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제이 May 26. 2019

아기천사가 지구로 떨어졌다

임신 확인서 받은 날

07. 산모 수첩



지난주 처음 병원 갔을 때 5주가 채 되지 않아 아기집도 너무 작고 난황도 보이지 않 1주일 후에 다시 오라고 말씀하셨다. 아직 임신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초음파 비용도 산모 할인이 아니라 일반으로 지불해야 한다고 하셨다. 비용을 떠나 임신인 것은 맞는데 다음 주가 야 확정을 할 수 다는 말이 못내 섭섭하기도 하고, 아직 안심해서는 안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어 새어 나오는 기쁨도 안으로 삼키며 한주를 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 남편과 두 손을 잡고 병원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아기집이 많이 커졌을 거야'라는 기대감과 함께 '혹시라도 나쁜 소식을 고 눈물이 왈칵 쏟아지면 어쩌지'는 두려움이 동시에 찾아왔다. 늘 붐비던 진료실이 오늘은 한산하다. 평소 같으면 예약을 하고도 최소 30~40분을 기다렸을 텐데 접수를 하고 금방 이름이 호명되었다. 대기가 길었다면 기다리는 시간이 고문이었을 텐데 감사하다.


"한주 동안 얼마나 설레고 기대되었는지 이해가 가요. 마음이 급하죠? 초음파 먼저 보고 말씀 나눌게요."


의사 선생님은 내 얼굴의 긴장감을 읽으셨는지 초음파실로 바로 안내하셨다. 초음파를 보는 내내 심장이 콩닥콩닥. 심박수를 재는 거였다면 분명 비정상으로 나왔을 테다.


"아기 집도 잘 자리 잡았고, 난황도 보이고 3일 후면 심장소리도 들을 수 있겠어요. 조만간 입덧을 시작할 수도 있으니 경과를 지켜보세요. 축하합니다! 2주 후에 오시면 피검사하고 심장 소리도 듣기로 해요. 임신 확인서랑 산모수첩 발급해 드릴게요."



뭔가 오랜 시간 준비해온 테스트를 통과 한 기분이 들었다. 주변에 아기집이 생긴 이후에 심장이 뛰지 않거나 심장이 멈춰 계류 유산을 겪은 친구들이 있기에 아직도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다음번 테스트는 '건강한 심장소리 듣기'. 2주를 또 기다려야 한다.


임신은 내 안 아기를 얼마나 튼튼하게 잘 길러 내는가의 단계별 도장깨기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산모 수첩의 무게가 무겁다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직은 '엄마'라는 단어조차도 낯설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기분 좋은 두려움이다. 간호사 선생님이 산모 수첩과 임신 확인서를 손에 쥐어주시며 임신 확인서로 국민행복카드를 발급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해주신다. 모든 것이 새롭다. 국민행복카드가 무엇인지부터 공부해야 한다. 앞으로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새로운 인생 2막이 시작되었다.


태명을 지었다. 꿀똥이. 황금 돼지띠 '꿀'꿀이 와 '똥'꾸와 '똥'이의 주니어를 딴 꿀똥이. 태명은 촌스러울수록 아기가 튼튼하고, 된소리로 지어야 아기가 잘 들을 수 있다기에 좀 유치하지만 최강 된소리 집합으로 선택했다. 우리 꿀똥이의 예정일은 내년 1월 24일이라고 하셨다. 2주 후에 심박수를 확인하면 더 정확한 예정일 추측이 가능하다고 하신다. 기다림의 연속이다.


이 기다림의 시간은

어쩌면 우리에게 인내를 가르치고

지혜로운 부모가 되는 준비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임신, 내 몸의 작은 변화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