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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라 Dec 05. 2020

레트로 캠코더의 매력.

 코로나가 한참 심해지고 있을 무렵, 그러니까 지난 3월쯤이었다. 집에서 일상 영상만 찍으니까 영상에 흥미를 잃고 있던 중, 눈에 들어온 아이템은 바로  캠코더. 집에 캠코더랑 테이프가 있길래 뒤적거렸다. 안타깝게도 이미 운명을 다한 캠코더는 돌잔치 테이프를 재생시켜주지 못했고, 그 캠코더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짝을 잃은 테이프는 업체에 맡겨서 동영상 파일 처리를 하고, 같은 곳으로 떠났다.

사실 영상에 재미를 붙였을 때쯤 하이엔드 카메라 말고, 액션캠이나 캠코더를 사려고 찾아봤었다. 그러다 결국 액션캠을 사서 잘 사용하고 있지만, 손등에 스트랩을 딱 걸고, 화면을 보면서 찍는 캠코더만의 맛도 느끼고 싶었다. 마음 한편에 캠코더에 대한 욕심을 남겨 두었나 보다. 때마침 집에 있던 캠코더가 고장 났다고 하니 더 관심이 가는 청개구리 같은 마음이 생겨났고, 옛날 느낌의 캠코더를 미친 듯이 찾기 시작했다. 결국 당근 마켓을 통해서 2000년대 초에 나온 캠코더를 장만했다. 테이프를 이용하는 캠코더도 찾았지만, 그건 후처리가 귀찮을 것 같아서 메모리카드가 되는 2000년대 레트로 캠코더로 선택했다. 지금 반년째 너무 잘 사용하고 있다. 각 잡고 영상을 찍고 싶지 않을 때, 저화질의 영상을 만들고 싶을 때, 잔잔한 일상을 새롭게 기록하고 싶을 때마다 선택되는 카메라이다. 약간의 흔들림에도 민감하고, 줌을 하면 화면이 멀미 날 정도로 흔들리지만, 뭐 어떠한가. 내가 원하는 감성이 이런 것을! 게다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라서 부담스럽지도 않다. 배터리가 오래가지 않아 자주 갈아줘야 하는 단점이 치명적이긴 하지만... 용량 자체가 작아서 그런 것을 어쩌겠는가. 괜찮다. 그 자체로 매력적인 화면을 담아내니까. 아직 겨울의 모습을 담지 못했다. 눈이 내리고, 가지들이 더 앙상해지면 겨울도 담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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