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기억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 제일 부지런해야 하는 건, 손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사진이나 동영상에 접근하는 것이 점점 편해지면서, 더더욱 펜을 잡을 일이 적어졌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과정이다. 여행을 떠날 때만 해도, 매일 일기 쓰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첫날, 둘째 날까지 열심히 썼던 것 같다. 시차 적응에 허덕이고, 각종 교통수단을 예약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고, 그렇게 일기는 잊혀갔다. 각종 티켓이나 영수증은 공책 사이에 몇 날 며칠 구겨져 있고, 어느새 일기장이 스크랩북 만해졌을 때 일기를 생각해냈다. 작정하고 카페에서 일기장을 정리했다. 밀려 쓴 일기답게 날짜만 적혀있는 페이지도 있고, 오른쪽 사진처럼 입장권만 떡하니 붙어있는 페이지도 있다. 몇 장을 넘겨도 날짜만 적혀있는 페이지도 있다. 일기장보다는 스크랩북에 가까운 노트들이다. 차마 이걸 누구에게 보여줄 순 없지만, 가끔 열어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내 흔적들이 사진첩 말고도, 잔뜩 남아있는 것 같아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마 이런 이유에서 사람들이 손으로 기록하는 게 아닐까. 손으로 기록하는 것만의 매력이 분명 있다. 조금 더 알아가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