈락을 못 시키겠더라고요. 내가 뭐라고 이렇게 열심히 고민한 친구를 떨어뜨리나 싶고요.

여러분이 적어도 그런 수준의 정열을 쏟을 준비가 되었는지 생각해봐야 해요. 보통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하는 것도 그런 일에는 열정을 쏟기가 쉽기 때문이에요.

여러 직무를 한꺼번에 놓고 갈팡질팡 하는 친구들은 그래서 힘들어요. 한 개 직무에 대해 저렇게 푹 담그기도 쉽지 않은데,  동시에 여러 개를 고려하니 쉽지 않은 건 당연하죠.


내가 어디에 집중해서 끝까지 가볼 것인가, 마음 정리를 한번 해보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 목표를 위해 직접 발로(컴퓨터 앞에서 자소서 작문만 하는 것이 아니라) 뛰다 보면 그 일이 더 깊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그러면 지원서, 면접할 것 없이 할 말이 줄줄이 비엔나처럼 생기게 될 거예요.

빠른 마음 정리가 중요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합니다

(꼭 이게 올바른 길이지라고 말할 순 없지만) 여기까지 이야기 나누고 나니 코칭했던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애초에 고민했던 MD로 꾸준히 가볼래요. 6개월 미친 듯이 써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때 다시 생각해볼게요

토익 다시 볼까 싶어서 학원 끊을까 했는데, 그 시간에 발로 뛰는 거 진짜 한번 해봐야겠어요"

그리고 헤어지기 전에 전의도 불태우고 갔습니다.

O리브영 지원 준비할 건데.. 당장 밖으로 나가야겠다고요. O리브영 매장에는 어떤 카테고리로 상품들이 구비되어 있는지, O리브영이 달리하고 있는 건 뭔지, O리브영에만 있는 효자 아이템은 뭔지...

드럭스토어 유명한 브랜드들 싹 돌면서 공부하겠다고요.


O리브영 담당자가 그 친구를 알아보게 되길 바랍니다. 아니면 다른 드럭스토어 O슨스, 롭O도 좋은 친구가 지원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건투를 빕니다.


+ 제가 코칭한 것도 아닌데 제가 생각하는 것과 아주 일치하는 행보를 한 친구가 있더라고요.

인사담당자로서가 아니라 지원자 관점에서 고민과 노력을 말하고 있어서 제 이야기가 더 입체적으로 들리게 될 거예요.

쉬운 노력은 아니겠지만, 이런 노력만큼 확률을 높이는 길은 없는 것 같아요.  (링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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