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언제냐는 질문을 받으면 참으로 고민스럽다. 햇빛이 방문 끝까지 비추는 오후 2시 경도 좋고, 거실 곳곳이 주황빛으로 물드는 일몰 시간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한다. 한국에서는 오후 2시, 여행 중일 땐 일몰시간. 애매하게 걸친 대답으로 내 욕심을 드러내 본다.
햇빛이 비추는 따뜻함과 자연광만의 매력을 좋아하면서, 또 그 햇빛이 사라지는 시간도 좋아한다. 해가 끝까지 불타면서 보여주는 노을 때문이다. 해의 희생으로 하루에 한 번만 볼 수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을 다닐 때도, 한국에 있는 지금도. 그래서 갤러리에 항상 노을 사진이 넘친다. 갤러리를 쭉 내리다가 고른 사진 두 장. 왼쪽은 포르투, 오른쪽은 대만 컨딩이다. 이 두 사진을 고른 이유는 그 당시의 여행을 제일 잘 담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에서는 2주 조금 넘게 머물렀다.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투룸. 아주 시내에 있진 않았지만, 주변에 가까운 마트가 있고, 걸어서 10분이면 메인 거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행기간이 긴 만큼 여행도 느리게 흘러갔다. 에그타르트 만들기 수업을 들어보고, 버스 타고 근교도 가보고, 밤마다 와인을 마시고 늦잠을 자기도 했다. 뭔가 그런 일상들이 보라색, 분홍색이었다면, 컨딩은 그 반대였다. 컨딩은 당일치기로 다녀온 도시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컨딩으로 가는 버스에서 모자란 잠을 채웠다. 도착하자마자 스쿠터를 빌려 이곳저곳 쏘다녔다. 제시간에 스쿠터를 반납하려고 달리던 와중에 만난 일몰이었다. 하루 열심히 불태운 우리처럼, 주황색과 붉은색으로 가득한 일몰을 보여주었다. 일몰을 보느라 반납 시간도 늦고, 돌아가는 버스도 놓쳤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장면이었다.
보라색, 분홍색, 주황색, 붉은색. 이 외에도 노을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색을 사랑한다. 그리고 노을을 표현하고 있는 모든 문장들을 사랑한다. 또한 노을 사진으로 가득 찬 내 갤러리도 사랑한다. 노을 사진 하나로 그때 그 장소로, 그때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요즘이니까. 오늘도 방에서 보이는 노을을 담았다. 오늘의 노을은 흐리긴 하지만, 주황빛이 많은 노을이었다. 이런 날은 유리창문으로 되어있는 건물에 반사된 햇빛이 참 예쁘다. 그게 다시 반사되어서 우리 집 거실로 들어오기도 하고. 그래서 왠지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하루를 마무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